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으로도 온전하게, 일즙일채 식사법
일본 가정식 연구가가 제안하는 집밥의 미니멀리즘 혁명
일본 가정식 연구가 도이 요시하루의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위즈덤하우스)은 일즙일채 식사법을 통해 일상의 불편한 리듬을 편안하게 되돌리는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일즙일채(一汁一菜)’란 밥 한 공기, 국 한 그릇, 반찬 한 가지를 기본으로 하여 수고를 들이지 않을수록 맛있어지는 식사법을 일컫는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삶을 누리면서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첫걸음은 끼니를 제대로 챙기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먹을거리는 바로 직접 엄선한 재료로 만드는 집밥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직장을 중심으로 분주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아침은 거르기 일쑤이고, 번거롭게 도시락을 싸지 않는 이상 점심으로 집밥을 먹기는 더더욱 어려우며, 늦도록 일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겠다고 요리를 할 엄두를 내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매끼 외식으로 일관하자니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영양 불균형으로 건강까지 해치게 된다.
그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여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내고 지속해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식사법이 바로 일즙일채라고, 저자는 말한다. 더구나 일즙일채를 준비하는 데는 채 10분도 걸치지 않는다. 아무리 생업이 고단해도 집에 있는 동안만큼은 직접 끼니를 만들어 먹는 것을, 이를 닦거나 세수를 하는 것처럼 매일 반복하는 일상 행위 중 하나로 만들 수 있다. 이 책에서 왜 지금 일즙일채를 실천해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실천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일즙일채로 우리 삶이 얼마나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혀끝에만 좋은 음식이 내 몸을 망치고 있다
“오늘도 일즙일채로 하루를 잘 채웠습니다!”
일즙일채는 건강한 삶을 일구는 가정 요리의 한 형태로, 저자는 가정 요리란 수고를 들이지 않아야 맛있어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모든 ‘요리는 수고를 들여야 하는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부터 전환해야 한다. ‘수고를 들이는 요리’와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되는 요리’가 있는데, 가정 요리는 후자에 해당한다. 그렇게 심플하게 요리할수록 식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나 진정한 맛이 나고, 그런 음식이야말로 날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쏟아 혀끝에서 화려한 맛을 자랑하는 음식일지라도 날마다 먹으면 금세 다른 맛이 나는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 그것은 인공적인 맛이기 때문이다. 또한 뇌가 좋아하는 맛이기도 하다. 가정식, 곧 일상의 집밥은 사실 ‘그럭저럭 맛있는’ 음식이다. 깜짝 놀랄 만큼 맛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 소박한 맛이 우리를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밀려오는 소소한 행복감은 우리가 뇌로 곧바로 깨닫지는 못해도 몸 전체의 세포 하나하나가 집밥을 바라고 환영한다는 증거이다. 집밥은 뇌가 아니라 몸이 먼저 좋아하는 음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즙일채만으로는 식단이 단조로워 매번 같은 음식만 먹게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국과 반찬의 내용물이 달라지므로 새로운 메뉴를 억지로 떠올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채로워진다. 이 책에는 일즙일채가 계절에 따라 얼마나 풍성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따뜻한 밥 한 공기에 국 한 그릇, 반찬 한 가지
심플한 식사가 모든 일의 시작이다!
저자는 식사(食事)란 단순히 먹는 일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먹으려면 해야 하는 일들 전부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집에서 하는 식사, 집밥이 우리 삶의 원점으로 모든 일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이다. 게다가 집밥은 직장으로 기울어져 있는 일상의 무게중심을 집으로 자연스럽게 되돌려준다. ‘집’은 잠잘 곳만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내 삶의 중심점으로 ‘날마다 돌아오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집밥을 중단 없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식생활의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일즙일채이고, 저자는 그것을 식단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 제안한다.
사람은 식사를 통해 살아간다. 식재료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요리함으로써 사람은 그 근본이 되는 대자연, 그리고 그것을 공급하는 많은 사람들과 직접 이어진다.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 같은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들도 서로 이어진다. 식사를 통해 자연과 사회,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벗어날 수 없고 늘 관여해야만 하는 ‘먹는 행위’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고민하는 자세와도 직결된다. 그렇기에 ‘먹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며, 틀림없이 ‘잘 먹는다는 것은 잘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