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되었다
‘승마 공주’ 정유라에서 시작된 국정농단의 서막
문화체육분야 전문가이자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해온 안민석 의원이 최순실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14년 초, 한 신부님과의 전화 통화에서였다. 승마대회 심판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이유 없이 경질되었으며 승마협회 이사가 갑자기 바뀌었는데, 이에 정유라와 최순실이 얽혀 있다는 제보였다. 사소한 계기였지만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안민석 의원은 이때부터 이 사건을 주목하게 되었고, ‘승마계 살생부’를 직접 확인했다. 그리고 2014년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처음으로 ‘승마 공주’ 정유라 특혜 의혹과 최순실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그러나 곧이어 세월호 침몰 사건이 터지면서 최순실 모녀는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안민석 의원은 꾸준히 그들의 행보에 주목했다. 그러다 2016년 가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최순실이 이화여자대학교를 방문해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다는 제보를 듣고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교 부정 입학 의혹을 조사했다. 그리고 국정감사를 통해 이화여자대학교 학사농단을 공론화하고, 정유라를 위해 유리하게 개정된 이화여자대학교 학칙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밖에 차은택의 늘품체조 시연 혜택,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과 대기업의 출연금 의혹, 장시호의 존재와 대포폰, 태블릿PC 공개 등 국정농단의 핵심적인 증거들을 하나씩 파헤쳤다. 특히 이 책에 서술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은 언론에 공개한 적 없는 조사 내용으로, 최순실이 꿈꿨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들은 왜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는가
긴박했던 국회 청문회, 그 뒷이야기
2016년 늦가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사실로 밝혀지자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및 하야’를 외치는 국민들의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안민석 의원은 더욱 열심히 국정농단 관련인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청문회에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세월호 7시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여옥 대위를 찾기 위해 미국의 샌안토니오로 날아갔고, 김영재 성형외과에서 위조된 진료 카드를 찾아내기도 했다. 우병우를 잡기 위해 방송을 통해 현상금을 걸기도 했고,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연루된 기업 총수들과 전경련 회장 등에게 날선 질문을 던졌다. 이화여자대학교 최경희 총장과 김경숙 전 총장에게는 정유라의 입시부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집중적으로 따졌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최순실을 모른다고 발뺌했다.
엉뚱한 질문과 대답으로 화제가 된 장시호의 청문회에 얽힌 사정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안민석 의원이 볼 때 장시호가 박근혜·최순실의 대포폰과 태블릿PC를 순순히 증언한 이유는 아들 때문에 자신의 형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의도이며, 아직 그가 말하지 않은 진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청문회 중간에 정유라가 독일에 은신해 있다는 제보를 우연히 입수하고 독일로 찾아가기도 했다. 제일 먼저 정유라의 은신처를 발견했지만, 결국 JTBC가 먼저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정유라가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상황도 상세히 밝혔다. 그밖에 노승일 전 케이스포츠재단 부장과의 만남, 최순실 구치소 청문회, 조윤선과 김기춘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네티즌의 활약 등 긴박했던 청문회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쩐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외 은닉 재산 환수를 위한 고군분투기
2016년 겨울부터 독일에 있는 최순실의 페이퍼 컴퍼니와 위장 기업을 조사하고 스위스 비밀계좌를 밝혀내는 등 돈세탁 흐름을 파악해온 안민석 의원은 그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독일을 방문하고, 현장답사와 교민들의 결정적 제보를 토대로 최순실을 도운 조력자들의 실체에 좀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1976년 박정희 정권 때 개설되었다고 소문으로만 떠돌던 취리히 외환은행 사무실이 존재했음을 확인했으며, 최순실이 평창올림픽에 개입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도 했다. 또한 독일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데 깊이 관여한 ‘키맨’을 수소문하고, 페이퍼 컴퍼니 등록증을 확인했으며, 네덜란드 오두막집의 비밀을 파헤친 내용도 상세히 기록했다. 그밖에 세월호 7시간의 비밀 열쇠를 쥐고 있는 조여옥과 김규현을 추적했으나 실패한 이야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에 관한 비리를 밝히기 위해 ‘플란다스의 계’를 추진한 이야기 등 국민이 알아야 할 진실을 위해 고군분투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지난해 국내외를 돌며 약 100회에 이르는 북콘서트와 강연을 통해 국정농단과 해외 은닉 재산의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한편, 최순실 재산 몰수 특별법 제정을 제안해온 안민석 의원은 적폐청산을 위해 지금도 집요하게 진실을 추적하고 있다. 그는 부정 재산 환수 특별법과 스위스 특별법을 하루 빨리 제정해 국민의 것인 은닉 재산을 모두 환수한다면 국민의 복지와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부족함 없이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그는 특단의 노력이나 특별한 법과 제도가 없으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두 전직 대통령의 부정 축재, 더 나아가 대기업들의 부당 수익까지 조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적 장치와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거악의 뿌리인 해외 은닉 재산이 환수되는 그날까지 안민석 의원의 추적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