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팔레트를 완전히 바꿔버린 파리의 색
파리를 여행하면서 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가 바뀌었다. 색채는
광대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이 도시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그 빛을 발한다. 외견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도시의 속살을 다채롭게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페인트칠한 가정집 대문이나 가게 입구, 멋쟁이 파리 여인들의 반짝이는 입술, 혹은 이 도시의 수많은 케이크
가게와 초콜릿 가게에 진열된 디저트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색채와의 만남은 예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p.11에서)
♦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파리의 무늬
파리에서는 수많은 기하학적 패턴과 유기적인 패턴 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꿈틀꿈틀 살아 움직인다. 이러한 패턴들은 세월의 더께가 앉은 통로의 바닥 타일이나 오래된 카페 벽면에 그려진 그래피티 벽화에서 계속해서
발견된다. 여러 날을 파리 식물원의 정원과 온실 속을 탐험하면서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 아파트로
돌아오는 내내 온갖 화초와 식물들이 추상적인 패턴을 이루며 춤추는 광경이 내 눈앞에서 어른거리곤 했다.
(p.43에서)
♦ 어디에서나 에펠탑을 볼 수 있는 파리의 원근법
파리의 전망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넘어 경외심마저 자아내게 한다.
내가 맨 처음 경험한 파리의 대박 전망은 어느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였다. 그 집에서는 거실
소파에서부터 부엌 싱크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창을 통해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찾아낸 이 도시만이 줄 수 있는 달콤한 원근법은... 팔레 루아얄 정원 분수대 난간에 두 발을
척 올려놓고 바라본 ‘조감 투시’ 샷이나 생마르탱 운하의
수많은 다리들 중 한 곳에 서서 1점 투시로 운하를 바라본 광경이다.
(p.93에서)
♦ 일상과 축제가 공존하는 파리의 리듬
나는 정원 분수대의 잔물결이나 센 강물 위를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들을 통해 시각적 ‘리듬’을 찾아냈다. 그러나
나는 좀 더 확장된 개념의 리듬에 완전히 압도되기도 했다. 어느 찻집에서 치르는 고요한 오후의 사적인
의식이든, 밤공기를 흔드는 아프로프렌치 음악의 강렬한 비트든, 또는
어느 카페에서의 사람 구경이든 간에, 나는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파리지앵의 일상적 에너지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리듬의 조사에는 나의 호기심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한
도시가 축제와 같은 특별한
의식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적인 의식을 통해 어떻게 활기를 띠는지에 대한 나의 샘솟는 호기심 말이다. (p.13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