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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귀환

  • 서동욱 (엮음)
  • |
  • 민음사
  • |
  • 2017-04-21 출간
  • |
  • 640페이지
  • |
  • 163 X 232 X 39 mm /1063g
  • |
  • ISBN 978893743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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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스피노자, 현대철학자들의 급진적 실험실

“나는 스피노자를 대면하고서 진정 놀랐고, 진정 매료되었다네! 나에게 이런 선배 한 사람이 있었다니.” ─ 니체

“스피노자, 철학자들의 그리스도.” ─ 들뢰즈

스피노자. 그의 이름은 ‘내일이 지구의 종말일지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거나 ‘범신론의 철학자’라는 통념과 묶여 있다. 더 이상의 앎을 차단하는 이러한 고정 관념은 스피노자가 살아서부터 겪은 오해와 적대의 연장선에 있다. 근대철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데카르트가 여전히 신의 보증에 기댈 때, 신 없는 인간의 자유를 역설한 스피노자는 당대 보수 세력에게 격렬한 증오를 샀던 것이다. 죽음 이후 스피노자는 계몽주의의 불씨가 되었지만, 이어진 독일 관념론과 현대 의식철학 속에서 올바로 알려질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눈부신 귀환은 이루어진다. 196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스피노자 연구는 오해와 침묵에 가려진 스피노자를 적극적으로 다시 읽는 ‘스피노자 르네상스’를 열었다. 들뢰즈가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시작해 자신의 철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스피노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한다는 사실은 단적인 예이며, 국내에도 점차 소개되고 있는 알렉상드르 마트롱, 마르시알 게루 등의 연구는 스피노자에게서 멋진 경구나 데카르트주의의 부속물이 아닌 체계 자체를 분석해 내는 길을 개시했다.
이러한 스피노자 재발견의 흐름 속에 국내에서도 2000년대에 접어들어 스피노자에 관한 책이 다수 출간되었다. 이 책 『스피노자의 귀환』은 그동안 국내 연구의 성과를 집약해서 한국 독자들에게 스피노자의 진면목을 소개하는 책이다. 프랑스 현대철학과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치밀한 연구로 널리 알려진 서동욱과 진태원의 기획 아래 백승영, 김은주, 김문수, 서동욱, 진태원, 박기순, 진태원, 조정환, 최원 등 국내 정상의 철학 연구자 8인이 현대철학과 스피노자의 긴밀한 관계를 추적하는 이 책은 오늘날 한국 철학계의 ‘역량’을 그대로 보여 준다. 더하여 책의 말미에는 프랑스의 철학자 피에르프랑수아 모로 그리고 앙드레 토젤과의 대담을 실었는데, 앞서 언급한 마트롱과 게루를 이어 현재 스피노자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로 꼽히는 모로와 토젤 두 학자는 연구자 김은주의 날카로운 질의에 답하며 스피노자가 현대의 연구로 어떻게 귀환했는지를 세밀하고도 넓게 그려 보이고 있다.
학문은 진보하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단순한 테제에 따르자면 가장 유효한 것은 현대의 철학이며 가장 올바른 것은 현재의 세계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철학자들이 스피노자에게 받은 영향을 열렬히 고백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과거의 사상이 가진 생생한 힘을 느낀다. 그리고 스피노자가 말했듯 나 자신이 “최선의 것을 보고, 그것을 긍정하지만, 최악의 것을 추구”(『에티카』)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 또 사람들이 “마치 구원인 양 자기 자신의 예속을 위해 싸우는”(『신학 정치론』) 모습을 목격할 때 스피노자가 맞서 싸운 ‘야만’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스피노자의 귀환’은 필연성을 얻는다. 지금 스피노자를 읽는 것은 인간을 움직이는 근본 원인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해, 그로부터 모두가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의 구상에 이르기까지 멈추지 않는 사유의 모험이다.

현대철학의 함선들은
스피노자의 등대를 따라 항해한다

이 책은 현대철학의 여명기에 선 세 사상가 니체, 프로이트, 하이데거에서 시작한다. 1부에서는 서구의 전통적 가치를 전복한 니체, 무의식을 발견한 프로이트, 정서가 가지는 근본적 의미를 간파한 하이데거 철학 속에서 스피노자의 흔적을 추적함으로써 어떻게 스피노자가 현대철학을 미리 달성하고 있었는지를 드러낸다.
2부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인 라캉, 들뢰즈, 푸코, 바디우의 쇄신에 개입한 스피노자를 보여 준다. 스피노자와 마주쳤지만 스피노자의 철학을 감당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주체 이론을 전개한 라캉, 초월적인 절대자를 제거한 스피노자적 내재성의 바탕 위에서 존재론을 구축한 들뢰즈, 스피노자의 이름을 내세운 연구를 수행하지는 않았으나 스피노자와 동일하게 실체성보다 관계의 관점에서 개체와 권력을 조망한 푸코, 스피노자가 명시적으로 말한 것 배후에 숨겨진 층으로부터 철학적 영감을 길어 낸 바디우를 탐구한다.
스피노자가 현대철학에 끼친 절대적인 영향력은 정치 철학 분야에 깊은 흔적으로 남아 있다. 3부는 현대의 대표적인 진보적 정치 철학과 스피노자의 마주침을 다룬다. 스피노자의 인간학을 배경으로 이데올로기론을 구축한 알튀세르, 유물론으로서 스피노자 철학이 발휘하는 정치적 힘을 다각도에서 탐구한 네그리, 스피노자에게서 자연학적·정치학적 아포리아를 발견하고, 이것을 예속에서 해방으로의 이행에 자리 잡은 불가결한 요소로 부각한 발리바르를 살펴본다.
4부는 현대 스피노자 연구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두 철학자 피에르프랑수아 모로 그리고 앙드레 토젤이 이 책의 독자를 위해 각자 수행한 두 편의 대담으로 구성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스피노자의 귀환’은 현대 프랑스 철학의 연구 토양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데, 이 두 학자는 스피노자가 어떻게 현대의 연구 토양으로 귀환했는지, 그리고 스피노자가 스며든 그 토양 속에서 어떤 문제들과 더불어 현대철학이 성장했는지를 세밀하고도 넓게 그려 보인다. 그 결과 우리는 이들 대담을 통해서 현대철학의 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한 매우 중요한 자료를 가지게 된다.
각 장의 앞에는 요약문을 실어 스피노자와 마주하는 철학자들의 세계로 보다 구체적이고 용이한 안내를 돕게 했다. 또 매 장 뒤에 참고 문헌과 별도로 그 장에서 다룬 철학자의 스피노자 연구물에 대한 안내 글을 붙여 향후 연구를 위한 길잡이로 두었다. 간단히 살펴본 각 논문의 요지에서 보듯 이 책은 스피노자를 긍정적으로 참조한 철학자만을 소개하고 있지 않으며, 이는 스피노자의 광맥을 보다 넓게 탐사하기 위함이다.




연보: 스피노자 혹은 사유의 혁명가

스피노자는 1632년 당시 유럽에서 가장 번성하던 도시 암스테르담의 유대인 공동체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다. 렘브란트, 베르메르, 하위헌스 같은 네덜란드 황금기의 예술가와 과학자가 동시대인이다. 공동체 안에서 전통적인 유대교 교육을 받는 한편, 자유주의적인 정신을 가진 스승 판 덴 엔던을 통해 라틴어를 체득하고, 데카르트 철학과 수학 등 근대 학문을 익힌다. 1656년 유대교 교리를 위협하는 사상을 가진 자로서 공동체로부터 파문된다. “오히려 잘됐다. 내가 떠나는 것이 예전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 나왔던 것보다 더 결백할 것이라 위로하며, 나는 나에게 주어진 길로 기쁘게 간다.”
파문 이후 유대 광신도에게 살해당할 뻔하기도 하나, 네덜란드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동료들과 교우하며 철학을 연구한다. 광학용 렌즈를 연마하는 직업으로 생계를 이어 가는데, 렌즈 세공에서 나오는 유리 가루는 그의 죽음을 부추긴다. 1661년 고유한 철학적 방법을 담고 있는 『지성 교정론』을 쓰지만 미완으로 남는다. 1663년 『데카르트 철학의 원리들』을 쓴다. 1670년 스피노자를 전 유럽에 유명하게 만든 책 『신학 정치론』을 익명으로 펴낸다. “국가의 목적은 자유이다.”라는 유명한 구절을 담은 이 작품은 당대 네덜란드 정치 현실에 개입해 사상의 자유, 교권으로부터 정치의 독립 등을 옹호하고 있다. 책의 저자가 스피노자라는 것은 바로 드러나게 되어 보수적인 세력들로부터 극심한 증오의 대상이 된다.
1672년 네덜란드 공화정을 이끈 드 비트 형제가 군중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되자 스피노자는 살해 현장에 ‘극악무도한 야만(Ultimi barbarorum)’이란 문구를 내걸려고 한다. 이후 보수적 종교 세력과 친화적인 오라녀파가 권력을 잡는다. 1673년 하이델베르크 대학 교수직을 제안받지만, 철학 함의 자유를 침해받을 것을 우려해 거절한다. 보수화된 네덜란드의 환경 속에서 1675년 대표작 『에티카』의 출판을 포기한다. 『에티카』는 탈신학화한 형이상학의 진수를 보여 주는 근대 합리주의의 대표작이다.
1676년 스피노자의 열렬한 독자이자 비판자인 라이프니츠가 며칠간 은밀히 스피노자를 방문하여 근대 철학의 대표자들 사이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집필 중이던 『정치론』을 미완으로 남긴 채 1677년 2월 44세에 폐병으로 사망한다. 그해 말 친구들이 스피노자의 『유고 전집』을 출판한다. 이후 스피노자 철학은 계몽주의, 독일 관념론, 낭만주의 비평 등의 발전을 자극했으며, ‘스피노자 르네상스’라고도 불리는 1960년대에 와서는 이 책 『스피노자의 귀환』이 다루고 있는 진보적인 현대철학의 형성에 절대적인 영감을 불어넣는다.

저자소개

저자 서동욱(엮음)은 벨기에 루뱅 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대 유럽 철학, 예술 철학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이와 타자』, 『들뢰즈의 철학』, 『일상의 모험』, 『익명의 밤』, 『철학 연습』, 『생활의 사상』 등을 쓰고 『싸우는 인문학』,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 등을 엮었다.

도서소개

스피노자가 돌아왔다. 철학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위대한 사상가의 귀환이다. 이성이 빛 발하는 근대를 연 스피노자는 그의 사유에서 절대적 영감을 얻은 현대철학을 통해 부활한다. 서동욱, 진태원을 비롯한 국내의 철학 연구자 8인이 니체, 프로이트, 하이데거, 라캉, 들뢰즈, 푸코, 바디우, 알튀세르, 네그리, 발리바르 등 현대철학자 10인으로부터 스피노자를 추적하는 『스피노자의 귀환』은 아직 어두운 시대에 스피노자의 눈부신 사유를 펼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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