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하고 억울했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피치 못 할 선택이었다고는 하나,
비겁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1910년, 8월. 국권 피탈로 대한제국이 멸망하고 일제강점하의 식민 통치가 시작 된 시기이다. 《곱게 자란 자식》은 그 중에서도 민족 말살 통치가 시행된 1938년에 초점을 두고있다.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가볍게 시작한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무겁고, 무섭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로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내용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들은 그때 그 시절을 살아간 평범한 사람이다. 걸쭉한 사투리로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이들이 겪는 고난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다. 일제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일들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특히 일제로 돌아선 민족반역자들이 행한 만행은 보면 피해자인 서민들은 분하고 억울한 일뿐이다. 당시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런 죄가 없는데도 처참하고 참혹하게 짓밟혔다.
식민과 친일, 수탈과 배신, 생존의 여부가 걸린 사람들의 처절함과 비겁함을 스토리에 녹여낸 이 작품의 분위기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작가 특유의 위트와 캐릭터의 사투리로 간간히 긴장을 풀며 천천히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