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방은 어떤가요?’
제대로 먹기 위한 요리 초보 탈출 프로젝트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생활습관이 달라지면서 현대인들에게 ‘제대로 차려 먹는 한 끼 식사’는 사치가 된 지 오래다. ‘너무 바빠서’ ‘번거로우니까’ ‘자신이 없어서’ ‘사 먹는 게 더 편하고 싸다고 생각해서’ 등의 이유로 요리와 음식의 기초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는 정성껏 차려 먹는 식사에 대한 열망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패스트푸드에 중독된 참가자의 식습관을 두고 “젊을 때는 어느 누가 식습관을 걱정하겠는가? 젊음만 있다면 고당도 · 고지방 · 고염 식습관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라며 사먹는 음식에 너무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생활습관을 지적한다. 또한 사회가 이처럼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요리에 익숙하지 않아 식습관이 엉망인 사람들이 겪는 건강이나 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짚어내고 있다.
마트에서 만난 그 여성도 요리를 할라치면 자신감도 기술도 부족한 것이었다. 그녀는 식재료를 저녁으로 바꿀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고 그 결과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제한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요리를 할 수 없다고 하면, 이익을 최대한 많이 남기는 데만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에 휘둘리도록 자신을 몰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본문 39쪽)
이 책에 등장하는 쿠킹 클래스 참가자들은 저마다 다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61세의 심리학자 트리시는 기본기는 갖췄지만 망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요리를 무서워한다. 20대 여성 새브라는 컴포트 푸드(자신이 안전하고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만드는 음식)인 패스트푸드와 청량음료에 중독되어 요리에 쓰는 시간을 아까워했고, 일본계 미국인 조디는 어머니와 같은 삶을 강요받기 싫어 의식적으로 요리를 피해왔다. 이 밖에도 너무 피곤해서, 주머니 사정이 나빠서, 단순히 배운 적이 없어서 요리와 멀어졌던 참가자들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식습관을 바꾸고 요리와 친해지고 싶다’는 것. 저자는 참가자들의 주방을 찾아가 그들이 평소에 어떻게 먹는지, 주방 찬장과 냉장고 상태가 어떤지를 살핀다. 그러고 나서 요리에 관심은 있지만 기초적인 도구와 기술이 부족한 참가자들을 위해 ‘칼질 쉽게 하는 법’ ‘남은 재료 활용하는 법’ ‘고기 해체하기’ ‘식재료비를 아끼는 장보기’ 등 도구와 재료를 손질하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과 간단하게 써먹을 수 있는 요리 비법들을 풀어낸다.
레시피에는 없는
맛있고 건강한 요리의 비밀
레시피를 복음서처럼 믿고 따라하지만 매번 실패하고, 뭔가 만들어 먹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요리 초보자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요리를 잘하기 위해 살림의 고수가 될 필요는 없어요.” “누구나 마늘을 다지고 양파를 썰 수 있습니다.” “프랑스 요리의 대모라 불리던 줄리아 차일드조차 방송에서 감자를 떨어뜨리고 뒤집기에 실패하기도 했죠.”
나는 줄리아 차일드가 프라이팬 크기의 감자 부침개를 뒤집으려고 했던 [프렌치 셰프] 에피소드를 찾아봤다. “뭔가를 뒤집을 때에는 할 수 있다는 용기만 가지면 됩니다.” 입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얼굴에서는 모든 것이 제대로 될 거라는 확신이 그리 읽히지 않았다. 줄리아는 팬을 한 번 흔들고 과감하게 뒤집었지만 감자 부침개는 팬 바닥에 단정하게 착지하지 못하고 내용물의 절반이 가스레인지 위로 후두둑 떨어졌다. 그녀가 떨어진 조각들을 살펴보며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뒤집을 때 가졌어야 했던 용기를 갖지 못했어요. 그러면 그냥 이렇게 주우면 되는 거죠. 게다가 주방에 혼자 있으면 누가 보겠어요.” (본문 42쪽)
이 책은 자신을 위한 요리, 가족에게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는 요리를 만들고 싶은 독자들에게 “망치면 뭐 어때?” 하는 용기만 있으면 누구나 훌륭한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워준다. 클래스 참가자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그들이 요리 장벽을 허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만의 주방을 계획하고, 엄청난 걸작이 아니라도 신선한 재료로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클래스가 끝난 후 참가자들의 삶에 찾아온 작지만 확실한 변화처럼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 먹는 단순하고도 특별한 일상과 마주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