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화로 정성껏 그린 그림책
아이들은 어른보다 엄격하고 세심한 눈을 지닌 존재입니다.
포도를 먹다가 아기가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에 있는 포도 그림을 가져 와서 엄마에게 보여 준다고 해요. 우리가 먹는 포도하고 책에 그려진 그림이 똑같이 생겼으니까요.<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에 실린 세밀화는 우리 둘레에서 만나는 자연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요. 짐승의 털 하나, 곡식의 까끄라기 하나도 섬세하게 살아 있어요. 또한 부드럽고 고운 세밀화는 아기들의 정서를 부드럽게 가꿔 줍니다. 이야기 밑에 실린 그림은 아기들에게 호기심을 일으키지요. 어머님들이 아기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읽어 주면 아기들이 금방 재미있어할 거예요.
도형화된 생명체를 진짜 생명체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자라서도 생명체들을 잘 구별해 내지 못하기에 가끔 교외에서 다른 동물이나 벌레들을 보면 친밀감을 가지기에 앞서 공포심을 느끼게 되는데 자연은 꼭 필요한 것을 생략하지도 않고 군더더기를 허용하지도 않기에 좀 세밀하다 싶어도 자연의 모습을 제대로 담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그림책이 아이들을 자연과 생명의 세계로 연결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지요.
아기들이 쓰는 입말을 살려 쓴 책
말을 처음 배운 아기들이 자주 쓰는 말이 뭘까요. 이 책에서는 아기들이 쓰는 말들을 골라 썼어요. 아기들의 행동 언어 발달 과정에 따른 글을 실어 아기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지요. ‘엄마’, ‘아니’, ‘안녕’, ‘주세요’, ‘냠냠’처럼 아기들이 잘 쓰는 말로 써서 아기들이 알아듣기 쉽고 따라하기 쉬워요. 이 책은 쉬운 말로 짧고 재미난 이야기를 엮었어요. 동물과 식물의 이름을 죽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 엮어 놓았지요. 이런 구성은 아기들이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뿐 아니라 상상력과 감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요.
튼튼하게 만들었어요
어린 아기들은 책이든 뭐든 다 물어뜯지요. 이 책은 두꺼운 종이로 튼튼하게 만들어서 아기들이 물고 잡아뜯어도 잘 찢어지지 않아요. 책 둘레를 둥글게 깎아서 아기들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했어요. 또 너무 크거나 무겁지 않아서 아기들이 들고 보기에 좋아요. 어머님의 가방에도 쏙 들어가지요. 케이스도 단단하게 다시 만들어, 오래도록 책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 열다섯 권 모두가 만들어지기까지는 꼬박 4년이나 걸렸어요. 처음 책을 만든 뜻은 우리 곁에 사는 토박이 동물과 식물을 책으로 엮어 보자는 뜻이었지요. 아기들에게 낱말을 가르치는 책은 많이 있지만 정작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곡식이며 짐승, 물고기 따위를 보여 주는 책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아기들이 쓰는 쉬운 말들을 골라서 짧은 이야기를 엮고 화가 분들에게 그림을 부탁했지요. 화가 분들이 그림을 그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식물이 나고 자라는 때를 놓치지 않아야 했고 찾기 어려운 동물은 직접 찾아가서 보고 그려야 했으니까요. 또한 물에서 건져 올리는 순간 보호색이 작용하여 몸의 색깔이 순간순간 바뀔 뿐더러 끊임없이 펄떡이며 움직이고 있어서 전체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려면 참을성 있고 애정어린 관찰과 매운 눈썰미, 정교한 그림 솜씨가 요구되는 일이었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그렇기에 1995년 제 16회 ‘한국어린이도서상’(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았고 여러 단체와 언론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열네 명이나 되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다섯 분이 세밀화를 그리고 아홉 분이 삽화를 그리셨습니다. 세밀화를 그린 화가는 살아 있는 생명체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고 정확하게 담아 내려고 애를 쓰셨고, 삽화를 그린 분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이 분들은 모두 미술 대학에서 동양화와 서양화를 전공하시고 여러 해 동안 아이들을 위해 좋은 그림책을 그려 온 분들입니다. (세밀화: 권혁도, 윤봉선, 이제호, 이태수, 정태련/ 삽화: 김성민, 박경진, 박영신, 변정연, 서은영, 심은숙, 유진희, 차정인, 최호철) 오랜 시간 동안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어린 아기들이 이 책을 보고 우리 땅에서 사람들과 함께 사는 동물, 식물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