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영혼에 위로가 되는 음식을 소재로 한 그림책
맛집 탐방, 먹방, 쿡방 등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몇 년째 인기입니다. 이제 우리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맛, 소리를 즐기고, 행복감을 느끼고, 마음과 영혼을 위로하는 의미까지 담고 있지요. 『맛있어 보이는 백곰』도 이런 트렌드와 딱 부합하는 그림책입니다.
주인공 백곰은 특별히 가리는 음식 없이 무엇이든 잘 먹습니다. 크레파스로 그린 음식 그림은 경쾌한 느낌을 주면서도 음식의 색감과 질감이 잘 살아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 돌게 하지요. 책을 펼칠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과 읽기만 해도 신이 나는 음식 이야기, 그리고 음식과 ‘한 몸’이 되어 있는 백곰의 모습은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즐거움을 고조시킵니다. 아이들은 책을 보면서 ‘다음엔 어떤 음식이 나올까?’, ‘백곰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게 되지요.
마지막 장면에서 백곰은 상상을 멈춥니다. 상상을 하다 보니 진짜로 배가 고파졌고, 어느덧 식사 시간이 됩니다. 엄마가 백곰 모양으로 꾸민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주면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아이를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식사를 보면 역시 음식이라는 것은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백곰 모양 카레라이스는 엄마의 사랑 그 자체지요.
웃음 만빵! 센스 만점! 귀여움 뿜뿜 그림책
‘맛있어 보이는 백곰’이라니 말이 안 되는 제목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아하! 하고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요. 먹는 게 너무 좋아서 음식 속에 들어갔다는 설정 자체가 기발합니다. 하얀 색의 백곰은 형형색색의 그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게다가 곰은 그림책과 인형의 단골 소재이니만큼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동물이지요. 그런데 이 책의 백곰은 좀 특이합니다. 표지의 백곰만 봐도 두둑한 턱살, 희미하게 보이는 팔자주름, 무표정한 얼굴은 어딘가 ‘아저씨’스럽습니다. 이야기 속 백곰은 쌀밥 속에서 머리만 내놓고 찜질을 하고, 된장국 속에서 목욕을 즐기고, 유부 이불을 덮고 편안한 표정으로 누워있기도 합니다. 그 모습은 마치 휴일에 뒹굴뒹굴하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연상시켜서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가 빛나는 그림책입니다.
식생활 교육이 필요한 어린이가 보면 좋은 그림책
책 속에서 백곰은 종종 독자에게 말을 겁니다. 「너희 집엔 된장국에 어떤 재료를 넣어?」, 「너는 새우 꼬리 먹어? 나는 새우 꼬리 먹어!」, 「너 피망 먹을 수 있어?」 등의 대사이지요. 마치 잘 안 먹거나 편식하는 아이에게 백곰이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음식의 영양학적인 측면을 설명하거나, 편식하지 말아야 한다고 훈계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음식에 관심을 갖게 하고 때로는 공감을 통해 작은 웃음을 선사하지요. 특히 백곰이 ‘초코소라빵’을 언급하는 부분은 이 책의 백미입니다. 「먼저, 초코를 전부 파먹고 맨 마지막에 빵을 먹는 거야.」라는 대사에서 많은 독자들이 달콤하고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처럼 『맛있어 보이는 백곰』은 먹는 것에 관심이 없거나, 편식하는 아이들과 식사 전후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