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역사 앞에 우리는 올바르게 사고할 수 있는가.
중국 중심의 ‘편식’을 넘어선 시각으로 오늘날 중국의 문제점까지
도발적으로 분석한 ‘오랑캐’ 지식인의 눈!
‘중화 문명은 폐쇄적인 문명이며, 그 상징물이 만리장성이다’라는 지적이 있었다. ‘장성은 결코 중화민족의 위대한 상징이 아니다’ ‘다른 민족과의 경계를 흙벽 건설로 나타내는 폐쇄성을 타파하지 않으면 개혁개방도 불가능하다’는 게 당시의 논조였다. 이 건설적인 논의는 놀랍게도 1980년대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진행하고 있던 중국 안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곧바로 장성 재인식론은 정치적으로 비판받고, 문제시됐다. ‘중화문명에 폐쇄성은 없으며, 옛날부터 쭉 위대했다’라는 자기중심 사관이 주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 자기중심 사관이 만들어낸 역사의 ‘찬탈’은 1990년대 현대 중국에서도 이루어졌다. 그때까지 중국에서는 <당나라 왕 이세민>이라는 드라마가 유행했고, ‘우리 한족의 중국 역사에서 가장 번성했던 때는 당나라 시대였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당나라가 한족이 아닌 탁발·선비인이 수립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중국 내에서 당나라를 격찬하는 일은 사라졌다.
이 책의 저자는 자기중심 사관으로 똘똘 뭉친 ‘중화사상’에 대해서 중국이 국제적으로 개방되고 한층 더 발전을 이룰 가능성을 묶는 ‘족쇄’라고 말한다. 또 ‘만약 중국이 21세기에 세계를 이끄는 대국의 하나가 되고자 한다면 과거 당·원·청 같은 국제적이면서 다른 민족, 다른 문화의 영향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가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그때야말로 두보와 이백의 당시(唐詩)가 그랬던 것처럼, 지나 문명의 잠재력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점점 권력의 일원화와 사상적인 동화 압력을 강화하기만 하는 현재 중국에게 그런 행보를 기대하는 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고 염려한다.
이어 ‘사실에서 눈을 돌리고 자신들의 바람을 일방적으로 표명해서 우위를 확립하려는 심성은 지금도 이어져서 중화 문명이란 고질병이 된 느낌이 든다’고 말하며 이것은 그들이 역사를 대하는 방식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티베트와 몽골은 청나라의 일부였기 때문에 지금도 우리의 영토’라며 현재의 침략적 지배와 착취를 긍정하는 논리에도 이용한다는 데 있다. 그들은 ‘한족’이 아닌 ‘중화민족’을 표방하며 소수민족을 포섭해 동화하려는 정책으로 또 다른 대립을 낳고 있다. 예를 들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는 한인과 위구르인의 결혼을 반강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곳은 과거에는 다양한 민족을 통합해서 위구르인이 800만 명, 한인 1,000만 명으로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무슬림은 무슬림끼리만 결혼하기 때문에 무슬림에 관대하지 않은 중국 공산당이 위구르를 무너뜨리는 정책으로 반강제 결혼을 이용한 것이다.
‘중화사상’의 협소한 시야는 중국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까지 만들어 냈다. 저자는 ‘만약 구단선(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 독자적으로 설정한 9개의 경계선)까지는 중국의 영해라는 주장이 통하면, 다음은 당연한 것처럼 말라카 해협까지가 중국이라고 확장’할 것이라 경고한다.
이렇게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왜곡시킨 역사 앞에 우리는 올바르게 사고하고, 판단할 수 없다. 이제는 그동안 일방적으로 주입해 온 중국 중심의 ‘편식’을 넘어서 제대로 된 역사와 만날 때다. 이 책을 통해 ‘성벽’으로 막힌 중국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전체, 나아가 세계로 시야를 넓혀 역사를 바라보면, 제대로 된 중국사와 더불어 오늘날 중국이 만들어 내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