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구기 와 티옹오 소설의 최정점!
지난 20일 제6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의 대표작 『한 톨의 밀알』. 저자가 기존 판본의 오류를 바로잡고 내용을 수정한 최신 개정판을 반영하여 새롭게 내놓은 것이다. 1963년 12월 12일 케냐 독립일을 나흘 앞둔 시점에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 작품을 마우마우 운동을 비롯한 독립투쟁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케냐 근대사를 다룬 역작으로, 이전 소설들보다 훨씬 성숙한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있지만 주제나 소재 면에서는 연속성 및 유사성을 띤다.
소설은 케냐 독립일 직전, 평범한 농부 무고에게 마을의 원로 와루이, 무장독립투쟁의 영웅 키히카의 매제 기투아, 역시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여성 왐부이, 게릴라 활동의 주역 R장군과 코이나 부관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과거 경찰서장을 암살한 키히카를 숨겨주었고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채찍질당하던 여성을 구하다 강제수용소에 끌려갔으며 세계적으로 그 참상을 널리 알린 수용소 단식투쟁을 이끈 영웅적 인물인 무고.
이들은 무고에게 나흘 뒤 있을 독립일 기념식에서 연설을 해달라 청한다. 또한 이들은 키히카를 배반해 식민 당국에 넘긴 것으로 생각되는, 백인의 앞잡이로 일한 카란자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도 말한다. 한편 기투아는 키히카의 누이 뭄비와의 짧은 결혼생활 직후 수용소에 끌려갔다 6년 만에 돌아왔으나, 시어머니와 함께 힘든 삶을 이어오던 뭄비가 카란자의 아이를 낳은 뒤였다. 가족에게 돌아오기 위해 신념을 버리고 수용소에서 풀려나온 기투아는 배신감을 느끼며 마음의 문을 닫고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데…….
저자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백인들의 묘사를 통해 서구인들의 의식 속에 파고든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을 문제 삼는다. 특히 영국 지식인이자 군인 출신으로 경찰서장과 강제수용소 소장을 지내며 비인간적 행위를 자행한 존 톰슨의 비망록에는 폭력과 야만성을 용인할 수 없기에 식민지인들에게 채찍을 써야 한다는 모순적 사고가 드러나 있다. 이처럼 탁월한 언어적, 예술적 감각으로써 독립을 앞둔 식민지인들의 복합적인 심리를 묘파하여, 인간의 보편적 비극으로 빼어나게 형상화한 이 작품은 응구기 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최정점이자 세계문학사에 탈식민주의 흐름을 가져온 위대한 전환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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