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만약 타이베이에서 카페 한 곳만을 추천할 수 있다고 한다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답은 분명 워주窩著 커피다. …… 몸과 마음이 가라앉아서 울거나 잠을 자도 아무 소용이 없을 때 여기를 내 멋대로 심리치료실이라고 생각했고, 어느 때는 우연히 보게 된 문학 작품으로 웃게 되기도 하고, 수제 케이크로 행복을 얻게 될 때도 많았다. - p.30
이런 즐거운 분위기의 가게 내부는 복고풍의 아메리카 스타일로 간판에 걸린 큰 불곰이 그 개성을 말해준다. 거친 느낌의 벽돌로 쌓은 벽과 오래된 가구, 나무 의자 그리고 수집한듯한 사방에 널린 오래된 창틀과 카메라, 자동차 번호판 등이 장관을 이룬다. 가게에서는 비정기적인 파티와 할로윈 데이 이벤트 등이 열리기도 하고, 손님을 대신해 무료로 손으로 쓴 엽서를 보내주기도 한다. 심지어는 ‘1일 이발소’를 열기도 했다. - p.40
어느 날 저녁 자전거를 끌고 리우짱리六?犁 뒤편의 골목을 가던 중 하얀 벽 앞에 오래된 스타일의 나무의자가 놓여 있는 소박한 가게를 우연히 발견했다. 실내에서 따뜻한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데 이렇게 예쁜 가게가 어떻게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는지 놀랐다. …… 주인이 옛 물건들을 좋아해서 오랜 시간을 들여 이 낡은 폐허를 지금의 모습으로 바꿔놓았다고 한다. 그의 결심과 센스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 p.62
누이는 일본어 ‘?い(꿰맴)’의 발음이다. 이 건물을 개조하기 전 모습은 장난감 회사의 낡은 창고였는데 누이의 직원들이 열심히 이런 분위기의 공간으로 직접 개조하는 동시에 낡은 대형 화물용 엘리베이터, 벽돌 창문에 남겨진 시공 기록과 같은 예전의 흔적도 남겨두었다. 거기에 많은 목재와 조명을 사용해서 공간을 전체적으로 공장 같지만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p.78
비가 내리던 오후 기치조지역 번화가의 또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지도는 구겨지고 비에 젖어 표시해놓은 빨간색 점이 어딘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온 길을 되돌아갈 때 눈에 보이지 않던 큰 건물의 벽에 걸려 있는 얼룩덜룩해진 베이스 카페base caf?라는 글씨를 발견했다. …… 40년 역사를 가진 클럽의 휴게실이었던 이곳을 공장 느낌의 시멘트 바닥과 철제로 만든 난간을 살리고 색은 전체적으로 차가운 느낌이 들도록 개조하였다. - p.90
오모테산도에 온 이유는 명품도 아니고 메이지 신궁明治神?도 아니고 안도 타다오安藤忠雄가 디자인한 오모테산도 힐스Hills를 보고 싶어서였다. 지하 공간을 활용해서 가로수와 건물의 높이를 맞추어 설계하였다. 경사로와 나선형의 독특한 실내 구조는 나선형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계단을 올라가지 않아도 건물 전체를 볼 수 있다. 건물 중앙에 비치는 햇빛은 평안하고 고요한 느낌이다. - p.112
당시 집주인이 묘사한 ‘작업실이 조용한 골목에 있고, 19세기 옛날식 나사형 계단 형태로 올라간다.’는
글에 매력을 느꼈다. 실제로 보니 1800년대에 지어진 이 건물의 전경은 아케이드였고, 상업 지구에서 옛날 우표나 엽서 등을 파는 가게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 p.132
어느 나라 시장을 가든지 뒤돌아서 가버리는 수법으로 가격을 깎는 것은 어디서든 통하는 것 같다. 나도 평소처럼 ‘OLD but NEW(오래됐지만 새로운 것)’ 같은 대사를 하며 다니다가 붕대나 포커 카드와 같을 것을 가지고 돌아오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낡은 노트 등 실용적이지 않은 물건을 샀으면서도 기분 좋게 수지 타산이 맞다고 생각한다. - p.144
해외에 나가면 숙제처럼 항상 하는 것이 현지의 느낌을 담은 편지를 가족과 친구 또는 귀국했을 때의 나에게 부치는 것이다. 주소를 베껴 써놓고 여행 중에 적당한 엽서를 골라 그 위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 후 우표를 붙이고 나면 은근히 기대가 된다. 이런 습관을 기르다 보니 항상 우체국에 가서 많은 우표를 샀다가 다 부치지 못한 우표들이 나온다. 그 작은 종이들은 주머니 속의 회화 작품으로 남아 그때의 기분을 함축하는 기념품이 되기도 하고 그 나라를 대표하는 짧은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 p.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