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시절에는 어디에 가야 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 안다. 밤에 어디에 가서 자야 할지도 안다.
하지만 세상에서 자신의 머물 곳이 사라질 때,
어디를 가야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될 때, 평화는 죽는다.”
─생텍쥐페리
분쟁과 대립을 넘어 인권(人權)과 인도(人道)의 시대로!
‘우리의 소원은 평화’라고 말하는 시대에 함께 나누어야 할 평화 이야기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평화를 빼앗긴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내전과 분쟁, 테러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이나 기초적인 의료도 제공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 폭력과 증오가 멈추지 않는다. ‘평화’라는 주제에는 매우 다양한 측면이 있고, 이야기할 수 있는 논점도 많다. 여기, 국제관계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까지, 전쟁터에서 일상생활까지, 법률.제도론에서 시민사회 활동까지, 평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는 평화학 입문서가 출간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평화의 노래가 잔잔히 울려 퍼지고 있지만, ‘평화란 무엇인가’, ‘평화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묻는다면 제대로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막연하게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의 국제법, 국제기구론 전문가인 모가미 도시키는 경계를 넘어 세계 여러 시민들이 자신의 일로 고민해야 할 평화의 아홉 가지 주제를 균형 있는 시각으로 소개한다.
국가와 국적을 초월해 세계 시민이 함께하는
아홉 번의 평화수업
첫 번째 이야기. 끊임없는 무력분쟁―‘새로운 전쟁’의 시대에
두 번째 이야기. 미완의 이상―유엔에 의한 평화
세 번째 이야기. 평화를 위한 법―국제인도법과 국제형사재판
네 번째 이야기. 평화를 재정의하다―인간을 위한 평화
다섯 번째 이야기. 인도적 개입―정의로운 무력행사는 존재하는가
여섯 번째 이야기. 평화, 인권, 시민들―시민 사회의 세계화
일곱 번째 이야기. 핵과 섬멸의 사상―인간의 망각에 따른 평화 파괴
여덟 번째 이야기. 절망에서 화해로―타인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
아홉 번째 이야기. 이웃과의 평화―자신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
냉전 이후, 평화가 찾아오리라는 기대는 왜 무너졌을까? 무력분쟁과 테러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화를 위한 국제기구는 왜 생겼으며 유엔 안보 체제의 한계와 과제는 무엇일까?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평화로울까? 빈곤과 굶주림, 차별 있는 사회를 평화롭다 할 수 있을까? 정의로운 무력분쟁은 존재하는가? 핵무기는 사용해도 되는가? ‘동아시아 공동체’ 같은 지역공동체는 국경을 초월해 이웃과의 공생을 실천하는 장이 될 수 있을까? 평화를 이루기 위해 유엔과 국제법, 시민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처음 하는 평화 공부』는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제도, 시민사회 활동을 통해 평화의 의미와 과제를 균형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책이다. 특히 평화란 ‘군사적 안보를 넘어서 일상을 지키는 일’임을 호소력 있게 들려준다. 심각한 주제이지만 부드러운 문체로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어 청소년부터 성인 일반독자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 읽는 평화학 입문서로 가치 있는 책이다. NHK 방송 강의록을 바탕으로 엮어낸 이 책은 평화라는 미완의 과제를 똑바로 응시하고 미래를 유연한 자세로 전망하고자 이와나미 신서 신적판 1000번째 책으로 출간되었으며, 2006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시민들의 평화 교과서로 오랫동안 읽히고 있다. 국가와 국적을 초월해 세계 시민들이 함께 생각해볼 만한 평화의 여러 주제와 이야기를 담은 귀중한 책이다.
군사적 안보를 넘어 일상을 지키는 일―평화의 넓은 의미를 배우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와세다대학교 교수인 저자 모가미 도시키는 국제법과 국제기구론 전문가다. 국제법을 전공한 법률가로서, 책 전반에 걸쳐 국가 간의 긴장과 분쟁, 군비확장과 군비축소, 정치와 경제 동맹 같은 거대 담론의 문제를 충실히 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평화가 국가와 국적을 초월한 문제이며, 인권과 우리 일상생활을 지키는 일임을 이야기한다. 특히 평화란, 전쟁이 사라진 상태만이 아니라 빈곤 등의 구조적 폭력이 없는 상태라고 강조한다.
오랫동안 평화관은 군사적 안보(군사력으로 나라를 지키는 것)와 동일하게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저자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자국 방어를 위해 군비를 증가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자위(自衛),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대비가 자칫 잘못하면 전쟁을 추진하는 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위와 침략은 확실히 구분할 수 없으며, 자위 목적이라고 주장했던 군비가 전쟁에 동원된 예는 독일과 일본을 포함해서 역사적으로 많았다고 지적한다. (책에는 일본의 전후 배상?보상 문제, ‘위안부’ 문제, 야스쿠니 참배 문제 등을 바라보는 저자의 입장도 살짝 언급되어 있다.) 저자는 평화 연구가 기존에는 전쟁, 무력분쟁, 군비확장 등과 같은 군사적인 주제를 주로 다뤘으나, 이제는 빈곤, 개발, 인권, 평등 같은 비군사적인 사회 문제까지 아우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국가 간의 어리석은 힘겨루기, 전쟁에 희생되는 사람들, 전쟁이 남긴 상흔, 전쟁 중이 아니더라도 빈곤과 차별에 신음하는 사람들, 증오를 주고받는 사람들, 되풀이되는 비극. 평화를 공부하기 위한 이 책 속에서 우리는 평화가 파괴된 모습을 직시하게 된다. 또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현실에 눈 감지 않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평화란 정치인이나 군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이자 우리 생활의 문제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국제기구 및 국제 NGO 활동이나 국제법, 국제분쟁, 인권 문제 등에 관심 있는 청소년, 대학생은 물론 평범한 시민들이 평화를 향한 소중한 한 걸음을 내딛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평화의 실현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해도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뿐이며, 전쟁에 내몰리거나 난민이 되어 괴로움을 맛보고 타국에서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이 있어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때마침 강자 편에 있어 그럴 수 있는 처지에 있다고 쉽게 평화를 포기하는 것은 곧 세계 시민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평화란 주권 국가만의 문제만이 아닌 궁극적으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문제이며, 평범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_한국어판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