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연구보고서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엄정한 학술적 개념정립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많은 인터뷰에서 얻어낸 풍부한 사례가 읽을거리이고, 그 속에서 우리 상황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필자가 소녀들의 집단 따돌림에서 얻어내는(혹은 풀어내고자 하는) 점은, 여자 아이들은 '대립'이란 것이 '여성성'과 어울리지 않아 억압하도록 배워왔기 때문에, 집단 따돌림 또한 공공연하거나 폭력적인 형태가 아니라 비밀스럽고 집요한 형태로 일어나며, 그러다보니 심정적으로 훨씬 큰 상처를 준다는 것.

이 통찰은 그닥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소녀들의 집단 따돌림을 소년들의 그것보다 대수롭지 않다 여기는 통념을 깰만한 것이다. 그리고 꼭히 집단 따돌림이 아니더라도 성장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겪은 많은 여성들이 무릎을 치면서 참조할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