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와 쓰기를 디자인하다
이 책은 편저자인 최영권 선생과 인문학교실에서 만난 학생 제자들이 5년여 동안 읽고 쓰고 생각을 나누고 키워 온 결과물이다. 26년여 동안 1만여 권의 책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강좌를 통해 인문학 보급에 힘써온 편저자의 작은 열매이자, 참여한 학생들의 사고가 이만큼 커졌음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인문학 디자인』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성인까지 모두 14명이 참여하였고, 고대 「일리아스」부터 오늘날 해체주의 문학까지 골고루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자의 원고는 1장 시작하는 글, 2장 줄거리 디자인, 3장 내용 디자인, 4장 맺는 글의 기승전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각 장의 특성은 건축과 커피에 비유할 수 있는데, ‘시작하는 글’은 건축자재와 원두에 해당되며 작품을 쓰게 된 동기, 작가 소개, 작품 개요와 편견을 안내한다. ‘줄거리 디자인’은 설계도와 에스프레소로, 소설의 구성단계에 따라 편중되지 않는 줄거리를 디자인하고, ‘내용 디자인’은 골조공사와 작품의 맛과 향에 대한 탐구로, 내용 중에서 대표적인 주제를 3∼5개 선정하여 깊이 있게 탐색한다. ‘맺는 글’은 자신만의 커피라고 할 수 있는데, 사마천의 「태자공자서」처럼 개인의 주장을 밝힌다.
과연 직접 썼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학생들의 글들은 학업에 바쁜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얼마든지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그저 독후감이 아닌, 자기의 생각을 주제에 맞게 펼칠 수 있는 논리적 글쓰기의 예로서 좋은 참고자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