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서문>

글이 나오는 계기는 다양하다. 필자가 의도하고 고민해서 책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의도치 않게 여러 상황의 필요에 따라 책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후자의 경우이다. 먼저 킹덤북스(Kingdom Books) 대표 윤상문 목사님과의 대화가 책이 나오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지만, 교회와 학교에서 가르치는 실제 과정에서 느끼는 구원에 대한 종합적 이해의 필요에 눈을 감을 수 없었다. 

‘구원’이란 단어는 기독교 공동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 단어가 교회와 신자의 삶의 실제 영역에서 적용되는 과정은 많은 갈등과 혼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필자가 보기에 그 중요한 원인은 구원의 숲이라는 큰 그림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에 있는 것 같다. 지나온 역사 동안 구원의 숲에 있는 각 나무와 여러 오솔길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와 연구, 그리고 나름의 합의가 있어왔다. 예를 들어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이라든지 혹은 예수를 믿으면 사람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고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등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큰 그림이 없으면 여러 갈래로 나있는 오솔길이나 그 길 옆에 있는 나무들이 갖고 있는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분명히 여러 좋은 길을 보고 있고 훌륭한 나무들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로 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감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를 믿는 것과 그 이후의 삶과의 단절 같은 현상들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개인의 신앙과 세상 속에 사는 신자의 삶을 분리하기도 한다. 사실, 큰 그림이 분명치 않으면 자기가 소유하고 있다고 여기는 작은 부분의 지식이 정말 적절한지도 분간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일선 목회자에게도 예외가 아닌듯 싶다. 또한 그들에게 신앙의 가르침을 배우는 일반 신자들 역시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런 필요에 응해서 구원이라는 큰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쓰여졌다. 모든 것을 다 다루지는 않았지만, 시간적으로 창조 이전에서 시작해서 역사가 완성되는 미래 시점을 포함했고, 공간적으로 개인을 넘어 사회와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의 영역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하나님의 구원을 설명하려고 했다.

필자는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이 책을 기술했다. 

첫째, 가급적 쉬운 용어로 설명하려 했다. 구원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볼 수도 없고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는 보이지 않는 창조주 하나님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실제적으로 그 구원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학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안에 있는 개념이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구원에 대한 큰 그림을 소개하고 싶었기에 학자들의 논쟁은 가급적 지면에 담지 않았다. 그 논쟁이 쓸모없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한 논의로 구원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장애가 되는 일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논쟁은 참고 문헌으로 간단히 처리하고 대신 필자가 이해하고 정리한 내용을 설명하려고 했다. 

둘째, 성경 자체의 이야기에 충실하도록 노력했다. 성경은 지나온 역사 동안 창조주 하나님이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그리고 구원과 관련해 어떻게 일하시고 계신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자료이다. 아니, 성경밖에 없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서 성경 자체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 계획과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문제는 성경 자체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다양한 논의와 대화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성경의 모든 본문의 진의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작업은 요원하다고 볼 수 있다. 보다 적절한 표현은 계속해서 그 진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필자의 이해는 완전한 것이 아니다. 다만 성경 본문에 대해 현재 필자가 이해하는 최선의 해석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을 이해하려 했다. 각 본문에 대해 필자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계속되는 대화를 통해 더 나은 이해를 위한 과정은 여전히 지속되어야 한다. 

셋째, 가급적 예수에 대해 ‘그리스도’라는 단어 대신 ‘메시아’라는 단어를 사용하려고 했다. 둘 다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뜻이지만 의도적으로 히브리어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신약에서 그리스도는 예수의 신성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종 그 표현은 옛 언약(구약)과 새 언약(신약)과의 연결점을 잘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필자는 창조 이전에 세워진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옛 언약의 모습을 통해 새 언약으로 구체화되고 성취된다고 보기에 의도적으로 예수에 대해 메시아로 표현했다.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통전성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전체 그림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에베소서 1:3-14를 통해 구원 스케치를 했다. 시간적으로는 창조 이전에서부터 역사를 마무리하는 먼 미래가 담겨 있으며 공간적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모습이 들어 있다. 또한 구원 과정에서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시는 아버지와 아들, 성령 하나님의 모습이 있고, 그 하나님과 반응하는 인간의 모습이 있다. 

제2장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전체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들을 소개했다. 하나님의 나라와 언약, 상호 작용 설명 틀과 두 영역 설명 틀이 그것이다. 앞의 두 요소는 구원의 내용과 관련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개인과 사회, 모든 피조물을 포함한 창조주 하나님의 통치 영역과 관련된 개념이라면, 언약은 그 안에서 하나님과 사람과의 관계에 초점 맞춘 개념이다. 뒤의 두 요소는 하나님의 구원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상호 작용 설명 틀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주거니 받거니하는 상호 작용으로 구원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주로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개인적 관계에 초점 맞춘 설명 방법이다. 두 영역 설명 틀을 하나님의 통치 영역과 그것에 거역하는 통치 영역의 대조로 구원 과정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상호 작용 설명 틀은 주로 언약 관계와 관련 있다면, 두 영역 설명 틀은 그것을 포함하고 있는 보다 큰 하나님의 나라 개념과 관련 있다. 

제3장은 하나님의 진노 아래 있는 인간의 실존을 상호 작용과 두 영역 설명 방식을 통해 묘사했다. 상호 작용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를 거절한 죄인이고, 두 영역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의 통치를 거절하는 죄와 죽음과 사탄의 통치 아래 있는 존재이다. 그들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이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제4장은 하나님의 진노를 벗어난 구원의 모습을 설명했다. 역시 상호 작용 설명에 두 영역 설명 방식을 통해 보여주었다. 제3장의 상태와 반대되는 것으로, 상호 작용 설명에 의하면 인간은 하나님을 거절하는 죄를 회개하고 예수를 믿음으로 하나님의 의를 얻게 되며, 두 영역 설명에 의하면 죄와 죽음, 사탄의 통치에서 하나님이 통치하는 영역으로 옮겨진 것이다. 

이 책의 어떤 부분에서는 필자가 사용하는 용어들과 내용 자체가 약간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교회와 성도들이 갖고 있는 부분적 지식을 종합했고 필자가 성경을 통해 이해하는 구원의 모습에대해 소개하려고 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대화와 독촉을 해주신 킹덤북스(Kingdom Books) 대표 윤상문 목사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추천사를 써주신 이동원 목사님, 장성길 교수님, 신현우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원고를 읽고 필자의 생각정리에 도움을 준 안승준 목사, 이용수 목사, 이우림 목사, 윤다윗 전도사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비록 수학과 교수님이시지만 성경 말씀에 누구보다도 열정을 갖고 계신 김성옥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남편과 아빠를 사랑해주는 아내와 두 딸들에게 많은 감사와 사랑의 표현을 하고 싶다. 더욱이 모든 것 위에 구원의 시작이자 완성이신 삼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2018년 7월 포항 한동대학교에서

 이재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