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을 찾아 준 엄마, 너무너무 고마워요.
요즘 바보로 사니까 정말 행복하고 좋아요.”
“너는 바보야”라는 엄마의 말에
진짜 바보가 되기로 결심한 삼이 이야기!
삼이는 평범한 아이일까요? 아니면 진짜 바보일까요?
『바보 삼이』는 김용삼 작가가 쓰고 이경국 작가가 그린 창작동화 시리즈의 네 번째 그림책입니다. 옛날에 ‘말이 씨가 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책은 자녀에게 칭찬대신 핀잔만 주었을 때 부모가 아이에게 했던 말이 부모 자신에게 고통으로 다가오는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삼이는 남들이 보기에는 평범한 아이입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늦잠을 자고 수학 점수를 70점 받으며 친구들이랑 싸울 때면 울기도 하는 아이지요. 하지만 똑똑하고 욕심 많은 엄마에게 삼이는 늘 부족하고 모자란 아이입니다. 그래서 엄마는 늘 삼이를 대할 때면 “바보같이”란 말을 입에 담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삼이에게 묻습니다.
“삼이야, 너는 꿈이 뭐니?” 하지만 삼이는 엄마의 질문에 “난 아직 꿈이 없어요.”라고 답합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엄마는 삼이에게 ‘바보같이’ 꿈이 없냐며 핀잔을 주지요.
그날 밤 삼이는 자신이 커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다가 평소 엄마에게 자주 듣던 “바보같이”란 말을 떠올립니다. 어쩌면 엄마만큼 자신을 잘 아는 분은 없을 것이고, 삼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바보 같다고 말한 데에는 틀림없이 좋은 바보가 될 기질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삼이는 엄마의 “바보같이”란 말을 믿고 ‘진짜 바보가’ 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엄마가 “바보같이”라고 말해도 말대꾸를 하지 않고 이제는 ‘진짜 바보가 맞다’며 수긍을 합니다. 친구들이 욕을 할 때면 주먹다짐을 하고 싸움을 했지만 이제는 가만히 욕을 얻어먹으며 먼저 사과를 하지요. 동네 힘센 형들이 돈을 빼앗으려 할 때면 이제는 필통에 숨겨 둔 동전까지 탈탈 털어서 기꺼이 줘 버립니다. 학교에서도 솔선수범하여 비질과 걸레질을 하는 삼이를 보고 반 친구들은 ‘바보’라고 놀려댈 정도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삼이는 느티나무 아래 떨어진 새끼 까치를 주워 둥지 위에 올려줍니다. 그날 이후 용감하고 따뜻한 삼이를 보고 바보라고 놀리는 친구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삼이 엄마만큼은 삼이가 진짜 바보가 되었다며 걱정을 합니다. 급기야 엄마는 삼이를 붙들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싹싹 빌기까지 하지요. ‘제발 예전처럼 평범한 삼이로 돌아와 달라’고 하면서요. 하지만 삼이는 엄마에게 씽긋 웃어 보이며 진심을 말합니다. “내 꿈을 찾아 준 엄마, 너무너무 고마워요. 요즘 바보로 사니까 정말 행복하고 좋아요”라고요. 정말 삼이는 진짜 바보가 된 걸까요? 아니면 자신의 꿈을 찾은 걸까요?
어른의 눈높이로 보면 보이지 않는 아이의 참된 모습
『바보 삼이』에서는 엄마에게 바보라고 불리는 ‘삼이’가 나옵니다. 삼이가 정말 바보인가 싶어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바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지요. 삼이가 진짜 ‘바보’라고 여겨지기보다는 삼이 엄마가 정한 바보의 기준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삼이 엄마가 생각하는 바보가 아닌 아이는 학업 성적이 좋아야 하고, 밖에서 남들과 싸워도 얻어맞지 않아야 하며,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합니다. 하지만 삼이 엄마를 더 한숨짓게 하는 것은 삼이가 꿈이 없다는 사실이지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삼이는 엄마의 ‘바보’라는 말에 힘입어 자신이 진짜 바보의 기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합니다. 이 지점에서 『바보 삼이』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짙어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어른의 눈높이로 아이를 판단하여 틀에 가두는 것이 아닌, 아이 스스로가 고민하고 실천하는 삶이 진짜 모습이라는 것을요.
삼이는 비로소 자신이 정한 진짜 바보의 삶을 실천하며 행복하다고 미소 짓습니다. 다만 삼이 엄마만이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아들을 보며 안타까워할 뿐이지요. 진짜 바보가 되기로 한 삼이의 모습을 통하여 오히려 어른들은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배우게 됩니다. 아이 스스로 남의 눈에 비치는 모습과 상관없이, 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의 기준을 정했다면 우리는 그 아이를 더욱 응원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