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나이를 밝히는 과학적 여정
노벨상이 최초로 수여된 해는 1901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20년 전이다. 이 당시 사람들의 지구에 대한 이해도는 오늘날 우리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초보적이었다. 지금은 상식이 된 지구의 나이 46억 년을 놓고 그 당시 물리학자들은 당대 과학계의 거장이었던 켈빈 경(William Thomson, 1st Baron Kelvin, 1824∼1907)을 앞세우고 열역학적 추론에 근거하여 지구의 나이가 3천만 년 정도라고 당당히 주장할 정도였다. 당대 물리학자들이 내세운 이 같은 ‘젊은 지구설’ 앞에서 지구과학자들과 진화론을 믿는 생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가 적어도 1억 년 정도는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에 기반을 둔 ‘늙은 지구설’을 내놓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896년, 베크렐(Antoine Henri Becquerel, 1852∼1908)이 발견한 ‘방사능’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가지고 혜성처럼 나타나 ‘늙은 지구설’에 손을 들어준 과학자가 있었다. 위대한 물리학자로 알려진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1871∼1937)였다.
1903년 런던의 왕립학회 회원으로 선출된 러더퍼드는 이듬해 5월 19일 “방사성 물체의 연속 변환”이라는 제목으로 왕립학술회원 800여 명 앞에서 베이커(Baker) 강연을 하게 되며, 이 강연은 지구 나이 탐구의 분수령을 이루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1896년 베크렐이 방사능을 발견한 이후 퀴리 부부가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였고 러더퍼드가 암석의 나이 측정에 이를 실질적으로 응용하는 길을 열었지만 지구의 나이, 더 정확하게는 우리 태양계의 나이가 46억 년임을 밝히기까지는 50여 년의 시간을 더 필요로 하였다. 과학자들이 모래시계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방사능의 모든 정체를 이해하고, 또 이를 지구의 연대측정에 활용하기 위한 기반을 완전히 이해하기까지 이런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구의 나이를 찾아가는 여정은 20세기가 이룬 중요한 과학적 성과 중 하나였다. 이제 지구의 나이가 밝혀지기까지 과학자들이 겪어온 과학의 발전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