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받는 스트레스, 어느 날 느닷없이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른다”
’킬러 스트레스‘는 학술 용어는 아니지만 학계에서 스트레스를 표현할 때 흔히 ‘킬러’에 빗대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 말은 우리가 안고 있는 온갖 스트레스가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막중한 경고를 담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하게 넘어가는 스트레스가 쌓이다가 일정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목숨을 위협하는 ‘킬러 스트레스’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최첨단 연구는 킬러 스트레스의 메커니즘을 생리학이나 심리학, 뇌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밝혀가고 있다. 스트레스가 유전자를 조작해 암세포를 증식시키는 구조와 아주 평범한 세균이 스트레스에 자극받아 ‘살인 세균’으로 변해 돌연사를 일으킨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마음의 병인 우울병 등에 관한 최근의 연구 성과를 『킬러 스트레스』에서는 자세하게 전하고 있다.
우리 일상을 둘러보면 스트레스는 그야말로 흘러넘친다. 출퇴근 만원 전철을 타면 짜증스럽고, 직장 상사에게 질책당하면 풀이 죽는다. 마음이 맞지 않는 상사와 술을 마시러 가야 하면 몸과 마음이 두루 피폐해진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만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아니다. 전업주부도 스트레스를 느낀다. 혼자 해내야 할 가사와 육아, 신경 쓰이는 다른 어머니들과의 인간관계나 학부모 활동, 이웃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리기도 한다. 여기에 긴 시간 노동이나 수면 부족도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심각한 요인이다. 이처럼 산다는 건 바로 스트레스와 함께한다는 이야기다.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하나하나는 그리 심하지 않아도 축적되기 때문에 쌓이면 몸에 장애가 나타나는 수준까지 이르고 만다. 스트레스 반응이 가라앉기 전에 다음 스트레스가 밀려와 끊임없이 반응이 일어나고 결국 심각한 병까지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혈압이 높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계속 받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혈관은 견디지 못하고 터지면서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황까지 이르면 뇌혈관만 터지는 게 아니다. 몸 안에서 가장 굵은 혈관, 가슴에서 하반신으로 뻗어 가는 대동맥이 파열되면 바로 죽음으로 이어진다. 만약 동맥경화로 혈관이 약해진 부분이 있다면 제일 먼저 그런 부분부터 터지기 시작한다. 스트레스 호르몬 때문에 혈액 안의 혈소판이 굳으면 다리 허벅지 윗부분에 있는 혈관 같은 곳에 ‘혈전’이라고 불리는 핏덩이가 생긴다. 그게 혈류를 타고 폐까지 이동해 폐혈관을 막아버리는 것이 폐 색전증이다. 똑같은 현상이 뇌에서 일어나면 뇌경색, 심장에서 일어나면 심근경색이다. 모두 다 죽음을 불러들일지도 모를 위험한 병이다. 이처럼 스트레스가 겹치면 매우 위태로운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질병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지만 병을 일으키는 데에 스트레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성 스트레스 사회에서 내 몸과 마음을 어떻게 지킬까”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반드시 자신이 지금 ‘어떤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제1장에서는 ‘라이프 이벤트 스트레스 체크’를 통해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알아볼 수 있다. 스트레스 대책의 출발점은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 깨닫는 데에 있다. 이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스트레스에 대한 정의, 스트레스 반응이 생겨나는 과정,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뇌에 미치는 영향, 스트레스 반응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편도체 등에 대해 살펴본다.
제2장과 제3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우리 몸과 마음을 좀먹는 메커니즘에 관한 최신 정보를 모았다.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우울병, 만성 스트레스로 손상을 입는 뇌, 쌓이면 위력이 커지는 스트레스의 실체, 면역체계에 이상을 일으키고 살인 세균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스트레스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스트레스가 뇌와 신체를 파괴해 가는 과정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제4장부터 제6장까지는 스트레스 대응책을 소개하는데, 이 대책들이 왜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보들도 함께 실었다. 여기서 소개하는 대책은 모두 어렵거나 까다롭지 않다. 실제로 해 보면 ‘효과가 있구나’, ‘기분이 좋다’는 확실한 느낌을 받는다. 제4장에는 생리학적 측면에서 스트레스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운동을 하고 식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최신 정보를 담았다. 이어지는 두 장에서는 심리학적,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제공하는 스트레스 대책을 소개한다.
제5장에서 다루는 ‘코핑(coping)’이라는 방법은 현재 임상 심리 세계에서 주류를 이루는 인지행동요법을 일반인의 스트레스 대책에 응용한 것이다.
제6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얼마 전부터 붐을 이루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다. 마인드풀니스는 새로운 가치에 민감한 미국 서해안을 중심으로 유행에 불이 붙었다. 세계적인 인터넷 관련 기업 구글의 사원들 사이에 퍼져 지금은 이름 있는 대기업들이 줄지어 멘탈 헬스 대책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학교에서는 어린이들이, 교도소에서는 수형자들도 열심히 이용하고 있다. 마인드풀니스의 효과나 메커니즘을 과학적인 관점에서 밝히는 연구자들을 직접 만나 철저하게 취재했다. 이 책에서는 왜 마인드풀니스가 스트레스 대책으로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인 면에서 살펴본 다음에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세상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극심한 스트레스로부터 지켜낼 방도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한다. 어린 시절에 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 그 영향은 어른이 된 뒤에 ‘스트레스에 약한 사람’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