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학사는 석헌(石軒) 신범우(申範雨) 공의 문집 <석헌유고(石軒遺稿)>를 출간했다. 석헌공은 구한말에 경능(敬陵·조선조 세조의 장남이면서 성종의 아버지인 덕종(德宗·추존))과 어머니인 소혜왕후(昭惠王后·인수대비)의 능참봉과 농상공부 기수(技手)를 지내고 평생 향리에서 한의(韓醫)를 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으며, 한학(漢學)과 시문(詩文)·한의학(韓醫學)에 박학(博學)했다.
이 책은 석헌공이 생존에 지은 시문(詩文)과, 한자(漢字) 글씨본으로 직접 써서 남긴 서첩(書帖)인 <가소첩(可笑帖)>을 합본해 엮은 유고집(遺稿集)이다. 책에 수록된 시문은 총 94편이고, <가소첩>에는 주자(朱子)·정명도(程明道) 형제·소강절(邵康節)·주염계(周濂溪) 등 주로 중국 송나라 때 유명 문인(文人)들의 한시(漢詩)와 석헌공 자신의 시문을 붓으로 직접 쓴 한시 등 27편이 들어 있다.
석헌공이 친필로 쓴 <가소첩>은 대단히 특이한 서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서첩의 경우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정도의 서체를 사용해 쓰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하겠는데 이와는 다르게 이 책에는 한자(漢字) 서예오체(書藝五體) 중 예서(隸書)·해서(楷書)·행서(行書)·초서(草書)가 모두 등장한다. 또 같은 서체라 해도 두텁게 쓰기도 하고 가늘게 쓰기도 하는 등 필체가 다양하다. 이로 미루어 석헌공의 붓글씨는 오체(五體)에 두루 능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책에는 특히 해서체가 많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