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경미한 차 사고, 모든 것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의 불분명한 기억'의 문제를 특유의 몽환적인 언어로 탐색해온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장편소설. 한밤중에 일어난 의문의 차 사고를 매개로, 한 남자의 쓸쓸하고도 모호한 기억 속 풍경을 구체적이고 세밀한 언어로 복원해내고 있다. 소소한 사건으로부터 '나'와 '타자', 고독과 단절, 기억, 삶의 재구성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끌어내 교묘하게 얽어놓는다.
성년이 될 무렵의 어느 날 밤, '나'는 광장을 가로질러 가다가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차에 치여 쓰러진다. 갈색머리 남자의 신고로 여자 운전자와 같이 병원으로 실려 간 '나'는 그녀에게 기시감을 느끼고 그녀의 이름이 자클린 보제르장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의사가 호흡마스크를 씌우는 순간, '나'는 에테르 냄새를 맡으며 의식을 잃는다.
의식을 되찾았을 때, 옆 침대에는 그녀가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예정된 수순이라는 듯 간호사가 퇴원서류에 서명을 받으러 오고, 위압적인 느낌의 갈색머리 남자가 대뜸 '보고서'와 돈 봉투를 내밀고 사라진다. '나'는 돈 봉투를 돌려주기 위해 자클린 보제르장을 찾아나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