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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일포 1

사십일포 1

  • 모옌
  • |
  • 문학과지성사
  • |
  • 2008-05-30 출간
  • |
  • 384페이지
  • |
  • 153 X 224 mm
  • |
  • ISBN 9788932018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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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욕망과 쾌락, 소유욕으로 꿈틀거리는 신 중국을 향해
육신肉神이 된 소년이 쏘아대는 호쾌한 대포 마흔한 발


고기를 좇는 소년 뤄샤오통, 권력을 좇는 촌장 란 씨,
애정을 좇는 아버지 뤄통, 돈을 좇는 어머니 량위전…
그들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대작가의 진면목

중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모옌의 장편소설 『사십일포四十一□』(전 2권)가 문학과지성사에서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되었다. 『사십일포』는 모옌의 2003년 발표작으로, 21세기 이후 변모한 모옌 문학의 특징을 두루 갖춘 제3기 소설의 대표작이다. 모옌은 저널리즘에 가까운 중단편소설을 쓰던 초반과 『홍까오량 가족』등 가장 중국적인 농촌의 현실 문제를 다뤘던 중기를 거쳐, 21세기 이후 상상과 환상 공간 위에 동양사상(유·불·도)과 마르크스 사상을 절묘하게 배합한 일군의 장편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하는데, 『사십일포』는 그중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다.
도축 마을로 비유되는 신 중국의 모습은 돈과 권력 그리고 욕정을 향해 신들린 듯 질주하고, 육신肉神의 경지에 오른 소년 화자는 그들을 향해 ‘마흔한 발의 대포四十一4’를 쏘아댄다. 진실인 듯 시작했던 이야기가 돌연 환상적인 서사에 의해 가속을 얻게 되고, 어느 순간 독자들은 모옌 문학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현실과 환상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황당한 뻥’ 속에 담긴 ‘눈물 나는 진실’

모옌은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사십일포』를 창작하는 과정 중에 주인공인 “뤄샤오통은 바로 저였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던 속내도 많았을 터. 그는 자신의 ‘아동 시각’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어린아이들의 대장 격일 ‘뤄샤오통’을 통해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가로지르며 거대 서사를 우화처럼 녹여낸다. 스무 살 성인의 모습이 되도록 열 살의 정신연령을 버리지 않은 ‘영악한 화자’는 끝없이 주절주절 늘어놓는 이야기를 통해 현재 중국이 당면해 있는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그려내 보인다. 『양철북』 속의 주인공 ‘오스카’가 신체의 성장을 중지했다면, 『사십일포』의 주인공 ‘뤄샤오통’은 정신의 성장을 중지한 셈이다. 그리고 그가 목도한 것은 욕망과 쾌락, 소유욕 등으로 꿈틀거리는 신 중국의 뒷모습이다. 그러나 그 서술 방식은 단연 ‘모옌적’이다. 현실인가 하면 환상이고, 환상인가 하면 우화인 서술 방식을 통해, 모옌은 1990년대 이후 개방화된 중국의 모습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뤄샤오통이 진술하는 이야기가 막 시작될 때는 그런대로 ‘진실’이란 것이 약간 있지만, 그러나 뒤로 갈수록 점점 제멋대로 환상적으로 변하면서 임기응변으로 창작해 나간다. 일단 간곡하게 말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일종의 관성을 얻어 자신이 추진력을 얻어 스스로 앞으로 나아간다.” 즉 모옌은 화자를 이야기하는 하나의 도구로 삼고, 그를 통해 “목청껏 주장함으로서 진실하지 않은 모든 것들도 일체 ‘진실’로 바꾼” 셈인데, 이런 서술 방식을 통해 작가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고 있는 듯하다. “소위 작가란 다만 간절히 말하는 가운데 생존을 구하고 게다가 간절히 말하는 도중에 만족과 해탈의 과정을 얻는 것이다.”
모옌은 자신의 고향에서 허풍을 떨고 흰소리를 하며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포 소년’이라 부른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이 소설 『사십일포』는 마흔한 개의 ‘허풍·흰소리·거짓말’인 셈인데, 이 ‘황당한 뻥’을 통해 그가 구축한 세계는 개방화를 걷고 있는 신 중화인민공화국의 뒤안길이라고 볼 수 있다. 고기를 좇는 소년 뤄샤오통, 권력을 좇는 촌장 란 씨, 애정을 좇는 아버지 뤄통, 그리고 돈을 좇는 어머니 량위전 등등…… 물을 주입해 퉁퉁 불린 고깃덩어리가 상징하는 것은 단순한 고기가 아니라 ‘돈’이며, ‘욕망’이며, 또한 ‘권력’인 것이다.
기존의 모옌 작품들이 그의 고향 마을인 산둥 성 까오미 현을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소설 『사십일포』를 통해서 모옌이 상상 속의 도축 마을을 상정하고 그의 고향 마을을 살짝 벗어난 것은 특별한 사건일 법하다. 그렇지만 모옌 특유의 굵직하면서도 유연한 서사는 여전하고, 거기에 하나 더, 환상적인 묘사는 모옌 문학의 신기원을 예고한다.

중국어권 작가 중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모옌

한편 모옌은 현재 중국어권 문인으로서는 국내외가 공인하는 최고의 소설가이다. 2007년 9월에는 중국 문학평론가들이 뽑은 ‘최고 실력 작가’로 뽑히기도 했으며, 올해도 중국어권 작가 중에서 가장 유력한 ‘최초의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00년에 가오싱젠 시인이 노벨상을 수상하기는 했으나, 그는 당시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 지난 달에는 스웨던 정부의 공식 초정을 받고 스웨덴을 방문하기도 해, 그 어느 해보다 모옌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대해봄 직하다.

■ 모옌의 문학 세계
이미 근 삼십 년 세월 동안 문학 활동을 해오고 있는 중국 당대 작가 모옌의 문학 세계는 시대별로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된다. 중국 문단에 처음으로 선을 보이던 1980년대 초반에는 사회의 현실을 독자들에게 진실하게 보고하는 형식의 작품이 주로 발표되면서, 픽션이긴 하지만 저널리즘에 가까운 중단편소설을 창작하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선 뒤 모옌은 『홍까오량 가족紅高粱家族』 『풀 먹는 가족草食家族』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天堂蒜?之歌』 『십삼 보十三步』 등 일군의 장편소설을 출간하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명실상부하게 중국 당대 문학의 일인자 자리를 굳혔다. 이 시기를 모옌 문학의 중기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의 작품적 특색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고향인 산둥 성 까오미 현 둥베이 향을 기본 배경으로 깔고 농촌의 현실적인 문제를 포용하는, 의미 중심의 소설문학으로서 누구든지 해석 가능한 작품을 창작하였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모옌 문학은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기존의 작품들이 현실 공간에서 소재를 얻어 사회적인 문제를 고발하는 형식으로, 눈 밝고 입이 거칠며 민중의 애환을 후련하게 쏟아내는, 다분히 민중문학적 요소가 강했다면, 21세기 이후 그의 문학적 배경은 상상과 환상의 공간으로 과감하게 이동하기 시작하고, 거기다가 과거의 역사와 유사 이래로 중국 대륙 민중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온 유교, 불교, 도교 사상이 마르크스 사상과 어우러져 캐릭터의 페르소나persona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풍유비둔豊乳肥臀』 『탄샹싱檀香刑』 『사십일포四十一4』 『생사피로生死疲勞』 등 일군의 대하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모옌은 신역사주의 작가라는 평을 듣는다. 역사에서 소재를 발굴하되 기존의 역사소설이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반면, 모옌은 작가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역사를 재구성하고 무협소설의 구성처럼 다이나믹한 전개 과정을 통해 작품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무섭도록 빨려들게 하는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역사는 흐르는 것이며 유구한 흐름 속에서 일정한 주기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골계미학과 함께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박명애, 「참과 거짓, 허허실실虛虛實實과 실실허허實實虛虛, 그 경계선에서」 중에서)

■ 작품 줄거리
『사십일포』는 두 가지 이야기 축으로 전개된다. 그 하나는 스무 살의 청년 뤄샤오통이 우통신五通神 사찰에서 과거 열 살 무렵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란따 스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구조이며, 다른 하나는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와중에 우통신 사찰을 둘러싸고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다소 환상적인 장면 묘사와 더욱 호화로워진 ‘육식절肉食節’ 행사 등에 대한 서술이다. 대강의 스토리는 뤄샤오통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 위주로 전개된다.

도축 마을 성장史에 파묻힌 한 가정의 몰락史

‘나’ 뤄샤오통은 도축 마을에 사는 열 살 남짓한 소년이다. 아버지 뤄통은 ‘야생 노새 아줌마’와 정분이 나서 둥베이 지방으로 도망을 갔으므로, 나는 돈 모으는 것밖에 모르는 어머니 량위전과 함께 근근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도망간 남편에게 보란 듯이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고물을 수집하지만, 나는 도축 마을에 살면서도 고기 한 점 먹을 수 없는 현실이 애통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고기 먹기를 즐기고, 심지어 고기와 의사소통을 할 수도 있는 소년이기에, 나는 차라리 아버지와 야생 노새 아줌마네 식당에 가서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빨리 돌아와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구원해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고물을 수집하다가 일본제 박격포 한 대를 얻게 되고, 그것을 보배처럼 손질해서 보관하게 된다.

아버지가 다시 집을 떠난 사건이 썬캉에게 돈을 받는 일보다 더더욱 중요했던지 어머니는 모질게 그를 흘겨보고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썬캉의 자전거 짐칸에 장방형의 하얀 박스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박스에서는 기름기가 흘렀고 혀끝을 자극하는 향기가 풍겨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박스 속의 내용물을 금방 알아맞혔습니다. 그것은 돼지고기 볶음과 삶은 내장들이었습니다. 순간 제 머릿속에는 검붉은 돼지고기와 족발의 선명한 색깔이 떠올랐으며 푹 삶아진 돼지고기의 큰창자와 작은창자의 구불구불한 곡선이 연상되어 나도 몰래 군침을 삼켰습니다. 비록 이 아침에 우리집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큰일이 발생했지만, 고기에 대한 갈망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더욱 강렬해지고 말았지요.
‘하늘은 크고 땅은 넓다지만 란 씨의 입보다 크지 못하고, 아버지도 좋고 어머니도 좋다지만 고기보다는 못하다! 고기야! 고기! 지구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물건이여! 지구상에서 내 혼을 다 빼앗아 갈 수 있는 물건이여! 오늘 마음껏 너를 먹을 수 있었는데데 아버지가 두 번째로 집을 나가는 바람에 이 아름다운 일이 망가지고 말았으니 최소한 고기를 천천히 먹기라도 해야겠다. 다만 늦게라도 먹었으면 좋겠구나.’
(『사십일포』 1, 168~69쪽)

한편 마을에는 죽은 고기에 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축적하고, 그를 기반으로 권력까지 쥐게 된 촌장 란 씨가 살고 있다. 아버지가 바람나 도망간 후로 ‘나’의 집의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는 그는 어머니에게 다 고장 난 경운기를 주고 심지어 운전법까지 가르쳐주며 접근한다.
그럴 즈음, 도망갔던 아버지가 돌아온다. 정분났던 ‘야생 노새 아줌마’는 죽었고, 배 다른 여동생 쟈오쟈오를 데리고 돌아온 그는 거지 몰골에 다름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다시 가정을 이루고, 촌장 란 씨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여 가며 삶의 방편을 찾아간다. 마침 마을은 소규모 도축장 시대를 마감하고, 대단위 육류 가공공장을 짓는 와중이었다. 회장은 촌장 란 씨가 맡고, 고기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버지 뤄통이 공장장을 맡고, 어머니 량위전은 회계 책임자를 맡게 된다.
본시 란 씨 집안과 뤄 씨 집안은 대대로 불화가 깊었고, 란 씨와 뤄통은 젊은 시절 ‘야생 노새 아줌마’를 놓고 으르렁거렸던 사이이지만, 얼마간 그들은 평온한 시절을 맞게 된다. 특히 물을 주입한 소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는 즈음, ‘나’ 뤄샤오통이 죽은 고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고기에 물을 주입하는 아이디어를 내게 되며 그들의 결속은 최고조를 맞는다. 그리고 나는 어린 나이에도 ‘고기 씻는 도축장’의 주임이 되어 육류 가공공장 운영의 주역을 맡게 되고, 어른들과의 고기 먹기 시합에서도 이기는 등 ‘고기 소년’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준다.
한편 비도덕적으로 성장해가는 육류 가공공장에 염증을 느낀 아버지는 가축의 영혼을 달래주는 제단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데, 그 와중에 란 씨의 부인이 죽는 일이 발생한다. 어머니 량위전은 나에게 란 씨 부인의 관을 지키는 상제喪祭 역할을 강요하는데, 발인을 하는 날 란 씨 부인의 동생 쑤저우가 나타나 자신의 누나가 란 씨에게 모살되었다는 주장을 편다. 란 씨의 여자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이야기의 초점은 어머니 량위전을 향하고, 격분한 아버지는 도끼를 휘둘러, 어머니를 가격한다.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구속되었다. 나와 여동생은 거리를 떠돌며 란 씨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여동생마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죽고 만다. 이제 ‘나’ 뤄샤오통만이 홀로 남았을 때, 일찍이 일본제 박격포를 주었던 노인들이 나타나 포탄 마흔한 발을 넘겨준다. 나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공간을 오가며 마흔한 발의 대포를 란 씨를 향해 겨누고 쏘아대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포수 위치에 서서 화를 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 포탄을 밀어 넣었습니다. 마흔한번째 포탄은 천천히 하늘로 날아올랐는데 마치 줄 끊어진 연 같았죠. 그놈은 날고 또 날아서 천천히 정신을 잃은 듯하더니 완전히 목표를 잃었으며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어린 양처럼 동쪽에서 서쪽에서 날다가 나중에는 모두 귀찮은 듯 초성대에서 이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떨어졌습니다. 일 초가 지났지만 터지지 않았고, 이 초가 지났지만 터지지 않았으며, 삼 초가 지났는데도 터지지 않았습니다. 끝장이다. 또 더러운 포탄인 것이었습니다. 제 말이 아직 입에서 나오기도 전에 거대한 소리가 제 입을 막아버렸습니다. 공기가 떨리면서 낡은 솜털처럼 찢어졌습니다. 손바닥만 한 포탄 조각이 맑은 소리를 내면서 란 두목의 허리를 반 동강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사십일포』 2, 364쪽)

■ 모옌의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주인공 ‘뤄샤오통’은 우통신五通神 사찰 안에서‘란따’스님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할 때 자기 신체는 이미 다 자랐지만 자기 정신은 아직 완전하게 성장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바꿔 말하면 그의 신체는 이미 성년이 되었지만 그의 정신세계는 아직 소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런 사람은 백치와 아주 유사하지만 뤄샤오통은 백치가 아닌데, 만약 그가 백치로 그려졌다면 이 소설은 존재 가치를 잃었을 것이다.
성장에 대한 심리적 동기가 차단된 이유는 바로 성인 세계에 대한 두려움, 삭막한 인생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뤄샤오통은 흘러가는 소년 시절을 붙잡고 싶어서 끝없이 이야기를 시도하는데, 이 책의 작가는 기획한 글을 쓰는 것으로 세월의 바퀴를 붙잡으려고 한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기를 쓰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매달려 물속에 가라앉지 않으려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그런 행위를 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단지 자아를 잃지 않으려는 일종의 자기 위로의 한 방법에 불과하다.
소설의 주인공이 자신의 소년 시절을 독자들에게 간절하게 말하고 있는 듯하지만, 기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을 이용해 자신의 소년 시절을 창조하면서 또한 자신의 소년 시절을 붙잡아 두려는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입을 빌려 소년 시절을 새롭게 만들어가면서 늙어가는 인생에 항거하려는 것이며, 실패했던 것에 고군분투 저항하는 것이고 흘러가는 세월에 항거하는 것인데, 이것은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지닌 유일한 긍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생활 속에서 전혀 만족을 얻지 못하지만 간절하게 말을 하는 와중에 다시 만족을 얻는 것이다. 이것 역시 글을 창작해 나가는 사람이 자신의 실수나 자신이 저지른 죄악을 스스로 노력해 개선할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서사의 화려함과 풍부함으로 실제 생활의 삭막함과 성격적 결함을 보완하는 것, 이건 항구적인 창작 현상 중의 하나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창작 동기 속에서 『사십일포』가 서술하고 있는 이야기는 아주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이 작품 속에서 간절하게 말한 그것 자체가 목적이며, 간절하게 말한 그것이 주제이고, 간절하게 말한 그것이 사상인 것이다. 간절히 말하고자 하는 목적을 단지 간절히 말한 것이다. 만약 이 소설 속에서 반드시 확정적인 하나의 이야기를 들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그 하나의 이야기란 바로 한 소년이 끝없이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모옌, 「일체 간절히 말할 뿐」 중에서)

■ ‘옮긴이 해설’ 중에서
모옌의 장편소설 『사십일포』는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불특정한 독자들을 향해 간절하게 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주인공 ‘뤄샤오통’이 ‘큰스님’에게 자신의 지난 일대기를 진술하는 과정을 한 단락 읽다보면 누구든지 쉽게 인식할 수 있겠지만 난분분한 언어를 통해서 간곡하게 말해지는 순간 마치 말言에 바퀴가 달린 듯 둘둘 굴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주인공 ‘나’ 뤄샤오통은 이미 스무 살의 청년이지만 아직 정신 연령이 열 살 안팎의 소년으로 자신의 기억에다 상상력을 가미해 마구 떠들어대는데, 그의 간절한 진술을 진지하게 경청하다 보면 어떤 말이 현실이고 어떤 말이 허구인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인지 독자들을 혼돈케 한다. 이때 현실 세계에 체류하고 있다지만 ‘나’는 과거를 상기하면서 과거의 일을 현실화시켜 애절하게 말하는 순간 이미 과거 유년 시절의 ‘나’와 현재의 ‘나’가 혼재하게 된다. 현재와 과거의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실재하는 세계와 상상하는 세계까지 혼재하는 공간에 캐릭터가 자유롭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진실이라는 것과 터무니없는 거짓말의 경계선도 애매모호해지며 현실과 허구의 공간 역시 그 경계가 흐릿해진다. 또한 작가 모옌의 표현처럼 뤄샤오통은 청년이지만 사실은 청년이 아닌 소년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정신 연령대까지 그 경계선이 무너지는 것이 이 작품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내레이터가 지나간 스토리를 간곡하게 들려줄 때는 마치 문맹한 시골 마을 안방에 아낙네들이 수북하게 모인 가운데 글을 터득한 어린 아이 하나가 자신의 신산한 인생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의 이런저런 사연까지 마구 뒤섞어 아주 재미나게 들려주는 듯한데, 그 아이가 읽어대는 스토리의 진실성과는 무관하게 얘기가 진지하게 전개되면 솔깃하게 귀를 기울이면서 흡사 자신의 인생이 일체 방영된 것처럼 얘기를 진술하는 소년과 호흡을 같이 할 듯한 분위기가 이 작품을 읽어나가는 과정 중에서 느껴진다. 그만큼 『사십일포』의 말하기 방식과 스토리 전개는 소박하며 토속적이고, 고기 먹기를 즐기는 과거사를 서술하는 소년의 억양은 고저가 불분명하고 현실과 상상력이 혼재되어 있어 때때로 멍청한 일면까지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기에 작가의 예리한 비수가 보이지 않게 감춰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때의 비수란, 겉치레는 흐리멍텅한 소년의 입으로 두서없이 떠들어대는 듯하지만 당대의 사회 내지는 인간 욕망이 극도로 만연된 작금의 현실 사회를 노련하게 풍자하는 기법의 일종이라 하겠다. 새로운 소설 『사십일포』는 모옌의 기존의 어떤 작품보다 현실 사회를 풍자하는 측면이 강하다.
(박명애, 「참과 거짓, 허허실실虛虛實實과 실실허허實實虛虛, 그 경계선에서」 중에서)

목차

한국어판 서문

제1포~제26포

저자소개

작가 모옌
1955년 2월 17일, 중국 산둥성(山東省) 까오미(高密) 따란향(大欄鄕) 핑안춘(平安村)의 빈한한 가정에서 출생한다. 1961년 소학교에 입학하고 1976년 군대에 입대할 때까지 부랑자 같은 농민이었지만, 군 입대 후 1978년부터 소설 창작을 시작한다. 1981년 격월간지 『연지(蓮池)』에 단편소설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春夜雨11)」를 발표한 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며, 1984년 발표한 「황금색 홍당무(金色的紅蘿蔔)」(1985년 「투명한 홍당무(透明的紅蘿蔔)」로 개작)가 좋은 평가를 얻게 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1987년 그의 대표 장편소설 『홍까오량 가족(紅高粱家族)』을 출간했는데, 이 작품의 일부를 장이모우 감독이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제작해 1988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티엔탕 마늘종 노래(天堂蒜S之歌)』(1988), 『술의 나라(酒國)』(1993), 『풀을 먹는 가족(食草家族)』(1993) 등을 연이어 발표한다. 또한 그 후에도 장편소설 『풍유비둔(豊乳肥臀)』(1995), 『탄샹싱(檀香刑)』(2001), 『사십일포(四十一4)』(2003), 『생사피로(生死疲勞)』(2006) 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7년 희곡 「패왕별희(覇王別姬)」를 창작했고, 훗날 이 희곡은 무대에 올려져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두 달간 연속 공연되면서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삼십 년 내내 농촌 배경의 소설만을 창작하고 있는 모옌은 현재 중국어권 작가 중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옮긴이 박명애
단국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에서 중문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상하이 외국어대학원에서 번역문학을, 상하이 사범대학원에서 중국현대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1992년 『문학사상』에 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단국대와 베이징 어언 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했으며, 현재는 번역에 몰두하면서 쓰촨 외국어대학, 충칭 대학, 베이징 런민 대학, 중국노신문학연구원 등을 순회하며 한·중 당대 문학을 강연하고 있다. 중국 출간 저서로 『한국 당대 소설선&평전』 『한·중국 당대 청년문학 비교연구』 『실용 한국어』가 있고, 한국 저서로는 『계수나무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등 장편소설 두 권이 있다. 또한 한국 출간 역서로 왕조우성의 『성별: 여(性別: 女)』와 모옌의 장편소설 『술의 나라(酒國)』 『탄샹싱(檀香刑)』 『풍유비둔(豊乳肥臀)』 『풀을 먹는 가족(食草家族)』 『티엔탕 마늘종 노래(天堂蒜S之哥)』 등이 있고, 중국 출간 역서로 『분신인(分身人)』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랑(一個無政府者的愛情)』이 있다.

도서소개

마흔한 개의 '뻥' 속에 담긴 신 중국의 뒷모습!

중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모옌의 장편소설『사십일포』. 중국어권 작가 중에서 유력한 '최초의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작가 모옌이 2003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맞은 모옌 문학의 특징이 반영된 제3기 소설의 대표작이다. 모옌은 21세기 이후 상상과 환상의 공간 위에 동양사상과 마르크스 사상을 결합시킨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이 소설은 스무 살 청년이지만 정신 연령은 열 살 안팎인 뤄샤오통 가족의 몰락사를 그리고 있다. 뤄샤오통이 우통신 사찰에서 열 살 무렵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란따 스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런 와중에 우통신 사찰을 둘러싸고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환상적인 장면 묘사와 더욱 호화로워진 '육식절' 행사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모옌은 고기를 좇는 소년 뤄샤오통, 권력을 좇는 촌장 란 씨, 애정을 좇는 아버지 뤄통, 돈을 좇는 어머니 량위전 등 욕망과 쾌락, 소유욕으로 꿈틀거리는 신 중국을 상징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상상 속의 도축 마을을 배경으로 풀어 놓는다. 작가 특유의 굵직하면서도 유연한 서사,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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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은 자신의 고향에서 허풍을 떨고 흰소리를 하며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포 소년'이라 부른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사십일포』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소설은 마흔한 개의 허풍, 흰소리, 거짓말을 담고 있는 셈이다. 작가는 이 황당한 '뻥'을 통해 1990년대 이후 개방화된 중국의 모습을 호쾌하게 풍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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