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하는 단 하나의 이유”
돌도끼 발명에서 우주 탐사에 이르기까지
인류 진화사 200만 년을 꿰뚫는 거대한 창의성의 힘
★<포브스> 선정 ‘2017 위대한 인류학 저서’★
“인간의 진화를 둘러싼 모든 오해를 종식시킨다”
경쟁, 성, 폭력이 지배하던 진화 이야기는 틀렸다
‘창의성’에 바탕을 둔 완전히 새로운 인류의 역사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 그러나 불완전한 대답
그동안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힘은 무엇인지 정의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의 진로를 형성한 세 가지 대혁명으로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든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선언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의 저자 스티븐 핑커는 고대로부터 인간의 폭력성을 형성해온 ‘내면의 악마들’을 검토하며 이를 억제할 수 있는 힘으로 현대 문명이 발전시킨 ‘선한 천사(도덕적 이성과 규율)’를 이야기한다.
이 모든 주장은 진화의 역사에서 ‘인간의 특별함’을 설명하는 훌륭한 사례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완전하다. 인간의 세 가지 대혁명을 이끌어냈던 더 근본적인 힘은 무엇인가? 인간은 단지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조종당하는 기계일 뿐인가? 인간은 정말 내면에 ‘짐승’이 존재해서 이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것인가? 노트르담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아구스틴 푸엔테스의 역작 《크리에이티브》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 모든 진화 이야기를 뒤집을 인간에 대한 혁명적 관점을 제시한다.
“21세기에 걸맞은 진화론의 업그레이드”
최신 연구성과를 종합한 ‘증보판 진화론’
《크리에이티브》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소개되는 ‘증보판 진화론적 종합이론Extended Evolutionary Synthesis(EES)’을 바탕으로 인류 진화의 비밀을 파헤친다. 생물학, 고고학, 유전학, 인류학, 심리학, 철학 등 관련 학문을 총망라한 이 이론은 당대의 가장 앞선 이해와 해석에 굳건한 바탕을 두고 있으며, 진화 과정을 가장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이론 체계로 손꼽힌다. 특정한 유전자가 자연에 적응하는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진화를 설명하는 기존의 학설과 달리, ‘증보판 진화론’은 자연선택을 넘어 각기 다른 다양한 경로들을 중심에 놓고 모든 생물이 진화하는 과정과 이유를 밝힌다.
이 새로운 종합이론에 따르면, 자연선택은 누가 더 크고 포악한지를 가리며 전투를 벌이는 생존 경쟁이 아니라, 환경의 제약과 압력에 반응하여 생물들이 변이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여과 과정이다. 또한 진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DNA에 암호로 새겨진 특별한 돌연변이 유전을 넘어 후성 유전, 행동 유전, 상징 유전 등 생물 집단의 다양한 행동과 사고로부터 비롯되는 패턴이다. 진화는 단순히 생물이 자연에 적응하는 하나의 태도(이기적 또는 이타적)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물과 자연이 상호 영향을 끼치며 거대한 압력을 새롭게 개조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방식으로서 ‘생태지위’와 ‘협력’에 주목하는 증보판 진화론을 바탕으로, 이 책은 우리가 하나의 종으로 살아남은 가장 위대한 힘이 무엇인지 파헤친다.
창의성을 넘어선 창의성,
인류 진화의 새로운 무대
《크리에이티브》가 말하는 창의성이란 한 명의 천재나 독창적인 사업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창의성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고도의 협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상상을 실현하는 집단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물리학자의 실험실과 예술가의 작업실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손님을 즐겁게 할까 고민하는 요리사의 마음에까지 깃들어 있는 능력이다. 매일의 일상에서 우리는 창의력을 발휘하여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희망하며 만들어나간다.
이러한 창의성은 단지 현대 인류의 역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류가 문자를 가지고 역사를 기록하기 이전 시절부터 창의력은 시작되었다. 초기 인류가 자연의 식물과 동물을 변형시켜 농작물과 가축을 만들어낸 것이 1만 년 전이었다. 동굴에 벽화를 그리고 죽은 사람을 매장하는 등 현실의 세계를 뛰어넘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상상력이 나타난 것은 3만 년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 《크리에이티브》는 이러한 과학과 예술의 시초 이전 시기부터 창의성의 기원을 들여다본다. 무려 200만 년 전 등장한 ‘돌로 만든 칼날’이 그 증거다.
돌에서 칼날을 떠올린 순간,
최초의 창의성이 시작되었다
현생인류 몸집의 반도 안 되고 두뇌 용량도 3분의 1이 채 안 되는 초기 인류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거대한 포식자들의 위협에 대비하여 재빠르게 먹이를 구하고 사수하는 과정에서, 우리 조상들은 송곳니나 거대한 턱을 발전시킨 다른 어떤 호미닌 종족보다 더 위대한 창의력을 발전시켰다. 바로 몸이 아닌 외부의 도구를 무기로 개발하고 사용한 것이다. 이 책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에서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분화된 호미닌 종족들 중 어떻게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이 특별한 창의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흥미롭게 이야기를 펼쳐낸다.
물론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능력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침팬지들은 흰개미를 낚기 위해 막대기를 꺾어 사용하고 때로는 집단적인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 우리의 창의성은 분명 이러한 영장류의 특성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대응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무기를 개발하고자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 결과 포식자들이 물어뜯다 남긴 사체 청소에 매달렸던 초기 인류는 조직적인 사냥을 계획하고 복합도구(투창)를 발명하여 포식자 무리를 내쫓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처럼 저자는 인간의 영장류적인 특성과 기원을 검토하는 동시에 인간이 다른 유인원의 영리함에 비해 어떻게 ‘예외적인’ 창의성을 발휘하는지 꼼꼼하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저녁에 뭘 먹을지 고민하며
서로를 길들이고 공동체를 창조하다
돌을 칼날로 만드는 작업부터 조직적인 사냥을 전개하고, 늘어나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공동의 양육 체계를 건설하기까지 인간은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꾸준히 증진시켰다. 이와 더불어 발달한 인간의 특별한 기관이 바로 ‘뇌’였다.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 종보다도 무력한 아기를 낳도록 체계를 건설함으로써 긴밀한 돌봄과 보살핌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 아이들은 복잡한 사회적 협력과 소통을 배우는 과정에서 뇌와 몸을 발달시키며 더욱 창의적인 존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뇌를 키우기 위해서는 질 좋은 음식도 필요했다. 이를 위해 인류가 선택한 것은 초기 형태의 유전자 조작, 즉 ‘길들이기’였다. 인간이 이롭게 이용할 수 있는 특성이 강화되도록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인간의 일방적인 실험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동식물이 서로를 변형시키는 과정으로까지 나아갔다. 늑대가 인류 공동체에 들어와 개로 길들여진 순간부터 벼의 품종을 바꿔 오늘날 우리가 먹는 쌀이 탄생하기까지, 이 책은 인간이 다른 종과 더불어 어떻게 자신의 삶과 몸을 바꾸며 공동체와 길들이기의 역사를 창조했는지 보여준다.
인간이 만든 이 아름다운 지옥,
전쟁과 성이 펼쳐내는 창의적 세계
인류 진화의 이야기를 지배했던 오래된 테마 중 하나가 “수렵하는 인간(Man the Hunter)”이다. 이 학설에서 인간(남성)은 오직 훌륭한 사냥꾼이자 최강의 포식자로 살아남기 위해 공격성과 폭력성을 발달시켜온 존재로 비춰진다. 동시에 여성은 아이들을 기르고 가정을 돌보고 음식을 요리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사냥꾼’이 되기보다 ‘사냥감’이 되는 것이 우리 종족의 출발선에 놓였던 현실이고(Man the Hunted), 초기 인류가 성별 분업을 진행했다는 고고학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 학설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하나의 프리즘이 되어 스티븐 핑커와 아자 가트를 비롯한 오늘날 ‘석학’으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이론 체계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은 20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 시기까지 초기 인류가 남긴 고고학적 증거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 내린 폭력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나아가 인류에게 깊은 상흔으로 남는 전쟁과 같은 거대한 폭력은 오히려 현대 문명이 창조한 것으로 최근 1만 년에서 5,000년 사이에 그 강도와 파급성이 훨씬 커졌음을 강조한다. 또한 이 책은 진화심리학 등이 흔히 일으키는 고정된 성 관념에 문제를 제기하며, 남녀 가릴 것 없이 함께 사냥하고 공동으로 보육하던 초기 인류의 사회에서부터 오늘날 끊임없이 변화하는 ‘젠더’의 흐름에 이르기까지, 본질적인 ‘성 결정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입증한다. 나아가 평범한 일상에서 작동하는 섹슈얼리티와 다양한 짝 결합 형태는 어떻게 우리의 욕구와 문화를 형성하며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되는지 흥미롭게 펼쳐낸다.
인류가 창조한 유일무이한 우주
종교, 예술, 과학의 파노라마
인간은 특유의 상상력과 협력으로 일상생활을 넘어선 영역에서 우리에게 우주와도 같은 종교, 예술, 과학을 탄생시켰다. 이 책은 비교적 최근에 창조된 것으로 알려진 이 세 가지 체계의 기원을 좇으면서 이들을 정의하는 기존의 학설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이끄는 원동력으로서 세 가지 체계를 창의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진화학자들이 종교를 인간의 이성과 대립시키며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데 비해, 이 책은 고도의 협력적 상징체계를 바탕으로 우리의 일상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낸 ‘종교적 경험’을 진화론적 의미에서 매우 가치 있게 평가한다. 또한 우리가 어떻게 미적 감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기원을 살펴보면서 고대 인류가 남겼던 우아한 석기, 낙서와 벽화, 음악과 춤, 스토리텔링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거듭 발전시킨 예술적 창의력의 근원을 추적한다.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오래된 상상력으로서 단순한 방법론을 넘어 호기심과 궁금증을 바탕으로 세계에 존재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하는 과학적 사고의 힘에 대해 역설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창의적 인류의 앞날을 향해
막연하고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인류 진화의 역사를 ‘창의성’이라는 키워드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 저자는 우리의 조상들이 물려준 200만 년의 유산을 지금 우리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인류가 오랫동안 창의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두 가지 비결로 저자는 ‘다양성’과 ‘실패’를 꼽는다. 지금도 우리는 기존의 생활방식과 경험에 갇혀 오직 한 가지 방법만 생각하고 다른 가능성은 아예 차단하거나 부정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특징짓는 위대한 창의적 혁신은 대안을 상상하고 더 많은 도전과 실패를 맞닥뜨리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책은 이러한 두 가지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음식, 성, 폭력성, 믿음, 예술, 과학 등의 영역에 걸쳐 날마다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일단의 가이드를 제시한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무엇인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답하려는 수많은 학자들의 도전이 있었다. 최근에는 진화생물학의 비약적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빅 히스토리’ 서적들이 출간되며 위 질문에 대한 다양한 대답들이 나왔다. 그럼에도 인간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여정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인간은 창의적인 종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해답에도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개인으로서, 공동체로서, 그리고 하나의 종으로서 살아남은 비결이다. 앞으로도 인간은 끊임없이 충돌을 일으키고 각종 실수나 잔혹 행위를 저지를 것이다. 그럼에도 《크리에이티브》의 저자 아구스틴 푸엔테스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지난한 상황에 처하는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일하고 생각하고 협력하여 최고의 해결책을 창조하는 때”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