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 존엄성을 충실히 실현시키는 것이다(Lasswell, 1951).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정책학은 “인간이 사회 속에서 봉착하는 근본적인 문제”, 즉 문명사적 갈등, 시대사적 사회변동, 세계적 혁명추세, 체제질서 차원에서 일어나는 문제 등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정책학에서 ‘인간의 존엄성’만큼 가슴 뛰게 만드는 단어가 있을까?
라스웰H. Lasswell이 정책학을 창시한 것도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지존至尊의 가치 때문이었다. 그는 트루먼 대통령의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 결정을 보고, 이는 미국의 국가이익에는 부합할지 모르나, 인류의 생존, 즉 인간의 존엄성에는 반하는 정책결정이 이루어졌다는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 비록 정치학이 훌륭한 학문이기는 하나 실증주의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것에 반대하여 새롭고 독창적 학문패러다임, 정책학을 제창하였다.
이처럼, 정책학은 그 출발점 자체가 인간에 대한 관심이었고, 인간이 살아가는 삶과 존엄의 문제가 학문의 대상이었다. 하여 본서에서는 정책학의 인문학적 사유에 대해서 다루어보고자 한다. 니체, 쇼펜하우어, 하이데거와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알아보고, 마틴 셀리그만, 칙센트미하이, 가드너, 혹은 프로이트나 아들러와 같은 긍정 혹은 창조심리학자들의 고민과 사유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폭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이 사회에 대해서 던진 문제의식과 솔루션Solution에 대해(만약 그런 게 있다면) 알아보고자 한다. 정책학과 인문학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향연饗宴, 즉 사상과 철학의 축제인 셈이다.
이 축제의 향연饗宴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거장들이 펼친 화려한, 때론 진지한 사유思惟의 잔치에서 그들이 품었던 고민과 사상의 깊이를 느껴보길 바란다.
복합성과 불확실성으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흐름 또한 인간의 존엄과 휴머니즘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을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본서는 정책학의 인식론적 토대를 고찰하고, 그 본원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의 ‘자아’란 무엇이며, ‘의식’이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가?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할 때 그 ‘존엄’의 본원적 원천은 무엇인가?
휴머니즘과 인간의 존엄성, 유발 하라리 담론과 인간의식에 대한 재고찰, 니체의 초인과 괴테의 향상심, 그리고 이러한 인문학적 토대가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정부4.0 모형의 제도와 행태 그리고 리더십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자 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특히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대웅, 손주희 박사 과정생의 따뜻한 리더십 하에 조동익, 탁성숙, 김세운, 정혜린, 정인호, 이다솔, 김광민, 이주현, 장정연 연구원은 정책학과 인문학 거장들의 사상과 생애를 꼼꼼하게 정리해주었다. 홍윤오, 김정훈, 이정희 박사는 세밀히 읽고 윤필까지 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으며, 이다솔, 이주현, 장정연 연구원은 모든 그림과 표들을 추가로 정리하고, 전체적인 구성을 편집하고 정리해주는 등 결정적인 기여를 해주었다.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8년 6월
성균관대 명륜동 연구실에서
권기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