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가 이번에는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의 미래를 바라본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위(2016년 3월, 교보문고 최근 10년간 국내외 작가별 소설 누적 판매량 집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고양이>(전2권)가 전문 번역가 전미연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고양이>는 제목 그대로 주인공인 고양이의 시각에서 인간의 문명을 바라보는 작품으로, 프랑스에서는 작년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잠>보다 높은 인기를 누렸다(프랑스에서 현재까지 30만 부 판매). 파리에서 살고 있는 암고양이 바스테트. 그녀는 ‘집사’가 틀어 놓은 TV 화면과 점점 잦아지는 골목길의 총성을 통해 그동안 당연시하던 안락한 일상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이 무렵 바스테트는 옆집에 이사 온, 어떤 이유에선지 인간 세계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친구가 되는데…….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타자의 시각을 도입하여, 인간 중심주의를 타파하고 이 지구에서 인간이 차지해야 할 적절한 위치를 끊임없이 고민해 온 베르베르의 작업은 이미 첫 번째 작품인 <개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이번 <고양이>에서는 그 문제의식이 그동안 좀 더 성숙해지고 발전해 왔음을 알게 된다. 베르베르가 보기에, 이 지구상의 생물종들과의 대화는 필요하다. 단지 인간의 어떤 흥밋거리나 지식의 확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전쟁과 테러 등 자기 파괴적인 경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과학과 철학, 그리고 역사의 에피소드들을 유머러스하게 버무리는 베르베르의 솜씨는 여전하다.
번역자인 전미연 씨는 후기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으로서 본인에게 이 소설은 각별한 만족을 주었으며, 베르베르가 암고양이 주인공을 그리며 보여 준 깊은 이해에 매료되었다고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