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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교회

  • 김진호
  • |
  • 창비
  • |
  • 2018-03-30 출간
  • |
  • 248페이지
  • |
  • 141 X 212 X 16 mm /369g
  • |
  • ISBN 9788936486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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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한국의 파워엘리트를 만드는 교회,
‘신도’만이 아닌 ‘시민’의 문제가 된 교회

#장면 1) 2017년 11월 12일, 국내 초대형교회에서 40년 가까이 최고 지도력을 행사해온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었다. 이 일로 교회 내 부자세습을 비롯한 세습 문제가 새삼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해당 교회가 속한 교단에서는 2013년 제정한 교단 내 ‘세습금지법’에 따라 새 담임목사 위임이 무효인지에 관한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장면 2)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때 영부인이 ‘한복’을 입지 않고 대통령과 나란히 양장을 한 것이 화제가 됐다. 이 특별할 것 없는 일이 왜 화제가 됐을까. 여성의 한복은 활동적이지 않은데, 왜 그전까지 대통령의 배우자는 공식석상에서 한복을 ‘즐겨’ 입었던 것일까. 교회 안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특별한 행사 때마다 여성 신도가 한복을 입고 입구 밖에서 분주하게 안내하는 모습이 눈에 띄곤 한다.

먼저 첫번째 장면에서와 같은 세습은 한국 교회에서 흔한 일일까? 수치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혈통적 세습이 일어난 교회는 350개 정도로, 전체 교회의 0.45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세습은 극소수 교회에 국한된 문제일까? 그 또한 아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교회에서 목사직의 승계 과정이 불투명하다. 일반 교인은 배제된 채 일부 특권적 신자와 목사만 아는 상태로 승계가 이루어지는 게 다반사이며, 특히 여성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곤 한다(19면 참조). 두번째 장면에서처럼 가부장제적 가족 모델로 구상된 교회 안에서 여성은 지도자의 위치를 쉽게 허락받지 못한다(49면 참조). 따라서 교회의 세습 문제는 권력의 세습이라는 더 큰 그림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
세습 문제가 불거지는 곳은 담임목사라는 위치가 교회 안팎으로 ‘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곳, 즉 대형교회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형교회에는 오늘날 한국의 ‘파워엘리트’가 밀집해 있다. 이명박정권 시기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박근혜정권 시기 ‘사미자’(사랑의교회ㆍ미래를경영하는연구모임)라는 말이 돌았듯 몇몇 대형교회에 정재계를 주름잡는 핵심 인맥이 포진해왔다. 대한민국 역사에는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이라는 세명의 ‘장로 대통령’이 존재했다. 이는 2015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무렵, 한국의 파워엘리트 3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개신교 신자가 40.5퍼센트에 달한 사실과도 관계가 깊다. 우리 사회 권력의 중추에 개신교가 오랫동안 자리해왔으며, 신자가 아닌 시민들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개신교 출신 파워엘리트 혹은 개신교라는 종교 자체는 사회에 좋은 존재인가?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긍정적 평가보다는 부정적 평가에 한표를 던질 것이다.”(6면) 이 책의 저자인 민중신학자 김진호(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는 권력화된 교회의 양상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끈질기게 추적해왔다. 그렇게 해서 손에 쥔 단서는, 지금 한국 사회를 과잉 대표하는 대형교회 패러다임에 균열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교회의 뼈아픈 성찰이 없다면 검찰ㆍ언론ㆍ재벌 등에 보이는 나쁜 권력의 주역들처럼 개신교 역시 나쁜 권력이라는 사회적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244면)
이 책에서 저자는 강남순(신학/철학), 박노자(한국학), 한홍구(한국근대사학), 김응교(문학)와 대담을 통해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단순히 개신교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해방 이래 한국사회의 지배권력과 다층적으로 얽힌 역사적이고 본원적인 문제임을 밝혀낸다.

실천하는 기독교인 김진호와 강남순ㆍ박노자ㆍ한홍구ㆍ김응교,
한국 교회의 ‘가장 아픈 곳’을 이야기하다

1장 [기독교인은 왜 보수적인가]에서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파워라이터이자 페미니스트 신학ㆍ철학자인 강남순과 시민사회 안팎의 시선을 통해 ‘후퇴한 민주주의’의 표상으로서 한국 교회를 들여다본다. 목사 세습 문제를 비롯해 교회 내 권력세습이 어떻게 가능한지, 개신교의 신망을 깎아먹는 일순위 요인인 재정 불투명성을 과연 ‘종교인 과세’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여성 신자들로 하여금 ‘한복’을 입게 하는 데 여성혐오의 혐의가 깔려 있지 않은지, 또 개신교 내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반동성애 운동이 어디서부터 날아왔는지, 한국 교회의 뿌리 깊은 보수성을 낱낱이 파헤친다.

2장 [대형교회, 그들만의 세상]에서는 탈경계의 시선으로 한국사회를 읽어온 박노자와 ‘특권층의 안식처’로 자리 잡은 대형교회의 현주소를 짚는다. 한국은 대형교회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인 미국보다도 압도적으로 대형교회의 비율이 높다(한국 1.7% 이상, 미국 0.5% 추정). 주로 강남ㆍ강동ㆍ분당권에 위치한 이들 대형교회는 1990년대 강남으로 이주한 베이비붐 세대를 유인하며 팽창해갔다. 그리고 지금 이곳은 결혼과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맥공장으로 기능하는 한편, 부유한 자본가에게 마음의 안식을 주고 바깥에서 벌어지는 노동착취를 정당화하는 데 기여한다. 교회는 이런 신자들을 위해 맞춤형 ‘웰빙’ 상품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왔으며, 담임목사는 기업의 CEO를 자처한다. 노르웨이 중상류층에게 헬스클럽과 명상센터가 있다면, 한국에는 ‘웰빙교회’가 있다.

3장 [예수천국 불신지옥]에서는 근현대 역사에 숨은 폭력성을 파헤쳐온 한홍구와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의 뿌리를 찾는다. 2012년 대선 국면 당시 폭발한 ‘박근혜 메시아니즘’은 종교적 광기 혹은 광신도 현상과 맥을 공유한다. 이는 멀게는 한국전쟁 전후 ‘반공’을 앞세운 서북청년단의 극우 행동주의, 좀더 가깝게는 산업화시대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을 포섭한 ‘산기도원’의 부흥회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국가도 가족도 책임지지 못한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몰려든 곳이 바로 형제복지원 같은 수용시설, 그리고 산기도원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산기도원마저 경영난으로 속속 문을 닫으면서 이곳에 있던 이들은 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반공ㆍ반동성애를 기치로 보수 결집을 꿈꾼 극우적 목사ㆍ엘리트 집단에 포착된 이들 상당수가 태극기 집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4장 [욕망의 하나님 나라]에서는 개신교 내부에서 가장 날카로운 내부 비판가로 활약해온 김응교와 ‘보스적 목회자’를 비롯한 교회 시스템의 문제, 나아가 진정한 교회 공동체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교회를 떠나는 이른바 가나안 신도가 늘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교회가 택한 돌파구는 성소수자ㆍ이민자ㆍ타종교에 대한 증오의 정치였다. 이웃에 대한 사랑을 말하던 교회가 바깥의 적을 만들어 분노와 혐오를 설파함으로써, 신자들이 교회 안의 문제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다. 197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는 배고프고 가난한 이들의 공동체였지만, 과거 빈민의 사도는 이제 ‘빨갱이 척결’을 외치는 이념의 사도로 변신했다. 개신교가 부패한 개신교, ‘개독’으로 외면받는 지금, 교회는 사회에서 제몫을 하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권력을 정의롭게 나누는 공동체를 위하여

권력은 그 자체로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니다. 문제는 권력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 권력의 효과가 공정하게 분배되느냐다. 소수자를 배제하고 혐오발언을 일삼으며, 권력의 독과점과 대물림을 정당화하고, 온갖 연줄을 통해 자본을 축적해 건물과 부동산에 집착하는 ‘일부’ 교회의 폐단은 권력이 기형적으로 작동해 쌓여온 것이다.
박근혜정권 탄핵 국면에서 차기 정부의 우선 개혁과제로 꼽힌 것이 검찰과 언론 개혁이었다. 개혁의 완수란 먼 길이지만, 검찰 수사권을 분산하고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으며, ‘촛불’을 경험한 시민사회 역시 그 과정을 꾸준히 견제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교회개혁에도 그런 성찰과 비판, 전문가와 시민 공동의 개입이 중요하다. 한국 개신교는 역사적으로 반지성주의가 사회의 그 어느 영역에서보다 강한 힘을 발휘한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쇄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좋게든 나쁘게든 사회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형교회의 쇄신은 특히 절실하다. 대형교회는 전체 교회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대형교회가 아닌 교회들 대부분이 대형교회를 성장모델로 삼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교회의 자정노력이 파급할 효과는 그만큼 더 크다. 나아가 대형교회의 신자이자 사회의 파워엘리트이기도 한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만큼, 사회적 혜택에서 소외되거나 기회를 박탈당하는 이들이 존재함을 상기해야 한다. 책임은 권력의 크기에 비례한다.
“넘치게 가진 자가 궁핍한 자의 하나 남은 소박한 것까지 빼앗는 것은 결코 신이 주려는 복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215면), “누구는 괴물로 만들어버리고 누구는 ‘나이스’한 존재로 만드”는 시스템 자체를 의문시하며 이를 바꿔나가고자 할 때(236면), 비로소 교회는 권력의 효과가 모두에게 공정하게 돌아가는 공동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는 한국사회가 지닌 지독한 문제들이 집약된,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다. ? 강남순

교회는 네트워크 자본, 연줄 자본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장소다. ? 박노자

교회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형성과 한국사회의 보수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광기의 중요한 행위자다. ? 한홍구

교회 바깥으로 분노의 정치를 실행할 투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명 한명의 신자가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교회의 할 일 아닐까. ? 김응교


목차


책을 펴내며

한국의 파워엘리트를 만드는 교회

1장 기독교인은 왜 보수적인가: 후퇴한 민주주의의 표상 대담| 대담/강남순

2장 대형교회, 그들만의 세상: 대체 불가능한 인맥 네트워크| 대담/박노자

3장 예수천국 불신지옥: 반지성주의의 근원을 묻다| 대담/한홍구

4장 욕망의 하나님 나라: 교회 공동체의 신뢰 회복을 위하여| 대담/김응교

에필로그
권력의 대물림, 대형교회 패러다임을 넘어

저자소개

 

저서 : 김진호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했으며,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민중 신학자 안병무로부터 신학을 배웠다. 한국신학연구소에서 연구원, '당대비평' 편집주간을 거쳐, 안병무 선생이 설립한 '한백교회'의 담임 목사를 지냈다. 현재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다. 민중신학자로서 한국 교회와 사회에 대한 신학적, 문화적 비평의 글을 써 왔으며, 인권연대가 수여하는 “올해의 종교인권상”(2011)을 수상했다.

2004년 2월 '당대비평'이 펴내는 단행본 시리즈 '당비생각' 첫번째 권인 『우리 안의 이분법』에 '낯설음에 대한 은폐된 폭력'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바 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김선일씨의 죽음을 출발점으로 테러리즘과 평화에 대한 성찰들을 담아낸 '당대비평' 특별호 『아부 그라이브에서 김선일까지』에 '테러리즘, 복수의 정치학, 그리고 거래되는 고통'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저서로는 한국신학연구송에서 발간한 『함께 읽는 구약성서(공저)』와 『함께 읽는 신약성서』, 『실천적 그리스도교를 위하여』, 『예수 르네상스 : 역사의 예수 연구의 새로운 지평』, 『예수 역사학 : 예수로 예수를 넘기 위하여』, 『반신학의 미소』,『리부팅 바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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