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진짜 속마음을 읽어드립니다”
빅데이터 사회학자, 대한민국을 분석하다
혐오, 분노, 저출산, 혼밥 등 20개 이슈 총망라
지금 한국 사회 도처에 편재한 각종 혐오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가? 우리는 현재 어떤 대상을 가장 혐오하고 있는가? 어떤 사건에 가장 분노하고 있는가?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우리의 일과 여가는 어떻게 변화했는가? 혼인율과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다는데, 실제 일상과 온라인 공간에서는 ‘비혼’을 둘러싼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가? ‘갑질’은 최근 들어 나타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사회 현상인가? 과거에는 ‘미세먼지’ 문제가 정말 없었는가?
빅데이터 전문가이자 사회학자인 배영 교수가 방대한 SNS 데이터와 언론 기사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지금 우리 시대를 분석한 20편의 칼럼을 모으고 새로 쓴 글을 덧붙여 책으로 엮었다. 세월호 참사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19대 대선, 새 정부 출범에 이르기까지, 이 어두운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 우리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경험을 했고 이는 온라인과 매체 보도 데이터에 고스란히 상흔으로 남았다. 각종 이슈와 사건들이 크나큰 진폭을 그린 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뀌었으며 다양한 키워드를 둘러싼 여론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데이터 분석에 능통한 사회학자 배영 교수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빅데이터라는 도구를 집어 들었다.
빅데이터는 기존 데이터베이스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십 테라바이트의 대량 데이터에서 가치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빅데이터 분석 활용법이나 경제,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빅데이터 분석,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은 많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회 연구 자료는 없었기에, 빅데이터를 통해 지금 여기의 한국을 읽으려는 시도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강남역 살인 사건, 땅콩 회항, 알파고 쇼크,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모두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다사다난했던 한국 사회의 면면을, 저자의 시선을 따라 누비다 보면 2000년대 이후 한국 현대사를 한눈에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의 한계를 넘어서는 빅데이터의 힘
사회 문제 진단부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대안 제시까지
이제까지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마음과 변화하는 사회 흐름을 읽기 위해 전통적 사회조사 방법을 주로 사용해왔다. 면접조사, 설문조사 등의 여론조사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사건과 현상을 분석하고 나아가 미래를 예측하는 등 사회 구성원의 생각과 마음을 읽으려 했다. 그러나 적은 표본으로 인한 대표성 문제, 낮은 응답률 등 기존 사회조사 방법의 문제점 또한 꾸준히 제기되었다. 특히 질의응답 형식의 조사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 커졌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저자 배영 교수는 빅데이터에 주목했다.
인터넷이 대중에 보급된 이래, 특정 사건이나 이슈가 화제로 부상할 때마다 SNS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과 언론 매체에는 그와 관련한 데이터가 수없이 쌓여갔다. 더불어 IT 기술의 발달로 그 자료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까지 개발되었다. 이제 특정 이슈와 키워드를 중심으로 국민의 마음이, 여론이, 사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거나 문제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까지도 가능해졌다. 실로 사회 분석 및 연구에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금, 한국을 읽다》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첨예한 논쟁이 되고 있는 뜨거운 이슈 20개를 선별해 각 키워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목소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핀다. 다양한 SNS 채널과 포털사이트의 검색량, 언론 보도량 등의 데이터를 추출해 산출된 결과값을 토대로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 한편 지금 여기, 우리 사회에 산재한 다양한 갈등과 문제의 기원이 무엇인지부터 어떻게 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심도 깊게 성찰한다. 저자의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어두운 터널을 쉴 새 없이 통과하는 동안 우리 국민의 관심사와 고민거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새로운 키워드는 어떻게 이 시대의 주요 담론이 되는가
감정, 관계, 사회, 미래에 담긴 한국인의 ‘본심’
《지금, 한국을 읽다》는 감정과 관계, 사회, 미래를 주제로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에서는 혐오와 분노, 행복, 불안을 중심으로 사회 구성원의 감정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일관된 흐름을 발견하고 언제, 어떤 계기로 이 같은 감정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는지 그 기원을 날카롭게 추적한다. 특히 최근 우리 일상에까지 깊게 파고든 ‘혐오’의 기원을 찾고 그 대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어떤 사건 사고가 우리의 감정을 뒤흔들었는지에 대해 언론 보도량과 연관어 등의 변화 추이를 통해 추적하는 과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변화 양상을 그래프와 도식 등 다채로운 시각 자료로 제시함으로서 그 변화를 더욱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다.
2부에서는 가족과 관계에 집중해 여가와 비혼, 저출산, 혼밥 등의 주제를 다룬다. 최근 혼인율과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혼과 저출산의 중심에는 여성과 여성고용률이 있다는 저자의 분석과 지적은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다. 더불어 현재의 저출산 대책이 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꼬집는 등 제도와 정부 정책에 던지는 메시지까지 빼놓지 않는다.
3부와 4부에서는 개인과 관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정권 교체 국면에서 한동안 뉴스 헤드라인을 휩쓸었던 적폐와 갑질, 가짜 뉴스, 북한, 미세먼지, 4차 산업혁명 등 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한국 사회를 분석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낯설었지만 이제는 일상용어가 된 갑질과 적폐, 가짜 뉴스 등이 어떤 계기와 과정을 거쳐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마침내 하나의 주요한 담론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선명하게 살펴볼 수 있다.
《지금, 한국을 읽다》를 통해 저자는 그동안의 사회 연구 방법론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데이터를 통해 현대 우리 사회의 핵심 키워드를 돌아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보다 깊은 사유와 성찰, 철학을 풀어놓는다. 저자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자 사회학자로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데이터를 토대로 급변하는 우리 사회와 개인의 문제들을 사회학적으로 진단하고 사유하며 최종적으로 사회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도록 고유한 통찰을 제시한다. 이 책은 모든 것이 어지러웠던 지난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서 그간 우리 사회 구성원의 ‘진심’을 이해하고 모두가 함께 상생하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