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에 갇혀 본 적 있나요?
어느 날 수잔나 카할란은 잠에서 깨어 보니 낯선 병실에서 침대에 묶인 채 감시를 받고 있는데 몸을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본인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한 달간의 입원에 대한) 그의 의료기록에는 정신증, 폭력, 위험한 불안정성이 기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그는 건강하고 야심만만한 스물네 살의 여성으로, 처음으로 애인과 진지한 관계로 접어든 지 여섯 달이 되어 있었으며, 신참 기자로서 활기차게 경력을 쌓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당신의 뇌에 불이 났습니다
수잔나의 놀라운 회고록에는 그의 병이 급속히 진행되는 과정과,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의사 중 한 명이 다행히도 최후의 순간에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몇 주의 시간이 째깍째깍 흘러가는 동안 수잔나는 폭력적인 상태에서 긴장증 상태로 영문 모를 변화를 겪는데, 100만 달러가 넘는 비용이 든 혈액검사와 뇌 정밀 검사에서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지칠 대로 지친 의사들은 금방이라도 그를 정신병동으로 보낼 듯했고, 사실상 불치 선고를 내려 평생을 정신병원에서 보내거나 조만간 죽음을 맞게 할 듯했다. 그때 기적적으로 수헬 나자 박사가 치료팀에 합류했다. 그는 수잔나에게 간단한 그림을 하나 그려보게 했고, 그 그림을 단서로 삼아, 수잔나가 한 신종 자가면역질환에 걸려 몸이 뇌를 공격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지금 그 병은 역사 속의 온갖 ‘귀신 들림(demonic possessions)’ 현상의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항NMDA 자가면역성 뇌염
수잔나는 여러 개의 병원을 거치며 알코올 중독, 발작과 정신증이라는 진단명을 거쳐 나중에는 “원인 불명의 뇌염(encephalitis of an unknown origin)”이라는 답답한 진단만을 받았다. 하지만 수헬 나자(Souhel Najjar) 박사가 치료팀에 극적으로 합류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냈다. 1987년에야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 등재되어 현재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치매 환자들의 뇌의 문제 영역을 진단하는 데 쓰이고 있는 시계 그리기 검사를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나자 박사는 수잔나의 뇌 우반구에 염증이 생겼다는 구체적 증거를 얻었다. 결국 뇌 생검을 실시했고 드디어 제대로 된 진단명을 얻었다. 바로 “항NMDA 자가면역성 뇌염”이다.
생존자의 죄책감
항NMDA수용체 자가면역성 뇌염은 희귀하긴 하지만, 약 5,000만 명의 미국인이 앓고 있는 100여 가지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다. 그런 엄청난 환자 수는 지난 30년간 세 배 이상 증가해 이른 수치다. 자가면역질환에 걸리는 사람 중 놀랍도록 많은 대다수―약 75퍼센트―는 여자이고, 이런 질환에 걸리는 여자 수는 각종 암에 걸리는 여자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자가면역질환은 아마도 여성 전 연령층에서 장애 원인 1위일 것이다.
수잔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은 사람과 나누는 일을 사명으로 삼았다. 그래서 여러 대학교, 병원, 정신병원을 방문해 자신의 사례를 소개해 왔다. 그리고 자가면역성뇌염동맹(Autoimmune Encephalitis Alliance)이라는 비영리 재단의 설립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 단체에서는 연구와 인식 확산에 힘쓰며, 모든 사람이 자신이 받았던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더 상세한 정보는 다음 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다.
www.aeallianc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