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마음속 ‘담요’가 있습니까?”
오색찬란 일곱 마리 고양이의 묘(描)한 힐링!
*블랭킷 캣 대여 규칙*
하나, 기간은 2박 3일. 구입 불가.
둘, 낯선 곳에서도 잠들 수 있게 해주는 담요는
절대 버리거나 세탁하지 말 것.
아이가 없으니 생활이 지나치게 ‘청결’하기만 해서 고양이를 키울까 고민 중인 40대 부부, 30년 일했던 회사의 공금을 횡령하고 고양이와 도피행에 나선 독신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처지이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고양이만은 키우고 싶은 ‘N포 세대’ 청년, 치매 앓는 할머니에게 옛 고양이와 닮은 고양이로 눈속임해보고 싶은 가족……. 그들에게 주어진 단 사흘, 영리하고 신비한 대여 고양이는 답이 되어줄 수 있을까?
오늘도 먼지처럼 살아낸 어른아이들의 성장통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시게마쓰 기요시의 따뜻한 위로
『블랭킷 캣』에서 고양이가 어디서든 잘 수 있는 것은 새끼 시절부터 함께한 담요가 있기 때문이며, 고양이를 빌린 사람들은 각자의 담요, 즉 자신 안의 부드러운 부분과 강한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학교폭력, 노인문제, N포 세대, 정리해고와 실업난, 불임 등 현대인들이 살면서 한 번은 맞닥뜨리는 문제를 ‘대여 고양이의 담요’와 엮어 보편적이면서도 강력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사흘 동안 문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솔직한 질문과 현실 직시에 다다르는 이야기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또한 완벽하지 않은 인물, 도덕적으로 결함 있는 인물도 단죄하지 않고 화해와 포용을 모색하는 작가 시게마쓰 기요시의 진면모가 이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공금을 횡령한 다에코는 반복된 결혼생활 실패로 좌절한 데다 암까지 선고받은 여자고, 왕따의 가해자로 지목된 고지는 아버지의 터무니없는 기대로 힘겨워했다. 정리해고당한 아버지가 집을 팔기 전 아들딸에게 추억을 만들어주려고, 가족들이 치매 걸린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처럼 각자 자기만족을 위해 고양이를 빌리는 인물들은 나약하지만 선량한 소시민들의 표본이다.
『블랭킷 캣』은 고양이를 전면에 내세운 듯 보이지만 사실 고양이와 살아가는 ‘사람’의 치유와 성장이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는 사람이든, 7편의 단편에서 때론 잔잔하고 때론 강렬한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