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명저,
와쓰지 데쓰로 문화상 수상작”
도서출판 b의 헤겔총서 8로 출간된 이 ≪헤겔의 이성・국가・역사≫는 権左武志, ≪ヘーゲルにおける理性․國家․歷史≫, 岩波書店, 2010을 옮긴 것이다. 저자인 곤자 다케시는 헤겔 사상의 역사적 발전과 헤겔 강의록들에 대한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그 성과를 본서 ≪헤겔의 이성・국가・역사≫에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일본 학계에서 헤겔 철학의 역사적 배경과 그 현대적 의의를 새롭게 포착함으로써 헤겔 철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저작으로 평가받아 2011년 제23회 와쓰지 데쓰로 문화상을 수상했다.
현재 헤겔 철학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이후 새로운 ‘헤겔 전집’의 틀 내에서 기존에 공간되지 않은 헤겔의 초고와 강의록의 연이은 출판에 기초하여 획기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 스스로도 헤겔의 역사 철학 강의 필기록 편찬 작업에 참여하기도 한 저자는 그와 같은 성과들에 기반한 연구 동향을 토대로 특히 역사 철학과 법철학(국가론)에 초점을 맞춘 치밀한 발전사적 독해를 전개함으로 기존 헤겔 정치사상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있다.
이 점은 특히 저자가 본서 ≪헤겔의 이성・국가・역사≫에서 세계사를 종적인 단선적 발전으로 파악하는 ‘발전 단계설’의 원형으로 생각되어 온 헤겔 역사 철학으로부터 발전 단계설을 대신할 다른 가능성, 즉 인류사를 횡적인 것으로부터의 이문화적 충격으로 파악하는 ‘문화 접촉설’의 가능성을 이끌어내고, 헤겔의 체계를 프랑스 혁명과 낭만주의의 대두, 제국의 붕괴와 독일의 새로운 질서 모색과 같은 시대의 과제들과 대결하는 가운데 창조된 ‘생활 체험의 추상화’로서 다시 파악하여 그러한 문화 접촉과 생활 체험의 맥락에서 초기 헤겔의 발전사를 ‘이문화의 창조적 계승 과정’으로서 재구성하는 데서 드러난다.
저자는 ≪헤겔의 이성・국가・역사≫에서 ≪역사 철학 강의≫와 ≪법철학 요강≫ 그리고 청년기 저술들을 중심으로 당시 헤겔이 부딪쳤던 시대적, 역사적, 철학적 과제들을 언급하는 가운데 헤겔 철학의 창조・재창조 과정과 그 영향 작용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첫째, 역사적 관점에서, 즉 헤겔이 지녔던 시대 체험과 역사적 맥락에 주목함으로써. 둘째, 사상사적 관점에서, 즉 사상의 창조 과정이 ‘무로부터의 창조’를 의미하지 않는 까닭에 과거의 사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고쳐 읽어가는 ‘재창조’ 과정에 천착함으로써. 셋째, 영향 작용사적 관점에서, 즉 헤겔 사상이 그 후의 시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영향 작용의 맥락에 놓여 있는지 검토함으로써.
이는 우리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헤겔에 대한 관점을 일신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의 사상이 구시대의 유물이 아닌 우리시대의 사상으로서 재평가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헤겔을 연구하는 전공자들은 물론, 헤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