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시대의 필수 교양,
천문학의 세계로 초대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과학 지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교양이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올바른 과학 지식이 공유되어야만 해결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문제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과학이 고유의 영역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우주와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탐구하는 천문학도 우주 시대를 앞둔 현대인들이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과학 지식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하늘을 관측하고 기록해왔던 천문학자들의 노력이 인류의 과학 발전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인류의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알게 된다면 희미한 별빛을 쫓는 천문학자들의 순수한 탐구심에 누구나 깊은 경의를 표하게 될 것이다.
《별, 빛의 과학》은 천문학의 핵심 키워드들―관측, 망원경, 빛, 우주 탐사 등―을 통해 천문학에 대한 대중의 지식과 이해를 넓히는 과학 교양서이다. 특히 천문학에서 ‘관측’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관측 기기의 발달과 함께 새롭게 발견된 우주의 모습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성장해온 역사를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빛의 성질에 대한 논쟁―빛 입자설과 파동설의 대립―과 빅뱅 우주론의 등장, 중력파의 발견, 우주 탐사를 통한 외계 행성 찾기까지 천문학의 역사를 짧지만 굵게 훑어볼 수 있는 주제들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또한 젊은 천문학도로서 인공지능의 발달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천문학자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통해 인간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발굴 프로젝트인 ‘페임렙 코리아’의 첫 우승자이기도 한 저자는 한 사람의 천문학자로서 우주를 연구하는 일뿐 아니라 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과 감동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망원경을 들고 나가 밤하늘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별 보기를 권하고 동료들과 함께 잡지를 기획해 천문학 관련 글을 쓰며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장소 불문 달려가 사람들을 만나다. 《별, 빛의 과학》 또한 그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쓰인 책이다. 저자와 같은 젊은 천문학자들의 열정이 아직은 많이 부족한, 천문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투자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지동설 스캔들부터 우주 가속 팽창의 발견까지
인류의 우주관을 바꿔온 천문학자들의 별빛 추적기!
우주는 인간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기 시작한 먼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관찰과 사색의 대상이었다. 당연히 천문학의 역사도 그만큼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밤하늘을 통해 우주를 관측하는 천문학자의 임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왜 하늘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보이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천문학의 역사는 관측 기술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우주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천문학자들의 분투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이 하늘에서 주목하는 것은 밝게 빛나는 별빛이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 대한 지식은 대부분이 이 별빛 통해 밝혀졌다. 천문학자들은 별빛을 분석해 지구에서 별까지의 거리를 재고 별이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파악한다. 직접 우주 구석구석을 가지 않고도 우주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17세기 초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한 이래 더 뛰어난 성능의 망원경을 만들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거대 망원경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망원경의 크기를 아무리 키워도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파장의 빛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주를 관측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는 18~19세기에 걸쳐 자외선, 적외선, 엑스선 등의 새로운 빛들이 발견되면서 비로소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별빛을 관측하는 데는 또 다른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지구의 대기다. 지구 대기는 특정 파장의 빛만을 통과시키기 때문에 다양한 빛의 형태로 전달되는 우주의 정보를 지상에서는 관측할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독일의 로켓 과학자 한스 오베르트의 우주 망원경 아이디어다. 이 아이디어는 1990년 허블 우주 망원경을 통해 현실화되었는데, 이후 여러 종류의 우주 망원경들이 별들이 뿜어내는 다양한 빛을 잡아내면서 우리 앞에 전혀 새로운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1~4장은 천문학에서 ‘관측’이 가지는 의미와 빛의 물리적 성질이 규명되는 과정, 가시광 외의 다양한 빛을 발견하면서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된 천문학의 역사를 흥미로운 천문학적 사건들을 통해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1장 ‘천문학, 관측의 과학’에서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뒷받침하는 천문학계의 발전 과정을 지구 중심 모델과 태양 중심 모델의 대립, 나선 은하 논란, 가속 팽창 우주의 발견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주며 관측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천문학이 하는 일은 그저 하늘에서 관측되는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일 뿐, 진짜 우주의 실체를 밝혀내는 일은 애초에 무리이며,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더욱 관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힘주어 말한다.
천문학의 현재와 미래
우주를 향한 끝없는 모험의 역사
밤하늘을 바라보며 광활한 우주를 상상하면 존재론적 물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우주의 시작과 끝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대체 이 우주 어디에서 왔을까, 이 넓은 우주에 지적 생명체는 과연 우리뿐일까? 우리 몸속에 수천 년 동안 전해져온 ‘천문학적 유전자’가 던지는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매일 밤하늘을 탐색해왔고 이제는 우주 공간에 우주선을 보내 직접 우주를 탐사하고 있다.
이 책의 5장과 6장은 20세기 이후 진일보한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별과 행성을 연구해온 천문학의 역사를 훑으며 우주와 지구의 나이, 태양계 형성에 관한 실마리가 어떻게 풀려왔는지를 이야기한다. 또 지구인의 다음 정착지로 태양계 행성과 위성들을 알아보기 위해 보낸 탐사선들이 보내온 놀라운 사실들과 지구를 닮은 ‘슈퍼 지구’, 외계 행성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이 고안한 기발한 방법들에 대해 들려준다. 과연 인류는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우주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도전의 역사를 보면 곧 그 꿈을 이룰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 7장은 관측 천문학의 현주소와 앞으로 천문학 연구에서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고민이 담긴 장이다. 20세기 초 하늘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들을 정리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남성 과학자들은 여성 계산 노동자―컴퓨터―들을 고용해 문제를 해결했는데(물론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여성 컴퓨터들은 단순히 계산만 한 것이 아니라 현대 천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놀라온 연구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제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데이터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빅 데이터 사이언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과, 시민 과학을 표방하는 갤럭시 주 프로젝트 등을 통해 천문학계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 앞에서 인간으로서 느끼는 무기력을 솔직히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의 힘’을 강조하며 우리 스스로 ‘자가 번식 천문학자’, ‘천문학적 인류’가 되어 천문학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