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요정이 산다고? 정말일까?
음, 아빠 표정을 보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요정이 나올까? 날 좋아할까?
집 안 곳곳에 숨은 요정들을 꼭 만나보고 싶어!
아빠랑 요정으로 분장하고 친구인 척 기다려 볼래!
TV 방송 인기 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육아와 살림에 서툰 남편이 아이들을 돌볼 때 팁이 될 수 있는 깜찍 발랄한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인지, 아빠가 어린 자녀를 데리고 아빠 모임을 갖고, 키즈 카페에서 육아 동아리 모임을 갖으며, 온라인상에서 육아 정보를 주고받는 일, 아이 목욕을 엄마 대신 아빠가 맡아 하는 일은 더 이상 딴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짙은 눈썹, 길게 기른 구레나룻, 손등의 털. 왠지 섬세함이란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아빠의 모습. 하지만 요정 봉을 들고 살짝 웃고 있는 아빠의 모습(표지)에서 뭔가 평소와는 다른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하다.
《쪽!》《우리 누나, 우리 구름이》《우리는 엄마와 딸》등을 통해 가족 간의 따듯한 정과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서 그림책에 담아온 정호선 작가는 이번에는 아빠의 손을 잡고 나왔다. 작가는 이 책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는데, 바쁜 일상, 정신없이 흘러가는 삶의 속도, 외로움을 이겨낼 힘 등 현대인에게 절실한 에너지가 가족끼리 쌓은 추억의 두께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지었다.
아빠와 단둘이 있어야 하는 오늘은 매일 아이를 혼자 돌보던 엄마가 하루 휴가를 간 날이다. 그래서 매일 바빴던 아빠가 오늘은 휴가를 내고 아이를 돌본다.
아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자.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다. 다른 날처럼 엄마가 날 데리러 오지 않았다. 대신 온몸에 털이 많고 힘이 센 아빠가 마중을 나왔다. 아빠와 동네 마트에서 장보기를 마치고 집에 들어온 내 눈앞에 아빠는 집안일에 영 서툴다. 시리얼은 사 왔는데, 우유는 빼 먹고, 쓰레기봉투는 사왔는데, 쓰레기통보다 터무니없이 작다. 화초에 물은 넘치게 주고, 빨래를 널면서 아이의 미술 놀이를 사방으로 흩어지게 한다. 과연 아빠는 나를 잘 돌봐 줄 수 있을까?’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아빠가 흠칫 놀란다. 3시가 넘자, 아빠는 깔끔이 요정이 낮잠 잘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고무장갑을 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더니, 그때부터 아빠의 요정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요정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의 깨끗한 그릇에서 잠자기를 좋아하고, 요정이 숨긴 물건들을 찾을 때 깜짝 놀라며 즐거워해야 좋아한단다. 문이 갑자기 쾅 닫힐 때나 물건이 툭 하고 떨어지는 것도 요정의 흔적이고, 옆 사람이 방귀 뀔 때 소리가 나는 것도 얼른 대피하라고 나팔을 부는 뿡뿡이 요정 때문이란다. 무엇보다 요정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할 때마다 이 세상의 요정들이 하나둘 죽는다는데……. 요정을 만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는 아이는 아빠에게 요정처럼 꾸미고 친구인 양 기다리자고 한다.
아빠도 나도 신나게 요정 분장을 하고, 요정을 기다리는데,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요정은 나타나지 않는다. 과연 오늘 요정을 만날 수는 있는 걸까?
요정의 존재와 그들의 도움을 잊어버리고 사는 아이와 어른에게 동심을 일깨우는 유쾌한 그림책으로 마지막에 독자들을 다시 한 번 환상 속으로 이끄는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