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해도 시다 - 시는 말로 지어지는 나의 삶
“남들한텐 시시해도 나한텐 시시하지 않으니까!”
시집의 첫 번째에 놓인 시 「시시해도 시다」는 유독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한 우리들에게 남이 시시하다 해도 나에게 시시하지 않으면 ‘특별한 의미’가 된다는 것을 일러준다. 시인에 따르면 “말은 사라지니까 글자를 만들고 시를 쓰게 된 것(「할머니의 시」)”이므로, 나의 이야기를 말로, 글로 그리고 시로 표현하는 것이 곧 ‘나의 시’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나의 시는 다른 이들의 평가와 무관하다. 그러므로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잣대에서 자유로워지기를, 그리고 스스로의 존재 자체의 소중함을 간직하기를 시인은 제안한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날’ 찬란하게 피어난다.
오늘 하루 아무것도 안 했다면 / 엄청 어려운 일을 해낸 거야! // 시도 그래
/ 아무것도 안 하기와 비슷해 // 격렬히 / 아무것도 안 한 만큼 / 찬란하게
피어나지 // 아무것도 안 해서 / 안 하도록 해서 / 세상의 평화를 꿈꾸지
-「아무것도 안 하는 날 - 시놀이」 중에서
‘푸른푸른 말하기’로 시작되는 나와 너의 이해와 사랑
자신이 그 자체로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하기 위해 시인은 ‘말’을 하라고 한다. ‘구경꾼처럼 떠드는 남의 이야기’(「내 말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 말고 진짜 나의 이야기를 떠들어대자는 말이다. 그래야 나의 삶에서 구경꾼이 아닌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아침마다 ‘안녕, 주인공!’(「안녕, 주인공!」) 하며 스스로에게 인사해보자. 그렇게 불러내 삶의 ‘주인공’이 된 내가 될 때 타인에 대한 이해도 가능해진다.
“모르면 경쟁상대일 뿐일 텐데 / 말하면서 너가 되어가는 / 남이 아닌 친구가 많아지는 / ……/ 말하면서 나와 다른 세상이 점점 더 많아지는 / 끄덕이며 이해하며 존중하며”(「우리들의 푸른푸른 말하기」) 서로 말하는 것. 그것은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 되어 다가오는 ‘의미’처럼, ‘푸른푸른 말하기’를 통해 서로의 ‘의미’가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렇게 될 때 비교와 경쟁의 자리에 비로소 이해와 사랑이 놓일 수 있게 된다. ‘나’로 바로 서고 ‘너’를 이해하고 나서야 ‘사랑’을 배우는 것이다.
너를 이겨야만 내가 거길 갈 수 있다면
나는 그냥 너의 손에 예쁜 꽃 한 송이 건네주고 딴 데로 갈래
……
비교 없이 경쟁 없이
사랑하면서 살래 - 「새로운 아이」 중에서
시인이 전해주는 슬픔과 아픔을 마주하는 자세
사랑하고 이해하며 자라나는 과정은 아픔과 슬픔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나의 우울과 슬픔 그리고 아픔을 말할 수 없을 때, 시인은 그것을 표현하고 마주하는 방법에 대하여 나긋하게 알려준다. 걱정이 있으면 “119를 부르듯 걱정 마 구름”(「걱정 마 구름」)을 부르고, 슬픔이 오면 슬픔을 껴안고,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슬픔을 대하는 지혜」). 우울한 날은 우울한 대로 ‘씨앗잠, 태아잠’을 푹 잔 후 (「우울한 날의 처방전」) 누군가에 의하지 않고 오로지 나 스스로가 안녕? 하고 일어나도록 한다. 누가 깨운 것이 아닌 스스로 태어나고 싶고 일어나고 싶을 때 스스로의 힘으로 안녕?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통증은 있었지만 퍽 괜찮은 성장’(「달밤」)의 힘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성장하는 청소년들은 어른으로 자라기 위한 미완성의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그대로 아름다운 꽃이 된다.
여기는 경유지가 아니다.
……
나는 날마다 꽃핀다.
내 말을 완전히 이해하는 나의 태양과 함께
다른 사람이 보기에 덜 핀 꽃이어도
나는 여기에서
완전하다
- 「오늘」 중에서
말의 힘, 시의 힘
시인은 「오늘의 일용할 시」 연작을 통해 시가 주는 힘과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오늘의 시’에서 위로받은 날”이라고 고백한 것처럼, 시의 역할은 바로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이 아닐까. ‘아무것도 안 하는 날’ 부담 없이 펼쳐본 시집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통해 학교, 학원, 집을 맴돌며 진짜 나를 공부할 수 없어 힘들고 외로운, 그리고 슬픈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저마다 다르게 꽃피우시라고 따뜻한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마음 가는 대로 취향 따라 그저 맘껏 이 시편들을 즐기고 누리시길! ‘아무것도 안 하는’ 어느 날, 저마다 다른 어떤 페이지를 펼쳐 놓고 저마다 다른 꿈의 발전소를 가동시키는 벗들을 상상합니다. 네, 향유! 그렇게 다 다르게 누리시면 됩니다. 다 다르게 꽃피면 됩니다.”
- 「시인의 말」중에서
십 대 청소년들이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읽고 추천하는 ‘푸른푸른’ 말하기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었는데 이 시집을 읽으니 위로가 되었다. 나를 조금 더 사랑해야겠 다. -김완경(17세)
우리의 고민을 하찮은 변명거리로 치부하지 않는 따뜻한 어른을 만난 것 같다. -박근원(18세)
시의 울림이 마음에 깊이 스며들어 따뜻한 햇빛을 받는 느낌이다.-양수빈(17세)
상처받은 내 마음을 조용히 안아 주는 시이다. -유리(18세)
재밌고 공감되는 시가 많아서 나와 같은 10대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유서진(18세)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만 그 내용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고 내 삶의 주체가 나임을 알게 해 주는 시집이다. -이시언(18세)
왠지 나의 현실을 다 안다며, 괜찮다며,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며 토닥거려 주는 것 같았다. -최윤영 (18세)
평소에 시를 많이 읽어 보지 못했는데 이 시집을 읽으며 시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살 아왔는지 생각해 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가 많다. -한승희(18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