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인구 천만 시대. 이른바 팻패밀리가 증가하고 있다.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에게 사용하던 ‘반려(伴侶)’라는 수식어도 서슴없이 개나 고양이에게 붙이는 세상이다.
사람이 살아가며 맺을 수 있는 수많은 관계 중에 반려견과의 사이는 무척이나 각별하다. 내리사랑처럼 무조건 베풀어야만 하는 일방적인 관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크나큰 의지가 되는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습관적으로 ‘개는 인간의 가장 오랜 친구’라는 말을 되뇌지만, 조금만 더 신경을 기울여 애완견을 살펴보면 참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나아가 ‘관계’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2019년을 맞아 나눔사에서 출간한 ‘싱글남의 애견일기’는 ‘두마(Dumas)’라는 이름 외에 모든 일에 참견한다고 해서 ‘사사견견((事事犬犬)’이라는 별명도 가진 시베리안 허스키와 독신인 중년 작가가 15년 동안 알콩달콩 지내 온 기록이다.
특이한 점은 주인인 사람의 시점에서 개를 관찰한 것만 아니라 개의 시점에서도 사람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개의 눈에 비친 사람의 모습은 어떨지?
필자는 또한 애완견을 양육하는 자세와 방법에 대해 나름의 논리를 펴기도 한다.
“허스키가 꽁꽁 언 생선을 먹으며 무거운 썰매를 끌고 설원을 질주하는 삶이 행복할지 아니면 체질과는 맞지 않는 타향에서 온돌의 안온함도 느끼고, 비록 건강에는 좋지 않지만 피자나 짜장면을 먹으며 사는 것이 행복할지는 오로지 주인의 선택이죠. 주인은 슈퍼 갑이니까요. 하지만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인간의 몫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팻패밀리의 사는 모습을 그린 ‘싱글남의 애견일기’는 사람과 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풀어 가며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덧붙이자면, 이 책의 주인공인 시베리안 허스키 ‘두마’는 2002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초청작이었던 동물을 주제로 한 독립영화 ‘뽀삐’에도 출연했으며, 이 작품은 2018년 제6회 순천만 세계동물영화제에서 다시 상영되기도 했다.