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저널리즘,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 파헤친
언론의 천태만상!
전 세계 40개국 이상 출간, 이탈리아 25만 부 이상 판매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권위 있는 기호학자이자 뛰어난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베스트셀러 소설가 ―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이탈리아에서만 25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일본, 폴란드, 러시아 등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출간 또는 출간을 앞두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에서부터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존경받은 에코의 작품들은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로 오랜 시간 독자들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장미의 이름』은 4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3천만 부 이상이 팔렸고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또, 같은 작품으로 1981년 이탈리아 스트레가상을, 1982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았다. 에코는 2016년 2월 19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2015년 출간된 그의 마지막 소설 『제0호』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공정성을 잃은 보도와 음모론적 역설(力說)의 난장, 뚜렷한 방향 없는 단말마의 포르노적 정보 공세. 일찍이『 푸코의 진자』,『 프라하의 묘지』 등에서 다뤘듯 음모론을 둘러싼 대중의 망상에 오랜 시간 흥미를 가져온 에코는 저널리즘의 편집증을 목록화해 펼쳐 보인다.
『프라하의 묘지』,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등을 번역한 바 있는 이세욱 역자는 작가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계산된 움베르토 에코의 문체를 한국어로 세심하게 옮겼다.
역사에 관한 또 하나의 음모론,
무솔리니가 살아 있다?!
소설의 배경은 1992년, 실제 이탈리아에서 전무후무한 정치 스캔들이 터지며 대대적인 부패 청산의 물결이 일던 시기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세력가를 배후에 둔 어느 신문사의 편집부가 주 무대로, 무솔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황색 언론의 행태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사라진 무솔리니의 흔적을 추적하며 교황, 정치가, 테러리스트, 은행, 마피아, CIA, 프리메이슨까지 얽힌 폭로 기사를 준비하던 기자는 등에 칼을 맞고 살해된 채 발견된다.
1990년대 이탈리아의 <마니 풀리테Mani Pulite(깨끗한 손)> 운동은 뿌리 깊은 부정부패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정계의 구조적 비리가 공개되면서 세상이 떠들썩해졌고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밀라노뿐 아니라 수십여 개의 도시에서 4천여 명에 이르는 정치인, 공무원 기업인들이 조사를 받았으며 그중 1천여 명이 구속된 바 있다. 사회당의 크락시는 튀니지로 망명했으며 기민당의 안드레오티 전 수상의 마피아 관련 혐의가 발각되었다. 그 결과 이탈리아의 3당 체제는 붕괴하고 미디어 재벌 출신의 베를루스코니의 전진 이탈리아당과 우파 연합, 좌파 연합 중심으로 정계가 재편되었다. 제1공화국이 막을 내리고 제2공화국이 들어섰다. 하나 격동의 세월이 있었음에도 자기반성 없는 표면적 혁신으로 그곳의 뇌물 전쟁과 비리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정치가와 그가 이끄는 언론 플레이는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아닐 수 없다. 『제0호』는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지대를 막론하고 현대 사회인의 무의식에 침투하는 매스 미디어의 광포한 영향력을 곱씹게 한다.
이렇듯 내용적 측면에서는 정치적 성공을 도모할 목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하는 강력한 기업인, <특종>을 강요받는 저널리스트, 그리고 그러한 취재 과정에서 희생양이 되고 마는 대중에 대한 고찰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에코는 특유의 해학을 버무리고, 혼란한 바깥 사정과 별개로 새롭게 뿌리 내리는 인간 사이의 애정과 연대를 제시한다. 이전의 그 어느 작품보다 단순명료한 문체와 구성은 오롯이 대중을 향한 것으로 큰 울림을 전한다.
우매한 대중을 노리는 특종 전쟁.
결코 발행되지 않을 신문의 배후에 도사린
거대한 미스터리
1954년 이탈리아에서 텔레비전 방송이 처음 개시된 때로부터 RAI(이탈리아 방송 협회)의 문화 프로그램 제작 종사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에코는 그 누구보다도 매스 미디어의 생리에 통달해 있으며 과연 그 아닌 누군가 이토록 명철한 지각을 지닐 수 있을까 의문이 들리만치 예리하게 세간을 다룬다. 『제0호』는 역사적 사건에 관한 복잡한 음모론을 다루지만 결코 절망적이지 않으며, 재치 넘치면서도 신랄한 비판으로 번뜩인다. 무엇을 믿어야 하며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고심하는 독자에게 이 소설은 과연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제0호』는 저널리스트의 문체로 저널리즘의 세계를 다룬다. 실패한 글쟁이들과 음모론에 잘 빠지는 기자와 나쁜 저널리즘을 보여 주는 익살스럽고 풍자적인 이야기이다. ―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