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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급상승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타인의 고통은 제각기 다르다: 정형화된 유가족 프레임을 넘어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은 2018년 여름부터 416가족협의회에서 활동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을 만나기 시작했다.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5명의 기록자가 57명을 인터뷰했으며, 단원고 희생학생 가족뿐 아니라 생존학생 가족, 희생교사 가족이 이 인터뷰에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은 기존의 세월호 관련도서들이 희생학생들의 부모와 형제자매, 친구들의 압도적인 슬픔, 상실감에 주로 주목하고 있었다면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는 피해자라는 정형화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유가족이라는 동질적인 정체성이 다양화되어가는 모습을 담담한 언어로 세밀하게 그린다. 5년이 흐르는 동안 유가족들은 저마다 달라진 삶의 지형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고통의 시차도 제각각 다르다. 유가족의 특징을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고 그들의 차이를 더듬어 살피는 것, 그 일로부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응답하는 사회가 가능해질 것이다. 유가족의 고통을 단순화하고 부각하는 행위는 그 고통을 소비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으며, 고통의 강도에 집중할수록 슬픔과 연민의 늪에 빠지고 ‘세월호 참사’라는 정치적 문제는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문제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모든 정치적 문제는 구체적인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이 처한 지형을 섬세하게 식별할 때 우리는 한국사회의 변화를 열어젖힐 토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이 책이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리라 기대한다. 사회적 참사는 어떻게 개인의 일상을 부수어놓는가 1장 ‘고통의 단어 사전’에는 머리카락(41면), 문고리(44면), 밥통(49면), 에어컨(61면)처럼 여느 사람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일상’이라고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부서지는 경험을 했다. 물건과 행동과 사건의 의미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경험을 진솔한 언어로 풀어내 무너진 일상의 결을 하나씩 살핌으로써 ‘세월호’라는 사회적 참사가 개인에게 남긴 고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2장 ‘세월호의 지도’는 팽목항(92면), 단원고(108면), 동거차도(114면), 광화문(126면), 생명안전공원(132면) 등 세월호의 공간에 새겨진 기억에 대해 말한다. 팽목항에서 아이의 시신을 확인할 때, 단원고에서 기억교실을 이전할 때, 광화문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에 맞설 때 등 이 공간들에 대한 유가족의 기억은 대체로 참담하다. 세월호의 지도가 그리는 공간들은 참사 이후 지금까지 유가족들에게 자행된 사회적 부정의를 증언한다. 4장 ‘가족의 재구성’은 재난이 가족을 어떻게 뒤흔들고,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되묻게 한다. 상실을 안은 가족 구성원들은 기존의 가족 이데올로기, 관습적인 역할규범과 충돌하면서 가족과 부모됨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 재구성해간다. 상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존재와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사유를 끌어내는 모습이 먹먹한 울림을 준다. 슬픔과 고통은 어떻게 연대와 투쟁이 되는가 3장 ‘416가족의 탄생’은 지난 5년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운동을 견인해온 ‘416 가족협의회’가 어떤 변화의 과정을 밟았는지 담았다. 평범한 시민이었던 부모들이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에 나서야 했을 때 맞닥뜨린 어려움의 장면들이 선연하게 펼쳐진다. 보상금과 기억교실 등을 둘러싼 갈등, 투쟁에 나선 가족과 그러지 못한 가족,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간의 서로 다른 입장 등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와중에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건 416가족뿐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가는 과정이 뭉클하다. 5장 ‘다시 만난 세계’는 사회적 관계가 어떻게 부서지고 다시 만들어지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일베 등의 보수세력뿐 아니라 가까운 이웃과 친지로부터도 외면을 경험한 유가족들이 곁에 서준 시민들의 힘 덕분에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고 싸워나가야 할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5?18, 천안함 사건, 대구지하철 참사 등 한국사회의 참혹한 사건에 대해 새롭게 눈뜨고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하게 되면서 정치적 주체로 각성하는 장면에서 고통 속에서도 싸우기를 멈추지 않는 유가족들의 용기를 배우게 된다. 6장 ‘시간의 숨결’은 세월호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망각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약할 수 없는 긴 싸움을 해나가는 세월호 가족의 마음을 담았다. 불안과 기대로 진동하는 유가족들의 다양한 목소리는 사실상 하나의 이야기, 즉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숨김없이 밝히고 애도가 가능할 사회적인 조건이 아직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유가족들의 곁에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한국사회의 심연과 균열을 목도한 유가족, 이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이 책에는 세월호 가족의 증언뿐 아니라 인권활동가 박래군, 사회학자 엄기호가 각각 세월호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움직임을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사회적 참사에서 유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철학적으로 해석한 글을 덧붙였다. 4?16연대 공동대표이기도 한 박래군은 지난 5년 동안 누구보다 세월호 가족 가까이에서 투쟁에 함께해왔다. 가끔 유가족들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라며 투쟁의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지만, 박래군은 그간 세월호가 한국사회에 불러일으킨 제도와 인식의 변화를 조목조목 짚어줌으로써 희망의 가능성을 전망한다. 엄기호는 비단 세월호 유가족뿐 아니라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등을 호명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유가족이 “이 사회의 깊은 심연, 봉합 불가능한 균열”(381면)을 폭로한 존재였음을 밝힌다. 이러한 맥락에서 엄기호는 우리가 유가족의 말을 통해 들어야 하는 진상은 “그 순간에 대한 유가족의 고통이나 견해, 입장이 아니라, 참사 이후 이들이 ‘동시대인’으로서 우리 사회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387면)라는 것을 역설한다. 이러한 질문은 이 책의 독자들이 세월호 가족의 목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중요한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눈에 띄는 새책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오늘의 책

  •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 인플루엔셜
  • 성유미
  • “이제는 불편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관계의 생로병사, 그 한가운데에 서 있다

    ■ 지겹도록 외쳐대는 인간관계의 어려움, 이제는 단절을 말하는 사람들
    “그 친구는 저랑 만날 때만 매번 늦어요. 다른 모임에선 안 그러거든요.”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선배가 있어요. 긴가민가했는데 이젠 확실한 거 같아요.”
    “친한 상사가 있는데… 짜증 날 땐 마구 쏟아내다가 기분 좋을 때 너무 잘해주다가,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15년 친구인데 최근에 연락처를 지웠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렇게 나를 찾더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저를 쏙 뺐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10대부터 50대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공통 관심사 중 하나는 ‘인간관계’다. 인간관계에 대한 책이 차고 넘친 지는 오래. 이제는 유튜브에 자기계발 전문가는 물론, 소설가에서부터 변호사, 스님에 이르기까지 인간관계에 대해 조언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대인관계 어떻게 하며 잘 맺나요?” 식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잘 정리할 수 있나요?”로 바뀌었고, ‘믿고 거르는 인간 유형 베스트’ ‘진짜 친구 가려내는 방법’ 등의 ‘답정너’ 메시지들이 ‘좋아요’와 공감 댓글을 지배한다.

    ■ 3040 맘카페, 개발자 커뮤니티, 유튜브 주요 이슈도 인간관계
    여기서 더 주목할 건 30~40대다. 그간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돈 걱정, 퇴사 걱정, 노후 걱정이었다. 또한 “한국사회는 의리지.” “오래된 친구가 몇 명 있느냐가 그 사람 인성 아니야?” 식의 이데올로기 아래에 있었다. 그런 이들이 언젠가부터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친구에 대한 회의, 인간관계 정리에 대해 노골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작가 김어준, 철학자 강신주가 ‘대부분은 진짜 친구가 아니다’는 주제로 진행한 유튜브 토크쇼 댓글에는 ‘나도 나도 나도’ 식의 공감과 간증 사례가 넘쳐났다.

    ■ 우리는 지금 ‘관계가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지점에 서 있다
    “제가 안 풀릴 때도 친구가 떨어져 나가고, 제가 잘될 때도 친구가 떨어져 나가더라고요.”
    중년 남성으로 추정되는 어떤 이의 댓글이 유다르게 기억에 남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와 절망이 만만해 보이지 않는 대화법, 적당히 거리 두는 법 등의 단순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구에게나 친구에 웃고 울던 10대 시절이 있었다. 20대 30대 40대가 되면서 생각이 변하고 상황이 바뀌는 가운데 친구의 개념, 역할 또한 바뀐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관계의 ‘생로병사(生老病死)’ 그 한가운데, 즉 ‘로’와 ‘병’과 ‘사’에 대해 논할 때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선생님, 저는 친구인가요 호구인가요?”
    인간관계 때문에 정신과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

    ■ 4년 내내 친구를 기다렸습니다
    사람 때문에 울고 사람 때문에 죽을 것 같은 우리가 술과 책과 지인 상담으로도 답을 찾지 못하면 ‘마음의 전문가’를 찾기에 이른다. 환자 상당수가 직장인이라는 광화문 연세필 정신건강의학과 성유미 원장은 최근 들어 인간관계 문제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며 책 출간 이유를 밝혔다. “인간관계에 대한 책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를 출간한 것도 그런 진료와 상담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궁금하다. 정신과 병원 문턱이 아무리 낮아졌다 해도 도대체 어떤 인간관계 문제로 병원을 찾는 것일까.

    지인 씨는 매번 늦는 친구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10번을 만나면 8번은 늦었다. 문제는 기다리는 시간보다 친구의 태도였다. 지인 씨의 친구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다. 그러다 딱 한 번, 지인 씨가 30분 지각한 일이 있었다. 이때 친구는 “네가 날 기다리게 했으니 오늘은 풀코스로 쏘라.”며 지인 씨에게 화를 냈다. 4년 내내 본인이 늦었음에도 커피 한 잔 사지 않던 친구는 마치 자기는 기다려서는 안 되는 사람인 양 지인 씨를 몰아세웠다.

    ■ 일방적으로 참아야 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이런 친구 하나씩 있지 않나?’ 생각이 들 만큼 흔한 사례다. 그런데 4년 내내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지인 씨 가슴에는 불쾌함, 의아함, 억울함이 차곡차곡 쌓였고, 기어이 병이 되고 말았다. 성유미 저자는 지인 씨 사례가 전형적인 관계의 불균형, 손해와 이익의 관계라고 말한다. “손해 보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주 꺼내는 주제 중 하나가 의외로 ‘약속 시각’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약속 시각만큼 두 사람 사이를 분명하게 정의하는 기준도 없거든요. 이유는 종속효과 때문이에요.” 기다리는 사람은 ‘가치가 덜한 존재’가 되는 반면, 늦게 오는 사람은 상대의 시간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영향력을 쥔 사람이 된단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지인 씨가 4년 내내 일방적으로 이 관계를 수용해왔다는 사실이다.

    ■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순간 초자아의 처벌에 시달린다
    4년 내내 참기만 한 지인 씨는 착한 사람일까? 제삼자가 보기에 “네가 호구냐?” 따져 묻고 싶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초자아가 강한 사람의 특징이다. 지인 씨 같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기다리는 것은 괜찮지만 상대가 기다리는 건 싫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죽기보다 싫다. 차라리 내가 기다리자.’ 정신분석에서는 이런 생각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순간 초자아의 처벌에 시달린다.’라고 표현한다. 늘 기다리는 사람, 매번 손해 보는 사람 중에는 이렇게 ‘초자아의 처벌’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진짜 착한 것이 아니다. 마음이 불편함에도 스스로 초자아의 처벌을 내리느라 참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없는데요. 이상하게 몸이 아프네요.”
    마음이 아프면 몸까지 병이 든다

    ■ 내가 내 감정을 모른다, 거짓자기
    지인 씨 같은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보통 자신을 탓하고 만다. ‘내가 소심해서 생긴 문제야.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 그럴지도.’ 언제나 그래왔듯 자신을 탓하고 마는 것이 그 순간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알지 않으면 같은 일은 반복되고, 관계는 진전되지 않는다. 급기야는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전환된다.

    “요즘요? 별일 없었는데요. 그런데 최근에 두통이 생겼어요. 원인을 모르겠네요.”
    “온갖 검사를 다했는데 이상이 없대요. 그런데 왜 소화가 안 되는 걸까요?”

    ‘거짓자기’ 증상의 하나다. 마땅히 느껴야 할 정서나 기분을 느끼지 못하다가 신체 이상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뒤늦게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된다. 분노에는 양성 분노, 음성 분노가 있다. 음성 분노는 화병처럼 감정 형태가 아니라 신체 이상으로 표현된다. 몸이 곯아 들어가는 것이다. 인간관계로 인한 불편함, 스트레스, 분노를 쉬이 넘기지 말고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신체 이상으로까지 왔다는 것은 팽팽하게 이어진 끈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끊어졌다는 뜻이니 말아다.

    ■ 가짜 친절에 속지 마세요
    명훈 씨는 1년 휴직을 신청했다. 그가 정규직이 되도록 힘써준 팀장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탓이다. 팀장은 짜증날 때마다 만만한 명훈 씨에게 분노를 쏟아냈다. 그러고 나서 마음이 풀린 후에는 세상에 다시 없을 사이처럼 감언이설과 애정을 쏟아내어 명훈 씨를 꼼짝못하게 만들었다.

    명훈 씨도 마음의 상처로 인해 몸이 망가진 사례인데 조금 더 특이하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애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짜 친절’이다. 팀장은 명훈 씨를 분노받이로 사용했다가 그다음에는 격한 애정을 표현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화를 낸 것이 미안해서 베푸는 진짜 친절이 아니라는 데 있다. 거기다 앞선상황을 잊게 할 만큼 ‘기대 이상’으로 잘해준다. 이런 과한 친절과 베풂을 받으면 자신도 모르는 새 다음 생각에 빠진다. ‘원래 좋은 사람인데 내가 뭔가 잘못했나 보다.’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데 말이야.’ 이렇게 합리화 아닌 합리화를 하며 당하는 본인 역시 ‘가짜 평화’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러니 명훈 씨도 자신이 괜찮은 줄 알았다고 한다. 휴직에 이를 정도로 마음과 몸이 망가지고 나서야 실체를 깨달았다는 얘기다.

    성유미 저자는 관계의 왜곡에 대해 지적한다. “당한 편에서 원인을 알아채고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때까지는, 이런 병적인 관계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요. 그들은 교묘하게 ‘채찍과 당근’을 함께 휘두르기 때문에 알아채는 것도, 그리고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점을 바꿔야 합니다. 가짜 친절에 초점을 두지 마세요. 가짜 친절을 100번 받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분노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게 중요해요. 초점을 여기에 맞춰야 합니다.”

    “네가 나를 이용하듯 나도 너를 이용할지 몰라.”
    정신분석 전문의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

    ■ 나는 친구일까 호구일까, 애매하다면
    진료실을 찾은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의 문제를 어렴풋이나마 알아채고 해법을 찾기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다수가 자신의 문제를 모른다. 심지어 아픈지도 모른다. 자신이 친구인지 호구인지 헷갈린다. 농담처럼 “탈탈 털렸어요.”라고 말하지만 무엇을 (시간이든 돈이든 공감이든 애정이든) 착취당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질문 하나를 스스로에게 던져보길 바란다. “내 마음이 불편한가, 그렇지 않은가? 나는 이 관계가 좋은가, 싫은가?” 여기에 대해 ‘아니오’라는 답이 떠오른다면 일단 그 대답을 붙잡아라. 왜 그런지, 어떻게 된 건지 당장 몰라도 된다. 내 마음이 No를 말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후 다음의 자문자답이 이어져야 한다. “이 관계는 공정한가? 그리고 쌍방향인가?”

    ■ 관계의 본질은 공정성 그리고 쌍방향
    저자는 관계의 핵심은 ‘공정함’과 ‘쌍방향’이라고 말한다. 관계의 균형을 얘기하려면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엇비슷해야 하는데 꼭 반반이 아니어도 60 대 40, 최소 70 대 30 정도는 되어야 쌍방향 관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용’이나 ‘착취’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자체가 거부감이 들지 모르나 공정한 관계가 무너진 상태라면 이용과 착취, 그것이 내 얘기가 아닌지 냉정하게 거리 두기를 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더 중요한 얘기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주고받는 것이 꼭 순수한 마음만이어야 할까요? 아닙니다. 보통은 ‘마음’을 주고받지만요. 동시에 ‘필요’를 주고받을 수 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는 순수해야 해, 우리는 관계의 순수성에 대한 강박이 있는데요.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요. 상대가 필요로 할 때 나를 내어주고, 내가 필요로 할 때 그를 이용하는 ‘주고받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여기서도 중요한 건 일방이 아닌 쌍방향, 그리고 엇비슷한 균형인 거죠. 그렇게 ‘마음과 필요’를 모두 나누는 관계가 가장 현실적인 관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마음과 필요’를 함께 나누는 관계에 대하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이용하고 이용당하고, 어느 누가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쩌면 상대를 비난하는 우리 마음에 다른 속내가 있을지 모른다. 나는 친구에게 ‘공감과 시간’을 내어주고, 대신 ‘인스타에 올리기 좋은 잘나가는 친구’를 얻었는지 모른다. 나는 선배에게 ‘인맥’을 내어주고 얻어낸 ‘착하고 귀여운 후배’라는 평판을 즐겼는지도 모른다. 동료의 경조사에 10만 원을 내는 속내는 어쩌면 ‘이 동료에게 잘 보이고 싶어’라는 미래의 이용가치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필요로 한다. 중요한 건, ‘상대를 이용하려는’ 자신의 속성을 수면 위로 떠올리고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반대로 ‘누군가가 나를 이용했을 때’ 그 즉시 상대를 단죄하지 않고, 제대로 관계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사람에 대한 혐오, 관계에 대한 좌절이 지나쳐 ‘단절’로 귀결되어선 안 됩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 수가 없으니까요. 너무 아픈 사람은 다음을 기약해야겠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함께 가야만 행복해집니다. 관계의 정리, 관계의 단절이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저자는 오래된 관계에서 오는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린 ‘관계의 주체성’을 찾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관계를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실은 오래된 관계를 겪어오면서 이모저모로 ‘당한’ 사람들의 상처에 더욱 주목했다. 그리고 그 너머의 치유 과정, 새로운 인간관계를 향한 도전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격려한다. 진료실을 찾지 못하는 더 많은 이들이 사람에 대한 ‘혐오와 좌절’에 빠지지 않고 ‘더 좋은 관계’를 찾아가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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