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류 문화보다 그 시대를 더욱 정확하게 포착하는 서브컬처
만화와 웹툰이 각자의 방식으로 용기와 위로를 전한다!
평론과 에세이를 동시에 읽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
<고백, 손짓, 연결>은 사회문화평론가 김민섭이 청춘과 현재를 함께해온 만화와 웹툰을 통해 자신의 삶과 현대 사회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문학연구자로 청춘을 보냈지만 논문/소설과 만화책 중 무엇을 더 많이 읽었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그의 인생에서 만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그는 만화를 보며 위로를 얻고,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등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만화뿐만 아니라 <미생> <신과 함께> 등 현대 사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웹툰 작품들을 소개하고, 우리의 삶을 되짚어본다.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고백하다
1장에서는 만화를 통해 위로받았던 순간을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로 이야기한다. 인생이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만화와 웹툰을 보며 힘을 얻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논문 쓰기에 어려움을 겪을 때 <슬램덩크>를 펼쳐 ‘농구가 하고 싶다’며 울먹이는 정대만에게 공감했고, <미생>에서 장그래의 대기업 인턴 생활과 자신의 대학원 조교 생활의 닮은 구석을 찾으면서 위로받았다. 또한 <덴마> <웃지 않는 개그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사과가 아닌 변명을 하려고 했던 자신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반성한다.
“당신은 어떠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청년들을 정신줄 놓게 하는 현대 사회
2장에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고민과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삶을 가혹하게 만든 사회 구조를 비판한다. 취업난은 점점 심해지고,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높은 물가와 집세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청년세대의 고민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놓지 마 정신줄>, 잘못된 사회 구조를 들여다보고 시대적 성찰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신과 함께> 등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찰한다.
“소중한 걸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대가는 가혹하다.”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는 결국 끊어진다
3장에서는 연인, 가족, 작가와 독자 등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점점 더 자기중심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내용일지도 모른다. 연인들의 로맨스를 다룬 <유미의 세포들>에서는 소중한 사람을 소홀하게 대한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지를 보여준다. 또 <드래곤볼>에서는 사회적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마음의 소리> <마린블루스>를 통해서는 작가와 독자의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이야기하며, 작가로서 어떠한 태도로 글을 써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저자는 이 책을 “평론이라기에는 무언가 가볍고 에세이라기에는 무거운, 그런 어중간한 무게감을 가진 책”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평론과 에세이를 동시에 즐기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책이다.
만화나 웹툰은 더 이상 허구나 비주류 문화가 아니다. 특히 만화가 웹툰으로 넘어오면서 다른 어떤 주류 문화보다 그 시대를 더욱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만화야말로 그 시대의 ‘오늘’을 읽어내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