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고 있지만 누구도 친절하게 기록하지 않았던 보통의 인생.
소소한 일상 중 맞닥뜨리는 소중한 순간들을 포착해 다정하게 그리고 써냈다.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본 적, 그래서 더 보란 듯이 해내고 싶었던 적, 남들은 모르는 스트레스로 혼자 아파본 적, 그런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본 적. 모두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나도 겪고 내 친구도 겪었을 익숙하고 보편적인 일들, 그래서 아무도 기록하지 않았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비차는 바로 그런 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정성껏 기록했다.
특별할 것 없었던 하루라고 해도 가만히 돌이켜보면 분명 남겨둘 만한 장면들, 잠깐 스치고 지나갔던 근사한 생각들이 있었을 것이다. 도란도란 부모님과의 저녁 식사, 오랜만에 올린 셀카에 쏟아지는 좋아요 세례, 갈증 나던 오후시간에 동료가 건넨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그 안정감과 관심, 배려 모두가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특별한 일이 없었던 하루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특별한 우리의 보통날들이 모두 이 책에 담겨 있다.
물론 너무 초라하고 처참하고 말 그대로 거지같아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날들까지도. 어린 시절 영혼에 흠집을 남길 만큼 나를 괴롭혔던 아이를 우연히 다시 만난 날,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 옆에서 잘못한 일도 없이 의기소침해져 어깨가 축 내려 앉은 날, 큰 소원도 필요 없고 그냥 지금보다 아주 조금만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맥주 캔을 따던 날. 남기고 기억함으로써 마음을 다잡고 단단해질 기회로 삼기도 한다.
『비차의 캘리툰』은 민망해서, 부끄러워서 혹은 바빠서, 재주가 없어서 쓰지 못했던 나의 일기를 대신 써놓은 것 같다. 모두 화려하고 잘난 이야기들만 늘어놓는 세상에 솔직하게 공감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는 것이 독자들을 기쁘게 할 것이다. 게다가 일러스트와 캘리그라피가 결합된 캘리툰 형식으로 되어 있어 마치 그림일기처럼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내용의 깊이를 잃지 않았다는 점이 비차 작품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