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천사’들은 집 밖으로 걸어 나와
이 사회의 한가운데에 서기로 했다
“금방 지나가. 애들은 곧 클 거니까 어떻게든 이 악물고 버텨”라는 말이 격려가 되던 시대가 있었다.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반푼이’ 취급을 받으니 더더욱 슈퍼우먼이 되어 두 배의 역량을 발휘해야만 했던 엄마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절절매고 자신을 혹사하며 기어이 얻어낸 훈장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돌봄과 가사는 당연히 ‘여성의 영역’이므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날수록 사회는 슈퍼우먼을 요구했다. 엄마가 왜 슈퍼우먼이 되어야 하는지는 교묘히 은폐한 채 다만 슈퍼우먼들의 상처 가득한 훈장을 경외하고 칭송하면서.
그러나 이제 그 훈장을 부러워하지 않는 엄마들이 등장했다. 임신-출산-경력단절-독박육아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든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목소리를 내며, 각종 정책 입안 테이블에 앉는 엄마들이 등장했다. 바로 정치하는엄마들이다.
이 책에는 정치하는엄마들의 첫 모임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 정치하는엄마들이 노동·보육·페미니즘·교육·공동체를 향해 던지는 질문들, 그리고 단체의 뒷이야기와 못 다한 주거·환경·영어 조기 교육 등의 문제들까지 정치하는엄마들의 행동과 목소리가 압축돼 담겨 있다. 이들은 토론을 거듭하며 하나의 목소리를 다듬어간다. 그 과정은 또 한번 엄마들을 성장하게 했다.
집단모성을 외치는 정치하는엄마들은 비단 내 아이 한 명을 잘 키우자고 모인 것이 아니다.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한 고통으로 가득할 것이 눈에 선하기 때문에 모였다. 그래서 정치하는엄마들은 세상에 나가고, 세상을 설득하고, 세상과 싸운다. 싸우지 않으면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걸, 자신을 대신해 싸워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하는엄마들의 싸움은 상대를 제압하고 짓누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싸움은 삶을 향한 의지이자 동시대인들에게 내미는 손길이다. 함께 손잡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