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햇살이 따가워요. 귓가를 스치는 바람은 차갑고요. 길가의 풀잎들이 바스락거려요. 나뭇잎들은 빨갛게, 노랗게, 갈색으로 물들었어요. 가을이 깊어가요.
“알아맞혀 봐. 누구게?” 노을빛으로 곱게 물든 덤불 위로 쫑긋, 두 귀가 솟았어요. 귀가 길쭉한 걸 보니 틀림없어요. “토끼!” 책장을 넘겼어요. 귀여운 토끼가 고개를 쏙 내밀고 눈을 맞춰요. “맞았다!”
지난여름 싱그러운 초록 잎으로 얼굴을 가리고 “누구게?”를 외치던 장난꾸러기들 기억나세요? 이번엔 알록달록 곱게 물든 가을 숲에서 또 다른 장난꾸러기들이 몰려와 놀자고 합니다. 새빨간 단풍잎으로 얼굴을 가리고, 팔락거리는 감빛, 밤빛 나뭇잎 뒤에 숨어서 여러분들을 기다려요. 요모조모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숨어 있는 게 누군지 알아맞혀 보세요. 저기, 주황빛 나뭇잎 사이로 삐죽 나온 엄니를 보세요. 벌렁거리는 콧구멍을 보세요. 저건 누굴까요? 저쪽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뒤에 서 있는 커다란 덩치는요? 떡갈나무 이파리 가면 뒤에 숨은 건 또 누굴까요?
가을 숲을 오롯이 담은 아름다운 수수께끼 그림책
지난해 출간되어 어린 독자들의 사랑을 흠뻑 받은 놀이 그림책 《누구게?》의 자매편이 출간되었습니다. 전작은 초록빛 나뭇잎이 싱그러운 여름 책이었고, 《또 누구게?》는 가을 단풍으로 알록달록 곱게 물든 가을 책이에요. 단풍잎, 은행잎, 떡갈나무잎 등 여러 가지 색감의 나뭇잎 사진과 다양한 질감의 콜라주가 어우러져 화려하고 풍성한 가을을 그려냅니다.
나뭇잎으로 얼굴을 가린 동물들이 등장하는 두 박자 구조의 놀이 그림책이라는 점은 같지만 전체적으로 전작보다 난이도가 살짝 높아요. 직관적으로 답을 맞히게 꾸민 전작과는 달리, 그림 속 힌트를 차근차근 짚어가며 답을 유추하도록 글을 구성했어요. 어린 독자들이 그림을 보며 생각하고 추리하는 과정에 집중하도록 설계했어요.
등장하는 동물들은 토끼, 멧돼지, 곰, 다람쥐, 도마뱀 등으로 전작과 모두 달라졌어요. 그래도 사랑스럽고 활기찬 건 마찬가지지요. 주인공은 일 년 사이에 훌쩍 자랐어요. 아빠 대신 아주 멋진 친구와 가을 숲에 산책하러 왔답니다. 어떤 친구일지 알아맞혀 보세요.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영유아기 아이들을 위한 놀이 그림책입니다. 자연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수수께끼 그림책이지요. 이 책을 보고 나서 엄마 아빠랑 손을 잡고 가까운 공원에 가 보세요. 곱게 물든 나무들을 잘 살펴보세요. 빨갛게 물든 단풍잎 뒤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뒤에 누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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