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퓰리처상, 펜/진 스타인 도서상, 폴리오상 수상!
히샴 마타르는 소설이 아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재구성한 『귀환』(The Return: Fathers, sons and the land in between)을 2016년에 출간하여 논픽션임에도 문학적 완성도를 지닌 감동적인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해 연말 『뉴욕타임스』 10권의 책(Top 10 Books)에 선정되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리스트에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있었다. 얼마 안 있어 2017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여, 논픽션 문학이자 탁월한 예술 작품으로서의 이 책의 가치는 공고해졌다. 연이어 논픽션에 주어지는 명예로운 도서상인 펜/진 스타인 도서상, 폴리오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슬픈 리비아, ‘아랍의 봄’ 그리고 시리아 내전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의 실종과 운명이 가족의 비극으로 한정되지 않고 있는 점은 이 책의 감동이 역사적 보편성의 수준으로 확장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아버지는 회유와 타협을 물리치고 자신과 가족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독립적 저항의 길을 선택했다. 아버지의 신념은 리비아 근현대사를 빼놓고 이해할 수 없는데, 여기서 리비아가 근현대에 성립된 신생 국가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은 과거 그리스, 로마, 비잔티움의 지배를 받았고, 아랍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다. 20세기에는 이탈리아 파시스트(무솔리니)의 참혹한 식민 통치를 경험했다. 리비아의 역사는 이민족 침략의 역사였고, 그에 따라 원주민 베두인족의 역사는 그 시간을 견뎌내며 사막을 지켜내는 것이었다.
작가의 할아버지 하메드 마타르는 이탈리아 식민 통치에 무장 투쟁했던 인물인데, 따라서 할아버지-아버지-아들 3대의 삶은 주권과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저항과 투쟁의 역사는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나’로 이어지는 유대와 존경, 사랑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투쟁의 역사는 아버지와 아들 간의 유대와 사랑의 역사와 동전의 양면이다.
2011년 ‘아랍의 봄’이 도래했지만, 시리아 내전 등 중동의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에서도 작가의 사촌동생 하메드가 리비아 혁명에 참여했다가 시리아 반군에 다시 지원하여 참전한다. 그럼 이렇게 되물을 수 있지 않을까. 『귀환』이 어찌 히샴 마타르 한 사람만의 이야기겠는가?
정신의 역사 또는 사랑의 계보,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이야기
『귀환』이 역사와 정치에 의해 파괴되어가는 인간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그 무게를 견디게 하는 어떤 힘이 있음을 깨닫는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아부살림 교도소에서 아버지의 신비롭고도 아름답기까지 한 행동을 가능하게 한 것은 시(詩), 즉 문학이었다. “핀이 떨어지는 소리나 다 큰 남자가 홀로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소리조차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감옥이 침묵에 빠진” 그런 어둡고 고요한 밤에, 아버지는 베두인족의 알람(alam)이라는 애달픈 시가에서 안식처를 찾았다.”(74쪽) 아버지에게 시는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초월 의지를 나타내는 형식이자, 자신을 지키는 정신의 보루였다.
할아버지, 아버지, ‘나’로 이어지는 투쟁의 계보 한편에는 시와 문학이라는 정신의 역사가 있다. 시를 읊고 소설을 쓰는 일은 참혹한 현실을 견뎌내는, 이들의 자존을 지켜낼 수 있었던 내적 투쟁이었다. 그러므로 “히샴 마타르의 글은 과거의 무게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사랑, 문학, 예술이 주는 위안에 관한 것이다.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이야기다”라는 말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