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저항
1969년 “상실의 시대”, 이 해는 68혁명의 영향 등으로 일본 학생운동이 최고조로 이른 때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경제적 풍요와 정신적 빈곤의 혼재 속에서 방황을 겪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비롯하여 많은 문학작품들이 그 시대에 빚지고 있다.
지은이 다카노 에쓰코는 이 격동의 시대 한복판에 기꺼이 선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그이지만 스무 살의 권리인 저항정신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길들여진 인간이 아니라 창조하는 인간이 되리라 선언하며 자기 안의 모순을 자각해 나간다.
스무 살의 실천
그의 저항은 저항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자신을 이끌어 나갈 신념이 없다는 사실에 초조해하며 다양한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아간다. 시위대와 함께 거리를 행진하며, 바리케이드 안에서 밤을 지새운다. 강력한 적에게 꼼짝 못 하고 당하는 것이 분하고 비참하다는 생각에 가녀린 손으로 기동대를 향해 힘껏 돌을 던진다.
스무 살의 사색
하지만 이 모든 것 이전에 그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과 교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감성을 가졌다. 그는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하고, 베토벤과 쇼팽의 피아노를 좋아하며, 아트 블래키와 마할리아 잭슨의 재즈를 좋아한다. 남몰래 시인을 꿈꾸며 시집을 읽고, 또 시를 쓴다. 그리고 때로는 담배와 위스키와 고타츠에 푹 빠져 지내며 스무 살을 사색한다.
스무 살의 사랑
그는 자신의 부르주아 근성을 타파하려면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고, 실제로 호텔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서툴다. 사랑이 환상이란 건 알았다면 그 사랑에서 빠져나오면 될 터인데, 빠져나오질 못한다. 대부분 스무 살의 사랑이 그렇듯 말이다.
스무 살의 번민
너무나 순수하고 진지한 그이지만, 그와 곁 한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학생운동도, 사랑도, 친구도, 가족도 이런 세상에 내던져진 그에게 위로를 주지 못한다. 그가 누구보다 치열하게 스무 살을 고민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보다 뜨겁게 스무 살에 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처럼 강하게,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부딪혔기에 스무 살은 부러지고 만다. 그의 일기장 마지막 날짜의 이틀 뒤,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스무 살의 희망
그러나 그렇게 저문 그의 스무 살은 오히려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가 ‘혼자임’을, ‘미숙함’을 뛰어넘으려 했던 과정은 그야말로 찬란했기 때문이다. 다카노 에쓰코는 몰랐겠지만, 그의 일기를 통해 그가 밤새워 읽은 책, 그가 우연히 본 영화, 그가 듣고 또 듣던 음악, 그를 품었던 자연, 그의 서투른 사랑을 마주하게 된 이들은 알 것이다. 그가 ‘성숙한’ 인간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음을. 그리고 그러한 그의 생은 우리 모두의 쓸쓸한 스무 살을 이겨내게 하는 용기가 될 것이다.
일본 젊은이들의 영원한 스테디셀러
이처럼 그는 『스무 살의 원점』이 발간된 후 ‘혼자가 아니고 미숙하지 않은’ 다카노 에쓰코로 다시 태어난다.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젊은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아, 이 책에 수록되지 않은 그의 일기들까지 『스무 살의 원점 서장』, 『스무 살의 원점 노트』로 출간되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지금까지도 일본 서점가에서 성년이 되는 젊은이들이 꼭 읽어야 하는 스테디셀러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