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피곤할 때 읽으면 피곤이 풀린다.
그 어떤 코미디보다 재밌다.
이런 에세이 보신 적 있나요?
뜨거운 여름을 맛보고 싶은 삿포로의 작가 기타오지 기미코는 일본 내에서는 ‘작가들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작가들이 소재를 찾기 어려워 힘겨워하는 에세이도 술술 써낼 뿐 아니라, 특유의 재치 있는 문장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유쾌하기 때문이다.
섬세하게 일상을 관찰하고 솔직함과 유머를 담아 표현한 그녀의 문장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삶을 살고, 글을 쓰고,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의 당당함을.
기타오지 기미코의 에세이 <싫지만 싫지만은 않은>이 국내 출간하며 첫선을 보이게 되었다.
그녀는 왠지 싫기도 하고, 꺼려지기도 하고, 잘 못하기도 하고,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 느낌의 것들을 소재로 하여 에세이 한 권을 집필했다. 그러나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싫은 것도 같지만 애정도 듬뿍 담겨 있는, 싫지만 싫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섬세한 마음이 느껴진다. 또한 ‘싫은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쓴 글을 읽다보면 독자들도 깨닫게 된다. 일상의 많은 것들이 사실 ‘싫지만 싫지만은 않은’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삿포로 블랙 라벨 병맥주가 무척 당길 것이다!”
독보적인 스타일의 수필가 기타오지 기미코를 알게 된다는 건
출구 없는 매력 속으로 쑥 빠져들었다는 의미
추운 삿포로에 살지만 차가운 맥주를 좋아하고, 남들처럼 살지만 남들과는 다르게 쓰는 작가, 기타오지 기미코만의 스타일이 빚어낸 <싫지만 싫지만은 않은>을 읽다보면 투정과 애정 사이, 그 틈에서 솟아나는 엉뚱한 유머를 통해 틀에 박힌 일상도 시트콤처럼 재미있는 사건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관찰은 아주 세밀하고 특별하다. 이상해서 싫은 것(자신을 죽은 언니라 착각하는 엄마, 술 취한 후의 자신), 이해가 되지 않아 싫은 것(자동이 아닌 전자동 세탁기, 복잡한 분리수거), 맛없어서 싫은 것(굴, 식빵 테두리), 귀찮아서 싫은 것(고장 난 텔레비전) 등 이유도 다양하고 종류도 여럿이지만, 어찌 보면 타당한 저자의 싫은 것들 목록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싫은 것들에 대한 투정을 읽다 보면 어느새 애정이 느껴지는 묘한 기분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취향은 확실하게 밝히지만 싫은 것과 좋은 것에 고루 마음을 쓰는 작가의 여유 있는 삶의 태도 때문이 아닐까.
우울할 때 명약처럼 복용하고 싶은 문장이 가득한 <싫지만 싫지만은 않은>을 여러분에게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