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동아시아 여러 국가들은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라 일컬어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아시아 패러독스란 역사 문제나 영토 문제 등으로 인한 갈등과 서로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존재하는 국가들 간에 경제적인 상호 의존관계가 더욱 증대하는 현상을 말한다.
역사화해 문제와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정부의 결정에만 지나치게 의존해왔다. 그러나 진정한 화해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다층적인 작업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지 결코 정부나 고위급 관료들만의 일이 아니며, 따라서 시민사회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이 과정에 참여하여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
화해의 작업은 본질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양자 간의 상호적 행위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역사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대체로 국가 간의 ‘전투’와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우리는 이제 전쟁의 무고한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이들이 겪은 비극을 인류보편의 것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함께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보다 유화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지향적인 노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은 바로 청년들이다.
이 책은 사회적 행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떻게 ‘위안부’ 문제에 새로운 역동성을 부여하였는지를 조명해 보고, 이를 통해서 역사화해(historical reconciliation)를 위해 우리가 어떠한 이해와 노력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를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