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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근현대사

폴란드 근현대사

  • 브라이언 포터-슈치
  • |
  • 오래된생각
  • |
  • 2017-11-30 출간
  • |
  • 471페이지
  • |
  • 153 X 224 X 23 mm
  • |
  • ISBN 9791195282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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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폴란드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의 역사

순교정신이라는 역사관의 한계를 뛰어넘어
현실에 저항하거나 적응한 사람들의 숨결을 품은 역사



이 책은 유럽 북동부의 나라인 폴란드의 근현대 200년의 험난한 역사를 다룬다. 폴란드는 국가를 잃은 경험, 세계대전의 희생양, 군사쿠데타, 히틀러의 침공, 소련의 점령, 공산 독재로 점철되는 순교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비극적인 역사 때문에 폴란드는 수많은 역사가들에 의해 유례가 없는 특이한 나라, 집단적 희생자의 나라, 영웅과 희생자만이 진정한 폴란드인인 나라라는 고정 관념으로 일반화되었다. 그렇지만 폴란드에 순교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현실 세계에 저항하거나 적응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화려하기도 하고 초라하기도 한 사람,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며,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영웅과 비극에 대한 전통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역사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폴란드 근현대사의 주요 정치적 사건들을 보다 더 광범위한 사회 발전상과 나란히 배열한다. 지역, 문화 및 경제적 다양성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개인의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춘다. 종교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 간의 일상적인 관계, 바르샤바 게토의 현실,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 초에 공장 일을 시작한 농민들에게 스탈린의 산업적 확장이 의미한 것,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 남성성과 여성성의 개념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의 색다른 시선을 통해 폴란드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인식하는 동시에 생동감 있고 미세한 차이를 느끼게 해준다.

폴란드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은 어떤 것일까. 폴란드는 강제 분할과 외침으로 점철된 근대화 과정을 거친 나라다. 하지만 저자는 폴란드가 그런 특수한 국가여서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평범한 국가여서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감히 주장한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식민지와 신탁통치를 받은 수많은 나라들처럼 폴란드 역시 산업화, 전쟁, 냉전을 겪으면서 발전한 국가라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의 눈에 비친 폴란드는 전 세계를 놓고 볼 때 시대를 앞서가는 국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유난히 뒤처진 국가도 아닌 중간쯤에 위치한 국가였다. 역으로 자유·평등·정의와 같은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폴란드가 주류에서 벗어난 예외가 아니라 주요 열강의 국민마저도 그와 같은 가치를 제대로 실현시키기 어려웠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폴란드에 ‘정상(正常)국가’의 지위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을 집필한 이유라고 강조한다. 이는 역사적 피해자로 폴란드를 바라보던 기존의 일반적인 이미지를 여지없이 깨는 시각이다.

이 책은 또 다른 측면에서 폴란드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꾸어놓는데, 폴란드의 근대사는 동시에 사실상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의 근대사임을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이 책의 출발점인 1795년부터 독립 국가를 선포한 1918년까지 폴란드(공식 명칭은 폴란드-리투아니아 공화국)에는 폴란드인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인과 벨라루스인, 리투아니아인 및 다수의 소수 민족이 섞여 살았다. 폴란드의 위대한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는 벨라루스 태생이었고, 신화적인 독립운동가 피우수트스키의 고향은 리투아니아였다. 그렇다면 피우수트스키가 주창한 독립운동의 목표는 폴란드의 독립인가 리투아니아의 독립인가? 폴란드 공화국이 폴란드인에 의해 세워질 때 폴란드에 사는 다수의 비폴란드인(종족-민족적 의미에서)들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할까? 이것은 폴란드 민족국가 건설이 초래할 비극을 암시하는 지점이다. 저자는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독립국가의 탄생 과정을 서술하는 대신, 폴란드 공화국이 세워질 때 구성원들이 대외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고 대내적으로 어떤 고통이 뒤따르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한다. 다시 말해서 폴란드 내 여러 민족의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위한 다양한 운동을 기술하면서 민족 간 갈등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나아가 저자는 현재의 역사상을 그대로 과거에 투영하는 민족서사를 쓰는 대신, 역사의 과정에 동참한 주체들의 행위와 이면에 깔린 생각 및 온갖 핍박과 전쟁을 겪으며 생존투쟁을 벌였던 민중의 이야기를 민족사 내지는 국가사 서술에 담아냈다. 그래서 폴란드 독립운동이 귀족의 전유물로 치부된 사연을 소개하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쟁취한 독립국가 선포 이면에 깔린 여러 민족의 애환을 다루며, 너무나도 많은 희생자를 낸 레지스탕스의 옥쇄투쟁 ‘폭풍작전’을 비판한다. 이렇듯 궁극적으로 국가, 민족, 독립, 자유, 이념, 전쟁, 학살, 냉전, 성장 같은 개념들로 버무려진 민족서사를 넘어 인간의 숨결이 느껴지는 국가사를 그려낸다는 점이 이 책의 최고 미덕이다.

한편, 피해국의 관점에서 본 유럽 근현대사는 전쟁과 학살, 혁명과 숙청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공간이었다. 이 책에는 수없이 많은 희생자 수치가 열거되어 있다. 적게는 수십, 수백 명에서부터 많게는 수천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 통계가 즐비하다. 마치 국가와 민족의 대의 앞에 인간의 대규모 희생은 필연적인 과정처럼 보인다. 제1차 세계대전, 폴란드-볼셰비키전쟁, 우크라이나 집단아사(홀로도모르), 유대인 집단학살, 카틴 숲 학살, 바르샤바 파괴, 헝가리 시위대 진압 등. 저자는 건조한 이념 갈등이나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기술하는 태도보다 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민초들의 치열한 생존투쟁과 숙명적인 분노와 체념을 담아내는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다. 나아가 그는 폭력의 야만성이 열강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탄압하는 폴란드인, 나치의 힘을 빌려서라도 분리 독립하기 위해 폴란드인 십만여 명을 살해하는 우크라이나인에 관한 서술에서 저자의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역사인식이 돋보인다.

임지현 서강대 교수의 추천사를 인용해, ‘신의 놀이터’라 불릴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폴란드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국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읽고 쓸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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