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테가미(繪手紙)는 그림을 뜻하는 ‘에’에, 손과 종이를 뜻하는 ‘테가미(手·て, 紙·がみ)‘를 붙여 만든 말이다. 여기서 ’테가미‘는 손 종이로 바꿀 수 있지만 규격 엽서를 많이 쓰는 일본에서는 자연스럽게 엽서와 연결된다. 따라서 에테가미는 ’손그림 편지‘, 혹은 ’손그림 엽서‘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에테가미는 아직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소개된 적이 없는 미술 장르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서화(書畵) 양식의 에테가미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일본에서는 무더위에 그림편지로 안부를 묻는 ‘쇼추미마이’ 풍습이 있을 정도로 에테가미가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런 전통적인 에테가미가 독창성과 양식을 갖춘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한 것은 서도가인 코이케 쿠니오(小池邦夫)에 의해 이루어졌다. 코이케 선생은 편지 양식에 시·서·화의 표현법으로 마음을 담아 친구에게 에테가미를 보낸다. 그리고 한 잡지에 1년에 걸쳐 6만여 점의 에테가미를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에테가미는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40여 년이 지난 현재 일본의 에테가미 인구가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에테가미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에테가미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많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마음을 나누는 예술’이란 점과 누구나 쉽게 직접 그리고 쓰면서 작품을 완성해가는 아날로그적 표현성에 대부분 공감한다. 한 장의 종이에 먹과 안채로 직접 그리고 쓰는 일련의 행위와 작품이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에게 따뜻한 어루만짐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휴대전화 메시지나 컴퓨터 이메일, 영상통화가 일상화된 삶에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지만 정이 넘치는 에테가미 한 장이 누군가의 어느 하루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