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각의 한 마디
두번째 책을 쓰게 된다. 뭐 글이야 매일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쓰는 거지만. 본의 아니게 글씨와 글쓰는 사람으로 이 사회에 낙인찍혀서, 본업이 무언지도 모를 상황까지 가버리며, 사실은 이쯤에는 다음 책이 나와야된다는 강요 끝에 밤을 새면서 책을 쓴다. 지난번 책을 내고 나서 수없이 느낀 거지만, 난 글을 잘 못 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난 맞춤법도 약하고, 그다지 논리정연하지도 않으며, 설득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심지어 난 책도 잘 안 읽는다. 하지만 난 여전히 사랑과 이별에 대한 글을 쓴다.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에는 적합한 논리와 설득력과 이해가 필요하지 않으니까.
한번 사랑에 실패했다고 그 사랑이 멈추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실패한 그 전 사랑으로 인해... 내 가슴은 이미 시동이 걸려 있습니다.
무척 고맙습니다. 심장 뛰게 해줘서. 사랑 뭔지 알게 해줘서...
시동 걸린 내 사랑의 엔진이 쿵쿵 뛰고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사랑에 준비된 심장을 가진다는 것. 이미 시동은 걸려 있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느냐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으로 달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새 것처럼. 처음인 것처럼. 재활용하라.
사랑, 우리 삶의 신기루 혹은 오아시스
2009년 아름답고 독특한 손글씨로 첫번째 에세이 《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을 출간했던 디자이너 겸 캘리그래퍼 공병각이 2010년 또다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글쓰기로 사랑과 이별에 대한 두번째 고백을 한다. 간결하면서도 거친, 그리고 미세한 감정의 떨림까지 놓치지 않는 섬세하면서도 임팩트가 강한 그의 손글씨가 그려내는 사랑과 헤어짐의 무수한 상념들의 궤적을 통과하다보면 어느새 사랑의 기쁨이, 그리고 사랑의 슬픔이 칼로 도려내듯 쓰리고 아프게 가슴 깊이 저며 든다. 또 사랑 이야기라니. 그러나 사랑이 어디 끝이 있으랴. 지금 우리는 어제 사랑했던 사람들과 오늘 사랑의 불길에 휩싸인 사람들, 그리고 오늘 사랑을 잃은 사람들이 함께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언제나처럼 사랑은 예고 없이 왔고, 또 떠났다. 공병각은 오늘도 ‘한때 전부였던 사람’을 그리워한다. 때론 후회하고 때론 원망하고 때론 미칠 것처럼 아파하며 연인을 저주하기도 한다. 주었던 마음만큼 원망이 커지다가 미처 주지 못한 마음 때문에 미안함과 후회가 커져간다. 그러나 결국 사랑은 고마운 일이다. 그리하여 그는 “떠나간 사람도, 남겨진 사람도, 짐을 챙기는 사람도, 흔적을 지우는 사람도, 맘을 추스르는 사람도, 먼저 아픈 사람도, 나중에 아플 사람도, 울었던 사람도, 앞으로 더 많이 울 사람도… 다 나이길 바란다.”며 “실패한 사랑으로 인해 내 가슴은 이미 시동이 걸려 있습니다. 무척 고맙습니다. 심장 뛰게 해줘서. 사랑 뭔지 알게 해줘서. 시동 걸린 내 사랑의 엔진이 쿵쿵 뛰고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라고 고백한다.
가을이 오는 길목, 폭염에 지치고 사랑에 목마른 시간에 만나는 공병각식 명징한 사랑의 아포리즘들을 통해 당신도 또 한 번의 사랑을 준비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을 더 잘 하기 위해, 사랑을 잃고 우는 이들은 상처 속을 함께 뒹굴며 치유되기 위해, 아직 사랑을 알지 못하는 이는 사랑을 배우기 위해, 채 사랑하는 이를 못 만난 이들은 언젠가는 도래할 ‘그 /그녀'를 기다리며 공병각이 파놓은 사랑의 우물에서 저마다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