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대기 오염, 복잡한 교통, 들끓는 범죄, 고독・우울・신경과민…
온갖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도시,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몰려드는 걸까?
“이 책은 ‘행복’이나 ‘편안함’ 같은 단어와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도시라는 공간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_ 《쥐트도이체 차이퉁》
도시는 온갖 스트레스를 양산해낸다. 교통은 복잡하고, 각종 범죄는 끊임없이 일어나 공포를 유발하며, 대기 공해・빛 공해・소음 공해는 건강을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한다. 특히 인간관계가 얽히고설켜 사람들은 이른바 ‘사회적 안테나’를 세우고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독과 우울을 경험한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극도로 예민해진 탓에 신경과민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도시화는 점점 가속화되어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고, 유엔 해비타트는 2050년이 되면 세계 도시인구의 약 70퍼센트가 도시권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사람들은 대체 왜 이 모든 스트레스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시로 몰려드는 것일까? 도시 스트레스는 정확히 무엇이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국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날 수 없다면, 그곳을 유익한 공간으로 바꾸는 데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상적인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건축・사회문화・정치・심리 등 분야를 넘나드는 담론을 통해
스트레스 없이 건강하고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다!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스트레스・우울증 분야 전문 정신과 의사인 마즈다 아들리가 베를린, 파리, 도쿄, 뭄바이 등 전 세계의 대도시를 관찰하고 각종 데이터와 자료를 수집해 도시와 스트레스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이상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제안을 담아낸 책이다. 사람들(인간관계), 템포・소음・선택, 교통, 위험, 아이들, 건강, 고독과 우울 등 도시의 내적・외적 환경에 다각적으로 접근했다. ‘도시 사람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까? 도시는 정말 위험할까? 아이들에게는 도시보다 시골이 더 정서적으로 유익할까? 도시에서 사람들은 인간성을 상실할까? 도시 사람보다 시골 사람이 더 건강할까?’ 같은 도시를 둘러싼 편견과 오해도 들여다보았다. 더불어 콜롬비아 보고타를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로 바꿔놓은 엔리케 페나로사 시장부터, 스페인 세비야의 대표 건축물인 ‘메트로폴 파라솔’을 만든 건축가 위르겐 마이어, 베를린 희극 오페라 총감독 베리 코스키까지 정치・사회・건축・예술 등 각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도시를 바꿔놓은 혁신적인 실제 사례들과 이상 도시에 관한 그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게 했다.
대도시에서의 삶이 부담스럽다고 호소하는 이들은 흔히 도시의 분주함과 소란함을 이유로 든다. 동시에 우리는 도시가 제공하는 변화무쌍함과 선택의 다양함을 좋아한다. 그러나 수많은 선택 가능성이 오히려 문제를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내게는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은 의사 동료가 한 명 있는데, 최근에 도시로 이사한 뒤 그곳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교육, 문화적 자극 등 여가시간을 위한 선택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보니 무엇을 해도 완벽하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영화관에 가는 등의 문화생활을 한 가지 선택하고 나면, 선택하지 않은 다른 온갖 가능성들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게는 이것이 도시 스트레스였다. ‘더 많은 선택권’이 곧 ‘더 큰 만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차마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너무 많은 선택 가능성이 특정 수준을 넘으면 스트레스가 된다. _ <도시의 고충>, 96쪽
여기서 우리는 ‘공포-위험의 역설’과 마주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독일의 지하철역이나 주차타워에서 일어나는 범죄 발생률은 여타 장소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성별로 인한 폭력범죄의 희생양이 될 위험이 높은 장소를 피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오히려 어두울 때 여성은 사적인 영역을, 남성은 공공장소를 피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여성들은 가정 내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고, 남성들은 공공장소에서의 폭력행위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잘못된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두려움이 비이성적으로 양산되고 있음이 여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_ <도시의 위험>, 134쪽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심의 녹지는 주민들의 심리상태에도 유익하다. 일부러 자동차를 타고 근교의 거창한 휴양지를 찾을 필요도 없이 작은 규모의 녹지공간만으로 꽤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른바 ‘포켓파크(Pocket Parks)’라고 불리는 소공원은 주택의 틈새공간이나 주차장, 역의 승강장, 버려진 빈터 등 도시의 어디에든 조성할 수 있다.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이 포켓파크는 비좁은 공간에 정원처럼 조성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복잡한 계획 없이 아무 때나 만들 수 있으며 영구적으로 보존할 필요도 없다. 이는 지극히 효율적인 방식으로 도시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작은 휴식처다._ <도시의 건강>, 204쪽
그렇다고 해서 대도시가 꼭 혼자 사는 사람에게 불리한 환경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도시에는 수많은 교류 가능성이 존재한다. 시골과는 달리 혼자 살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진 집들이 많아 주거지를 정할 때 큰 선택권을 누릴 수도 있다. 대도시 시민들은 또한 다양한 형태의 소통수단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와 전자 교류 수단이 대표적인 예다. 규모가 큰 도시들은 대체로 독신사회의 필요에 맞추어져 있다. 예컨대 수많은 테이크아웃 음식점 덕분에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일이 없어도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자정까지 문을 여는 식당도 많다. _ <도시의 고독>, 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