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
《눈물방울》은 정감 어린 이야기로 아이들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눈사람, 아기 독수리처럼 친숙한 대상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이들을 바라보는 다정다감한 시선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느껴지지요. 누군가 건넨 위로의 말처럼 내 마음속에도 무언가 차오릅니다.
〈돌아온 누누〉는 눈사람 누누와 빨간 머리 두루미 두두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면 하얀 눈밭에서 누누가 태어나요. 두두는 누누의 단짝 친구였어요. 누누라는 이름도 두두가 붙여 준 거예요. 하지만 둘은 겨울이 끝나면 더 이상 만날 수 없어요. 눈사람인 누누는 녹아서 사라지고 두두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두두와 헤어지기 싫은 누누는 두두의 고향에 함께 가려고 합니다.
〈수리수리 오수리〉는 아직 하늘을 날지 못하는 독수리 ‘오수리’ 이야기예요. 겁이 많은 오수리는 날개를 펴는 것이 무섭기만 해요. 가족들이 보채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지만, 몇 번이고 비행에 실패했어요. 그러던 하루는 숲에서 날개를 다친 닭, 삐악이를 만났어요. 설상가상 사나운 오소리가 나타나 위협했지요. 오수리는 삐악이를 도우려고 용기를 내어 오소리에 맞섭니다.
〈안녕, 도도〉는 길냥이 ‘도도’와 ‘바프리’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도도는 우연히 주인과 헤어져 동네를 떠돌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에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새끼 고양이 바프리를 만났지요. 도도는 바프리를 자기 새끼처럼 품어 주고, 둘은 그렇게 가족이 되어 갑니다.
〈눈물방울〉은 죽음을 앞둔 물고기, ‘금이’ 이야기입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금이는 동생 붕이와 헤어질 때가 되었음을 알았어요. 그래서 금이를 불러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지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자신들이 누구인지, 왜 어항에 갇혀 살게 되었는지, 마지막 순간은 어떻게 찾아오는지……. 그리고 마침내 눈물이 되어 붕이의 곁에 머무릅니다.
동심을 품은 이야기
자연에 가까이 다가서게 만드는 이야기
《눈물방울》의 주인공들은 순한 아이들의 모습을 닮아 있습니다. 〈돌아온 누누〉에서 누누는 친구와 이별을 앞두고 속상해하지만 억지를 부리거나 매달리지 않아요. 그저 몰래 하늘을 나는 연습을 하거나 날개를 만들어 보고는 말지요. 〈수리수리 오수리〉에서 오수리는 겁이 많지만 삐악이를 도와주려고 애씁니다. 자칫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데도 굴하지 않았지요. 그런가 하면 〈눈물방울〉에서 금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동생 붕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먹먹하게 전해집니다. 어쩌면 익숙하게 보아 왔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시인인 작가가 한 층 더 아래로 들어가 발견한 세상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생명의 뒷모습입니다.
이연우 작가는 어린 시절에 살던 시골 마을에서 《눈물방울》에 실린 이야기를 지었어요. 앞산 소나무 아래서 종종종 뛰어가고 있는 오수리를, 언덕 아래로 길게 펼쳐진 눈밭에서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인지 모를 누누를 만났습니다. 며칠을 주위만 맴돌며 눈만 마주치던 고양이 도도가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돌아오기도 했지요. 자연을 바라보며 빚은 이야기는 독자들의 마음을 자연으로 데려갑니다. 자연을 돌아보게 하고 잃어버린 것을 회복하고 상상력을 싹 틔우게 하지요.
《눈물방울》에 담긴 이야기들은 친근하고 정답습니다. 그러면서도 만남과 헤어짐, 가족, 죽음과 같은 묵직한 주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차분히 그려 내고 있습니다. 단지 가볍게 읽히는 데 그치지 않고 곱씹어 생각하게 만들지요. 《눈물방울》이 아이들의 가슴에 오래 간직되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