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가 일어난 지리적 해역은 항상적으로 존재해 왔으며, 근세 이후 통제적 해역의 시기에도 해역 내부에서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제가 표류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표류를 통해서 지리적 해역을 확인하고, 민간 교류가 있었던 해역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해역사에서 표류민 문제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표류는 그 자체로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 책에서는 전근대시기에 동북아시아해역에서 조선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표류민 문제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해역사의 입장에서 보면 전근대시기에 동북아시아에서도 국경을 초월한 역사연구가 주목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표류민이다. 조선은 동북아시아해역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인접한 모든 해역 국가에 표류민이 표착했다. 명과 일본 등 인접 국가에 표류했던 표해록(漂海錄)과 표주록(漂舟錄)이 조선인의 손으로 기록되어 전해오는 것이 다행히도 여럿 남아 있다. 이 책에서는 이 자료들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표해록과 표주록에는 표류하여 죽음을 마주하고 극적으로 생존하게 되었던 순간들이 생생하고도,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자료들을 통해서 표류를 하게 된 이유와 경위, 표착지에서의 생활과 이문화 체험, 송환과정과 체제, 해류와 바람 및 해로 등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였다. (책을 내면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