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판 머리말
세계통상환경은 불과 최근 2-3년 사이에 상당한 변화와 진통을 겪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의 선봉에 서 왔던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미국과 함께 세계통상체제를 이끌어 왔던 유럽에서도 브렉시트(Brexit)와 함께 고립주의적 분위기가 짙어지는 형국이다. 세계 최대 무역국으로 부상한 중국 역시 불투명하고 위장된 각종 비관세 장벽과 보호주의 조치로 무역상대국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불거진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통상환경을 한층 어둡게 만들면서 그 여파에 대해 모든 국가들의 심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경제가 온통 불확실성으로 휩싸인 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같으면 WTO차원의 대응방안이 나오고 주요국들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했을 만도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모두 문제의 당사국일 뿐만 아니라 DDA협상의 장기적 정체로 인해 WTO체제마저도 그의 원활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대부분의 국가가 WTO에 희망을 걸고 다자체제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WTO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부정적 시각이 다소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미국 통상정책의 큰 흐름을 돌이켜 보면 다자체제의 복원은 필연적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WTO분쟁해결절차가 여전히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WTO각료회의도 제한적이나마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아직도 다자체제의 회복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보기술협정 확대협상(ITA-II)의 타결이나 무역원활화 협정(TFA)의 발효는 다자체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가능성을 보여 준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마찰도 우선적으로는 당사국간 협의에 의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장기적인 해결 I부 3장에‘다자간 국제통상체제의 전개과정’이라는 주제로 보다 간략히 재정리했다. GATT/WTO체제하에서 진행된 각각의 다자협상에 대한 내용을 대폭 축소하여 그의 개략적인 전개과정을 설명하는 데에 주력했다.
둘째, 기존의 제 II부 2장 3절의 OECD내용을 1장으로 이동하고 내용도 대폭 간소화했다. OECD를 국제통상체제 측면에서 이해하기보다는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국제기구로서 국제통상에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체로서 이해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정리였다. 또한, TPP, RCEP, TTIP 등 지역별 거대경제통합의 전개가 최근까지 통상체제의 큰 흐름의 하나였던 점을 감안하여 제 II부 2장 2절의‘경제통합과 FTA’를‘지역별 경제통합’과‘지역간 거대경제통합’으로 분리해서 정리했다.
셋째, 2017년 2월 발효한 무역원활화협정의 내용을 제 III부 3장 4절에 새로 포함시켰다. 무역원활화협정은 회원국간 무역의 흐름을 원활히 하여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무역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협정으로서 WTO 설립 이후 최초로 타결된 다자간 무역협상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기존 제 III부 4장 4절의‘자본거래’를 그의 성격에 맞도록 3장‘상품외 거래 관련 국제통상규범’의 5절로 옮겼고, 3장 1절 및 2절에서는 서비스 및 지식재산권 관련 최근의 국제협상에서의 논의 추이 및 특징 등을 추가로 반영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제 IV부 전체를 삭제하고 그 내용을 다른 관련 부분에 분산 정리하면서 3장의‘한국의 통상정책’을 이번 개정판에서는 제 IV부로 분리해서 기술했다. 이는 기존의 제 IV부 2장에 기술된 외국의 통상정책과 제도의 변화 내용을 적기에 감지하여 반영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고려했다. 대신에, 개정판 제 IV부 3장 한국의‘대외통상관계’에서 주요 경제권과의 양자간 통상관계를 설명할 때 해당 경제권의 주요 통상 정책을 참고사항으로 분리 기술했다.
본서가 1998년 2월에 처음으로 발간되었으니 바야흐로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국제통상 서적은 워낙이 기술적이고 전문적 용어가 많아서 읽기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아무리 간단명료하게 기술하고 쉽게 설명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고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서가 꾸준히 사랑을 받으면서 읽히고 있는 데에는 전적으로 분에 넘치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독자들과 동료 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본서로 강의하면서 인내를 갖고 오류와 개선점을 지적해 주신 독자들과 동료 학자 여러분들께 이 기회를 빌려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변함없이 본서의 출간을 맡아 수고해 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과 편집부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린다.
이번 제7 판을 준비하면서 고려대학교 강문성 교수와 동국대학교 송백훈 교수 등 두 분의 훌륭한 통상전문가가 집필진에 합류했다. 국제통상론이 더욱더 독자 여러분께 사랑받는 통상교과서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리며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지도와 편달을 기대한다.
2018년 8월
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